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으로 중동 지역을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와 석유화학, 해운 등이 단기적으로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산업 전반에 부담을 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수출 비상대책반 회의 등을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세계 원유 31%가 중동 생산…정유·석유화학 업계 얼음
1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날 새벽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을 비롯한 표적 수십 곳에 선제타격을 단행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란이 이번 공습을 '레드라인'(자국 핵시설 공격)을 넘은 것으로 간주하고 대규모 보복을 시사하면서 사태가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지역이자 세계 원유 생산량의 31%가량을 차지하는 중동 지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며 원유 가격이 급등 조짐을 보이자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날 정오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 당 76.8달러(브렌트유 기준)로 직전 거래일 기준 10% 이상 급등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가 상승 시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원유 도입 비용 증가라는 반대 급부가 바로 이어진다.
원유 가격 상승은 석유 화학 원료인 나프타 가격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이미 불황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 입장에선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중동지역을 거쳐 가는 국내 운송 업계에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중동 노선을 운용 중인 HMM 등 국내 해운업계는 중동 사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분위기다.
국내 선사들은 이스라엘이나 이란에는 기착하지는 않지만, 두 국가 간 전쟁이 확산해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경우를 대비해 우회 노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잇단 대책회의…."수출기업 애로해소 최선"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관련 경제안보 긴급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도 대책회의를 열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13일 서가람 무역정책관 주재로 수출 비상대책반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우선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 등에 대비해 이스라엘이 항구 운영을 중단하고 항공기 공역을 폐쇄하는 등 현지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지역 내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해당 산업부는 지역 수출입 동향을 지속해 모니터링하면서 수출 영향의 최소화를 위해 필요한 지원 대책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산업부와 코트라, 무역협회 등 유관 기관이 협력해 중동 지역 수출 피해 기업 유동성 지원, 중소기업 전용 선복 제공, 공동 물류센터 확대 등 기존 지원 대책을 추진하는 속에서 물류 경색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임시 선박 투입 등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한다.
서 정책관은 "대중동 수출 비중은 작년 기준 전체의 2.9%로 크지 않지만, 유가와 물류비 상승 등을 통해서 우리 수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며 "수출과 해상 물류 등의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수출 기업 애로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창현 자원산업정책국장도 서울 중구 한국가스공사에서 관계기관과 업계, 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긴급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상황을 점검했다.
산업부는 현재까지 국내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도입에는 차질이 없는 상황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동 인근에서 항해·선적 중인 유조선과 LNG 운반선도 모두 정상 운항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국내 원유·LNG 도입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산업부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와 함께 국내 석유·가스 비축 현황을 확인하고, 업계의 비상 대응 계획을 점검할 방침이다.
윤창현 국장은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가스의 중동 의존도가 높아 중동 상황은 우리 에너지 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이번 공습이 국내 석유·가스 수급 및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고 필요시 국민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업계, 기관이 원팀으로 신속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