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문화벨트 골목골목 경청투어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1일 전남 해남군 해남읍 군민광장을 방문해 연설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6∙3 조기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각 당의 후보들이 12일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일찌감치 유력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내란 종식과 국민 통합에 방점을 찍은 행보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국민의힘 후보로는 사상 초유의 '후보 교체' 논란 끝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정됐다. 12∙3 내란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완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번 대선 구도는 '삼파전' 양상이 될 전망이다.
'독주' 이재명…'내란 종식'과 '경제 성장' 재강조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안팎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는 통합과 미래 등에 방점을 두고 격차 유지 내지는 벌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법원의 파기환송심 등 재판 연기로 가장 큰 위험요소였던 사법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줄인 이재명 후보는 '통 큰' 행보로 이미지 개선에 나선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을 찾아 첫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시작된 만큼 자신이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한 정치 집단의 적통임을 재확인하려는 구상이다.
직후에는 경기 성남시 판교, 화성시 동탄, 대전광역시를 차례로 찾아 정책 행보를 이어간다. 소프트파워로 세계를 선도한다는 'K-이니셔티브' 벨트로 묶인 세 지역에서 이 후보는 반도체 등 신산업 육성에 관한 메시지를 다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강훈식 종합상황실장은 이와 관련해 "판교에서는 혁신과 관련한 브라운백 미팅을, 동탄에서는 K-반도체 관련 유세를 할 예정이다. 대전에서는 K-과학기술을 주제로 유세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후보에 대한 경계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주제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도 12∙3 내란 종식을 위한 압도적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민 통합, 경제 성장 등 탈이념 실용주의 메시지를 통해 중도∙무당층 지지세 확보에 나서 '1위 후보' 자리를 유지할 계획이다.
한덕수 밀어낸 김문수…당 내홍 진화하며 지지층에 호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기념 촬영을 한 후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최종 후보 선출 과정에서 유례없는 당 내홍을 겪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지지세가 강한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영남을 잇달아 방문해 지지층 달래기에 나선다.
김 후보는 첫 선거운동 장소인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바닥 민심을 훑고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직후에는 대전과 대구, 두 광역시를 차례로 방문하면서 이른바 '경부선' 표심 잡기 일정을 소화한다.
최종 후보 결정 문턱에서 좌절한 한 전 총리가 상대적으로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각종 정책 현안과 관련해서는 중도성향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내는데도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인 11일에도 당내 통합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보 등록 직후에는 경쟁 상대였던 한 전 총리를 곧바로 접견했다.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당 지도부와 충돌한 점에 대해 사과하며 큰 절을 올렸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후 동반 사퇴 요구를 받은 권성동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유임 결정을 내렸다.
제3 후보로 부상한 이준석…첫 대선 성적표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 황진환 기자국민의힘과 달리 일찌감치 개혁신당 대선 후보자리를 예약한 이준석 후보는 김 후보와는 선을 긋는 동시에, 이 후보와의 정책 경쟁으로 미래지향형 후보임을 강조할 방침이다. 갓 40대에 접어든 젊은 후보인 점도 적극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이준석 후보는 상대적으로 중도 확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김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찍고 싶은' 후보를 잃게 된 온건 보수층을 겨냥한다. 그동안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이준석 후보가 중도 소구력이 높은 한 전 총리와 지지 기반이 일부 겹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첫 공식 일정으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를 방문한다. 이재명 후보가 소속된 민주당 우세지역인 전남을 찾지만, 경제위기를 고려해 국가산단을 방문함으로써 위기 극복에도 자신이 있다는 이미지를 위해서다.
이어진 일정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방문이다. 수도권, 특히 대학생, 직장인 등과의 소통의 폭을 넓히며 젊은 세대 후보의 장점을 살리겠다는 전략이다.
민주∙국힘 상대 향한 도덕성 공격 …'비호감 대선' 우려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전날부터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 측은 서로 네거티브를 주고받으면서 '비호감 대선'으로의 국면 전환 가능성도 떠올랐다. 민주당은 김 후보의 '망언집'을 공개하며 정치 공세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즉시 논평을 내고 이를 맞받아쳤다.
민주당 선대위 신속대응단은 망언집에 2010년 11월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를 가리켜 "쭉쭉빵빵"이라고 한 김 후보의 발언을 넣는 등 직설적인 표현을 여과없이 재조명했다. 신속대응단장인 강득구 의원은 "김문수 후보의 여성 비하, 약자 조롱, 역사 왜곡, 노골적인 차별 발언, 막말로 점철된 갑질 행태까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고 저격했다.
김 후보 측의 대응 또한 수위가 높았다. 이재명 후보의 교제 살인범 변호 이력은 물론 전과, 형수를 욕설 등을 언급하며 맞불을 놨다. 김 후보 대선 캠프 조용술 대변인은 "민주당은 상대를 희화화하며 망언집을 만들 시간에, '아버지 이재명'의 망언과 변론 전력부터 돌아봐야 한다"며 민주당 내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