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역사적 신고점을 찍고 조정 중인 '안전자산' 금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제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3200달러대에서 거래됐다.
국제 금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4월 말 3500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적 고점을 기록한 이후,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언급하며 관세 갈등 수위를 낮추자 최근 3100달러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무디스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하면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디스는 미국의 부채 급증과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지급액 증가 등을 문제 삼고 신용등급을 강등했지만, 시장은 금융시장에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무디스가 2023년 11월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하며 등급 하향을 예고한 바 있다. 또 국제 신용평가사인 S&P(2011년)와 피치(2023년)가 같은 이유로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전례도 있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종전 부정적 등급 전망과 두 신용평가사의 앞선 하향 조정을 통해 익히 알려진 선반영 악재 성격이 짙다"면서 "국내외 증시는 미국 양당의 부채한도 협상 타결과 이에 대응하는 연준의 QT(양적긴축) 감속 또는 중단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 일진일퇴 공방전을 반복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금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은 오는 7월부터 바젤3 최종안을 시행하면서 금을 '고유동성 자산(HQLA)'으로 인정한다. 금융기관은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고유동성 자산 비중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기존에 금은 시장가치의 50%만 진정됐지만 이제 100%를 인정받는다.
DB증권 안회수 연구원은 "금이 HQLA로 인정되면 리스크 프리미엄이 낮아지기 때문에 자본 비율 부담이 줄어들고, 은행은 금 보유를 늘릴 유인이 된다"면서 "비달러권 국가에게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자산으로 재평가되며 글로벌 외환보유 포트폴리오에서 실물 금 보유 유인이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 이영주 연구원은 "실물 금이 현금·국채 등과 동등한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의 위상이 재정립될 것"이라며 "은행과 투자자의 금 수요 증가를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금협회(WGC) 집계를 보면, 올해 1분기 각국 중앙은행은 금 244톤을 매수했다. 지난해 4분기보다 줄어든 규모이지만 5년간 분기 평균 순매수와 비교하면 24% 증가한 수준이다.
또 중앙은행의 29%가 앞으로 12개월 동안 금 보유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혀 WGC 역대 조사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금 가격이 올해 말 3600달러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 하건형 연구원은 "과거 ETF 중심의 금 수요가 주도적이었던 시기와 달리 현재는 중앙은행의 실물 매수가 금 가격을 견인하는 구조로 변화했다. 이는 금이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를 넘어 전략자산으로써 재평가되는 흐름을 의미한다"면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