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지난 2018년 5월 1일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노총 2018 노동절 마라톤대회'에서 대화하던 모습. 연합뉴스6·3 장미 대선을 앞두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확대 공약이 경쟁적으로 불붙고 있다. 여당에선 수도권을 넘어 5대 광역권으로의 확대 공약이 나오고, 제1야당에선 국비 지원 추진 법안까지 발의되며 '지역 표심 잡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선거철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SOC(사회간접자본) 정치화'로, 실질적인 지역 경기 부양 방안과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친(親)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지난달 25일 '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자로 발의했다. GTX 본선이 아닌 연장노선도 예비타당성조사가 완료된 경우 기존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전부 부담' 대신 일정 비율 국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앞서 이재명 전 대표는 민주당 21대 대선 후보로 확정되기 사흘 전인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GTX A·B·C 노선의 지연 없는 추진 및 수도권 외곽과 강원까지의 연장 지원을 약속하고, D·E·F 노선의 단계적 추진과 경기도가 제안한 GTX플러스 노선 적극 검토를 다짐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인천과 경기, 강원을 경강선으로 연결하고 경기 북부 접경까지 KTX(파주)와 STR(양주)를 연장하는 등 수도권 주요 거점을 '1시간 경제권'으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 임기 내 GTX 전국 5대 광역권 확장' 공약을 지난달 21일 발표했다. 현재 추진 중인 수도권 6개 노선 완성과 연장 외에도, 충청과 수도권을 잇는 동탄~청주공항 광역급행철도를 신설하고, 부울경·대전충청·대구경북·광주전남 등 전국 5대 광역권 GTX 급행철도망 구축을 임기 내 확정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GTX 추진·확대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선거철이면 어김 없이 등장하는 공약이다. 김문수 후보는 2010년 경기지사 공약으로도 GTX 추진을 약속해 당선 뒤 추진한 바 있는데, 이는 이한준 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김 후보의 정책특별보좌관 시절 설계한 아이디어로 알려진 바 있다. 이후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 때마다 지역 부동산 가격을 들었다 놨다 하며 지역 표심을 잡는 수단처럼 인식된 측면이 크지만, 실제 성과는 2016년 착공한 A 노선의 지난해 부분 개통(3월 수서~동탄, 12월 운정중앙~서울역)이 전부다.
지난해 1월 25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민생 토론회 이후 업데이트된 A·B·C 노선 연장 및 D·E·F 신규 노선 신설 구상을 반영한 GTX 노선도. 국토교통부 제공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공약들이 선거철이면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해 어김없이 등장하는 '공약(空約)'에 불과하다는 탄식이 나온다. 실제론 개통까지 20년 안팎이 소요돼 임기 안에 성과를 검증하기 어려운 데다 공약 내용을 봐도 타당성과 현실성이 부족하고, '비용 대비 효과'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GTX A·B·C 기존 노선 연장과 D·E·F 신규 노선 신설에는 약 134조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김진유 교수는 "국비로 하는 철도 시설은 국토 균형 발전이나 국가적으로 감당해야 될 인프라 등 국토 전체적으로 지역을 연결하는 시설일 때만 국비 지원의 정당성이 있다"면서 "가뜩이나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수도권 출퇴근을 위한 사업에 국비를 투입하는 건 이런 원칙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 재정의 과잉 투자가 될 수 있고, 우선순위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5대 광역시가 지금 GTX가 없어서 인구가 감소하고 자본이 유출되는 게 아니잖느냐"면서 "결국엔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 보니 젊은 친구들이 떠나가고 도시 경쟁력을 잃어버려 가치가 떨어지면서 건물을 가진 소위 자본가들, 지역 유지들이 탈출하는 게 지역의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GTX가 생긴다고 인구가 늘진 않는다. GTX에 쏟아부을 돈이면 차라리 대기업 양질의 일자리를 대구, 부산, 광주, 울산 등 거점 도시에 유치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선거철 등장한 SOC 공약이 이후 차질을 빚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립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여야 가릴 것 없이,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남부권 신공항 공식 검토 지시로 구상을 시작한 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논란이 불거졌고, 윤석열 정부 들어선 2029년 조기 개항을 무리하게 추진해오다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의 공사기간 연장 불가피 방침으로 수의계약 절차가 중단돼 표류 위기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