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이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 전반이 미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경기 하방 위험', '둔화 시사' 등 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하던 수준을 넘어 한국 경제가 약화된 상황을 직접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KDI는 10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6월호'에서 한국 경제를 "건설업이 부진한 가운데, 미국 관세인상으로 수출도 둔화되면서 경기 전반이 미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간 KDI는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된다"(1월호),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는 모습"(2월호),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3월호), "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4월호) 등 '경기 하방'을 반복해서 우려해왔다.
더 나아가 전월에는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 하방이 실제 지표로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에 이번에는 '경기 전반이 미약하다'고 경기가 악화된 상태를 더 확실히 강조한 것이다.
경기가 미약한 이유로 KDI는 "건설투자가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한 가운데, 수출도 둔화 흐름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건설투자가 부진한 탓에 내수 회복이 제약되고 있고, 생산 증가세도 건설업에 발목이 잡혀 힘을 얻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미 지은 건설기성은 지난 4월 20.5%나 감소해 전월(-16.3%)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건설기성은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건설업이 부진한데다 내수와 밀접한 서비스업 생산도 0.7%에 그쳐 전산업생산도 0.4%의 낮은 증가율에 그쳤다.
또 자동차의 대미(對美) 수출이 크게 감소하는 등 미국 관세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이 둔화되는 점도 골칫거리다. 지난달 수출은 1.3% 소폭 감소했고, 연휴 등을 감안해 일평균 기준으로 봐도 1.0%의 낮은 증가율에 머물렀다.
다만 KDI는 반도체 수요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반도체 생산, 수출 및 관련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전월까지는 "소비자심리 위축이 지속", "대내외 경제심리가 위축"됐다며 소비자, 기업 심리가 살아나지 못하던 점을 지적했지만, 이번에는 "국내 정국불안이 완화되고 미중 무역합의가 이루어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표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12.3 내란으로 급락한 이후 줄곧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던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5월 101.8로 기준치(100)을 넘어설 정도로 회복됐다. 또 6월 기업경기전망지수(BSI)도 전월 66.0에서 71.0으로 큰 폭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KDI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추가 인상 및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미중 무역합의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됐지만, 글로벌 통상 관련 불확실성으로 주요국의 경기 하방 압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