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한덕수 단일화'를 두고 당 지도부와 정면 충돌 중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입당도 안 하고 후보 등록도 안 한 사람과 단일화를 하라는 것이 올바른 '정당 민주주의'냐"라며 8일 지도부와 한 무소속 예비후보를 동시에 직격했다. 한 후보는
'유령', '허깨비'에 빗댔다.
김 후보는 특히 한 후보의 출마 자체가 '기획된 시나리오'였다고 주장했다. 3차에 걸친 경선을 통해 당 공식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지속된 '단일화 압박'을 가리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까지 표현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대선 승리를 위해 후보 단일화는 절실한 과제다. 그러나 국민과 당원동지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그 위력이 발휘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정당한 절차와 정당한 경선을 거쳐 선출된 후보를 당의 몇몇 지도부가 끌어내리는 해당(害黨) 행위를 하고 있다.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몇몇이 작당해 대통령 후보까지 끌어내리려는 것"이라며 "지금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이 후보 단일화인가, 후보 교체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헌 제74조에 규정된 당무우선권을 발동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토론회 참석에 앞서 이날 아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를 향해 '강압적 단일화를 일체 중단하라'고 촉구한 김 후보는 당이 경선 이전부터 한 후보를 세울 요량으로 모의해 왔다고 했다.
지난 3일 전당대회 종료 직후 당에 요구한 '선(先) 선대위 구성, 후(後) 단일화'가 수용되지 않은 점을 놓고 "이는 선거운동을 완전히 못하겠다는 것으로 벌써 상당한 문제다. 이런 식으로 (당 후보가 된) 첫날부터 하나도 협조가 안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로 사무총장 인선 무산은 물론, 김 후보 본인이 지방 일정에 나섰을 때 당 지도부가 지역구 의원에게 '후보와 동행하지 말라'는 식으로 훼방을 했다는 주장을 폈다.
반대로, 당이 아직 당적도 없는 한 후보의 캠프 일정을 짜고 관리하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김문수 당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간 단일화를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아울러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후보를 꽃가마에 태워 '추대'하고자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을 들러리로 세웠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 후보는 "정당 민주주의는 우리 헌법에 보장된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체"라며 "경선 단계마다 1억씩 내서 (많게는 소요비용이) 3억 이상 되고 홍보비 등 수십 억의 비용을 지출한
우리 후보들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한다. 심지어 손해배상 소송 얘기도 나왔다"고 밝혔다.
한 후보에 대해서는 "훌륭한 공직자"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분이 동네 구의원 선거라도 해봤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선거판에 들어와선 며칠 만에 그만두셨다. 이 판은 다른 판"이라고 했다. 본선 경쟁력에서는 한 후보가 앞선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싸워서 이긴다는 보장이 있다면 제가 거꾸로도 모셔오겠다"며 "저는 당 경선에서 당심과 민심에서 모두 이겼다. 무슨 하자가 있나"라고 되물었다.
전날 첫 단일화 회동이 빈손으로 끝난 데 대해선 "(한 후보가) 어제 긴급회견에서 발표한 대로 '11일까지 단일화가 안 되면 후보 등록을 안 하겠다'는 것 외 더 할 말이 없다고 해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날부터 토론, 여론조사를 거쳐 '11일 전 단일화' 완수 계획을 밝힌 당 차원의 로드맵도 재차 비토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주도 단일화'를 선언하며 김 후보를 비판한 데 대해선
"저는 감옥에 가더라도, 어떤 고문을 당하더라도 옳지 않은 것과는 타협해 오지 않았다. 승패를 떠나, 결과를 떠나서 옳지 않은 일에 대해선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상황과 관련해서는 "이재명과 싸우는 단식을 해야지, 왜 저와 싸우는 단식을 하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 대선 후보로서, 조기 대선의 원인이 된 12·3 비상계엄 및 탄핵 사태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질의에는 "(민주화 운동 당시) 비상계엄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가 저다. 계엄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며
"우리 당의 부끄러운 모습은 사과드리지 않을 수 없다. 저도 책임이 크다"고 자세를 낮췄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출당 등에 관해선 "'(당의) 인기가 떨어지면 잘라낸다'는 것은 정당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쫓아낸다고 해결되지도 않고, 면책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과거 자유통일당을 공동 창당했던 사랑제일교회 전광훈씨와의 관계도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는 "정치적 관계는 없다. 조직적으로 그 당에 소속된 적도 없고 그 교회를 나간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오늘날 많은 정당이 있지만
과연 교회가 깨어서 광장에 나가 헌신하는 게 없었다면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가 이 수준까지 올라올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며 우회적으로 '태극기 세력'을 옹호했다.
한편,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저를 포함해 제 측근 중에는 구속된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의문사한 사람도 없다. 감옥 간 사람도 없고 (제가) 추문에 시달린 적도 없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도덕성과 청렴성이라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