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카메라를 향해 양손을 들고 있다. 황진환 기자제21대 대통령 선거를 19일 앞두고 후보들의 선거 운동이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지지자들이 유세 현장으로 긴급 출동한 구급차를 막아 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지지자들은 소방대원들을 향해 유세를 방해하기 위해 일부러 온 것 아니냐고 주장했고, 일부는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김 후보는 지난 13일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는 "부산만큼 아름다운 환경과 훌륭한 시민을 많이 모시고 사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부산은 전쟁통에서도 상처받은 많은 사람, 고향을 뺏기고 자유를 찾아오신 분들이 많은 자유의 도시"라고 말했다.
부산MBC뉴스 유튜브 캡처부산MBC뉴스가 유튜브에 게시한 '자갈치 유세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차를 막아선 지지자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에 따르면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중, 사이렌을 울리는 구급차 한 대가 유세장을 지나려 했다. 그러자 김 후보 지지자들은 구급차를 막아서며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김 후보 유세를 방해하기 위해 일부러 구급차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한 지지자는 "방해꾼 아니냐"며 "안에 누가 들어 있는지 봐야 한다"고 손가락질했다. 그러면서 "길이 여기 밖에 없느냐"고 항의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소방차·구급차·혈액 공급 차량 등 '긴급자동차'는 본래의 용도로 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이렌을 울릴 수 없다. 즉 사이렌이 작동됐다는 것은 긴급한 상황이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당시 현장에서는 "문제가 없는데 (구급차가) 왔다", "아무래도 방해꾼 같다", "방해하면 안 된다" 등 고성이 빗발쳤다.
상황을 살피기 위해 차에서 내린 소방대원에게도 날 선 반응이 쏟아졌다. 한 지지자는 "(구급)차가 여기 뭐 하러 왔냐"며 직접 따지기도 했다. 지지자 무리가 움직이지 못하는 구급차 앞에서 김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는 장면도 화면에 담겼다.
구급차가 현장에서 철수할 때까지 소방대원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졌다. 구급차를 향해 "소방대 개XX", "소방대원 개XX" 등의 욕설을 쏟아내는 지지자도 있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자갈치시장 유세 현장. 황진환 기자
온라인에서 관련 영상이 공유되자 누리꾼들의 걱정스러운 반응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자신들도 구급차가 필요할 때가 있을 텐데 역지사지를 모른다"며 "사람을 살리는 구급대원분들은 존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같은 부산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김문수와 소방은 공존 불가", "후보의 미담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한편 김 후보는 이날 가덕도 신공항 완성, 산업은행 이전 등 공약을 내세우며 부산시민들에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시장, 국회의원들과 힘을 합해 반드시 해내겠다"며 "산업은행 이전 문제도 바로 해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의 여러 가지 규제를 풀고, 세금을 깎아줄 것"이라며 "부산 도시 면적 34%인 그린벨트 해제권을 취임 한 달 내로 부산시장에게 다 넘겨줄 것"이라고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