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효주 아나운서 제공"살다가도 죽고, 죽었다가도 살아나는 스포츠. 100경기가 훌쩍 넘는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유일한 스포츠. 그래서 필요한 건 일희일비 않는 긴 호흡. 패배는 대수롭지 않게, 승리 역시도 담담하게."(2024년 3월 24일)"팀의 승리만을 위해 마운드에 오르지 않습니다. 리그의 흥행을 위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 위해, 영향력이 되기 위해 마운드에 오릅니다. 세상의 기대와 싸워 만들어낸 숫자 100, '99'에서 하나 더한 이 숫자가 더 큰 의미를 담고 더 짙은 울림을 주는 이유입니다."(2024년 4월 30일, 한화 이글스 류현진에게)"상대 수비나 우리 주자와 관계없이 타자가 오롯이 혼자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득점과 타점을 동시에 올리는 유일한 방법, 홈런.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낸 야구 천재가 가장 자신 있는 방식으로 또 한 번 전설을 넘어서고, 새 역사를 쓴 날."(2024년 6월 1일, SSG 랜더스 최정에게)오효주 아나운서는 지난 12년간 KBS N SPORTS 소속으로 여러 야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유독 기억에 남는 방송 코너가 있다고 했다.
바로 작년에 진행했던 '오늘의 야구'다. 날마다 '아이러브베이스볼' 방송이 끝날 때쯤 오 아나운서가 경기 중 주목할 만한 인물 혹은 순간들을 짧게 요약해 정리하는 코너였다.
오효주 아나운서 제공
실제로 오 아나운서의 절묘한 멘트들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일부 팬들은 오 아나운서에게 '오늘의 야구' 멘트를 모아 책으로 출간해 달라는 요청을 했을 정도다. 심지어 멘트의 주인공이 된 몇몇 선수들은 직접 고맙다는 연락까지 해왔다.
오 아나운서는 최근 CBS노컷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해당 코너에 대해 "생각보다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떤 분들은 그 멘트들을 모아서 책을 써 달라는 다이렉트 메시지(DM)을 보내시기도 했다"고도 말했다.
특히 한 팬으로부터 "일희일비의 기록들은 금세 사라지겠지만, 리그의 하루하루에 대한 단상을 기록하는 건 꽤 울림이 있을 것 같다"며 "이 글들이 모여 출간되기를 바란다. 기대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밖에도 "하루 끝에 올려주시는 '오늘의 야구' 글들을 잘 읽고 있다", "안 올라오면 기다린다", "어떻게 야구를 보고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야구가 더 소중하도록 만들어주고 계셔서 감사하다" 등의 메시지도 왔다.
오효주 아나운서 제공작년 4월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던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후 나온 오 아나운서의 멘트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날 오 아나운서는 1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베테랑 서건창(KIA 타이거즈)을 향한 멘트를 남겼다. 서건창의 홈런은 무려 560일 만이었다.
"좌절하느냐 재기하느냐. 운명이 아닌 선택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젠 끝났을 거라는 비웃음. 그렇게 숱하게 무너졌을 자존심과 자존감. 그럼에도 재기를 선택한 그는 스스로, 보란 듯이, 일어났습니다."오 아나운서의 멘트는 한 야구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감동이다", "서 교수님을 응원하게 된다"는 등의 반응을 끌어냈다.
선수들이 직접 오 아나운서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오 아나운서는 작년 8월 9일 방송에서 데뷔 20년 만에 첫 월간 MVP를 수상한 강민호를 향해 한마디를 남겼다.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받은 월간 MVP. 시대를 대표했던, 그리고 여전히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포수의 첫 수상. 낮은 자세로 투수의 공을 받는 포수의 자리처럼 겸손의 미덕으로 오랫동안, 여전히 잘하는 베테랑. 스타가 되는 것보다 어려운 건 본받고 싶은 사람이 되는 거라는 말처럼 그 어려운 걸 계속 해내는 리빙레전드."오 아나운서에 따르면, 강민호는 자신을 향한 멘트에 "멋지다. 잘 읽었다"며 "감동이다. 다음에 책 쓸 때 불러달라"는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또 한화 이글스 투수 박상원도 오 아나운서에게 "오늘의 야구 그 한마디에 되게 좋은 말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오효주 아나운서 제공이에 대해 오 아나운서는 "창작의 고통을 느끼는 시간도 있다. 하지만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뿌듯하다"며 "야구장에서 배운 삶을 글에 녹여낸 것을, 야구장에 계시는 많은 분들이 느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야구라는 스포츠가 나에게는 일, 사람들한테는 즐길 것이어도 좋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멘트를 창작했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