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류영주, 황진환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각각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 민심 쟁탈전에 나섰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3일 경북 구미역 광장에서 "경북 안동서 태어나 자랐는데 왜 저는 이 동네에서 20% 지지를 못 받을까"라며 "왜 이재명에 대해서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소리 안 해줍니까"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여기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출생한 곳이라고 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다"며 "(박 전 대통령이) 독재하고 군인과 사법기관을 동원해 사법 살인하고 고문하고 장기 집권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이 나라의 산업화를 끌어낸 공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대구 동성로에서도 "김대중 정책이면 어떠하고 박정희 정책이면 어떠한가"라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좌우나 색깔, 지역, 출신을 가릴 필요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후보와 함께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3선 출신 권오을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도 "대통령 각하 육영수 여사님 '이번에는 누구입니까?' 물었더니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번은 이재명이다 말씀하셨다"며 TK 표심 결집을 시도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13일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황진환 기자
'박정희 마케팅'에 나선 것은 이 후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역시 지난 12일 대구를 찾아 1박 2일 선거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대한 세계적 지도자"라고 표현하며 영남권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에서 "(박 전 대통령은) 가난을 없애고, 세계 최강의 제조업과 산업을 이룬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우며 "제가 박 전 대통령에 반대를 많이 해서 잡혀가고 했지만, 최근 들어 제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 전 대통령 묘소 가서 무덤에 침을 뱉던 제가 당신의 무덤에 꽃을 바친다"고 말했다.
또 "대구·경북이 배출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구) 달성군에 계시는데 박수로 응원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두 후보가 보수 텃밭인 TK에서 보수를 대표하는 박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박정희 마케팅'에 나선 데에는 TK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14일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 김문수 후보는 4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9%,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3%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김문수 후보가 TK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대구에서 75.1%, 경북에서 72.8%를 득표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21.6%, 23.8% 득표한 지난 대선보다 높게 나타났다.
두 후보가 TK에서 '박정희 마케팅'을 펼친 것과 관련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4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아직 대구나 경남, 부산에서 역대 대통령 중 제일 존경하는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라며 "이재명 후보는 고향이 TK인데도 그곳에서 인기가 없다. 그렇기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좋아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영남 보수표를 얻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 중구 동성로 광장에서 열린 대구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 하고 있다. 대구=류영주 기자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갈등으로 인해 보수층 표심이 분산된 상황에서 '과반' 득표를 통합 '압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역대 대선 최다 득표를 기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51.55%를 넘는 득표율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평론가는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고, 목표는 압승이다. 압승으로 대통령이 될 경우 국정 장악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과반을 만드는 데 제일 중요한 승부처가 민주당이 열세인 영남"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침 이재명 후보도 경북 출신이고, 윤석열 탄핵까지 맞물린 데다 국민의힘은 분열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남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면 전체 과반 득표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기에 영남을 특별히 공을 들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휴대전화(가상번호)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8.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