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는 4조원대 영업이익을 낸 가운데 갤럭시 스마트폰 판매 호조가 실적을 방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재고 충당과 미국의 대중(對中)제재 영향 등으로 실적이 일시적으로 악화된 것이라고 설명하며 하반기부터는 점진적 수요 개선 등을 통한 실적 반등을 예고했다.
다만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 및 반도체, 스마트폰에 대한 품목 관세 부과 위험은 여전해서 관세 부과가 현실화 되면 실적 타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익 4.6조…반도체 부진에 반토막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삼성전자는 8일 연결기준으로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4조 6천억원의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0.09%, 영업이익은 55.94% 줄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6.49%, 영업이익은 31.24%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매출은 76조 2119억원으로 잠정실적은 이를 소폭 하회했지만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6조 1832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어닝쇼크'(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는 실적)는 반도체 사업 부진과 그에 따른 대응이 주효했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실적에 재고자산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미리 손실로 인식해 처리하는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을 크게 낮췄다.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은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통틀어 총 수천억원 규모로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면 5조원대 영업이익이 나왔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 설명자료에서 "DS는 재고 충당 및 첨단 AI(인공지능)칩에 대한 대중 제재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이익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모리 사업은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같은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으나, 개선된 HBM(고대역폭메모리) 제품은 고객별로 평가 및 출하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사업 부진이 이어가는 가운데 전 사업 부문에 걸쳐 원/달러 환율 하락과 관세 등도 실적 부진을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를 포함한 비메모리 부문과 낸드는 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고부가 제품인 HBM은 '시장의 큰 손'인 엔비디아 퀄 테스트(제품 품질 평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DS부문의 영업이익을 1조원대로 보고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 판매 호조가 실적 방어
연합뉴스DS부문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스마트폰 판매 호조가 실적을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MX(모바일경험)·네트워크사업부 2조원대로 추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점유율 18%를 차지하며 1위를 유지했다.
'갤럭시S25'는 개선된 AI기능 등을 앞세워 역대 갤럭시 시리즈를 통틀어 최단기인 21일 만에 국내에서 100만대 판매량을 달성했다.
조만간 공개될 예정인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부터 삼성닷컴에서 진행 중인 새로운 갤럭시 사전 구매 알림 신청 참여자가 14일 만에 16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오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갤럭시 언팩2025'에서 갤럭시 Z 플립·폴드 7 등 폴더블 신제품을 공개한다.
갤럭시 판매 호조에 힘입어 MX사업부는 올해 상반기 사업부 중 가장 높은 성과급을 받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올해 상반기 '목표달성 장려금'(Target Achievement Incentive, TAI) 지급률을 공지했는데 MX사업부의 지급률은 75%로 책정됐다.
'2분기 바닥론' 나오지만 녹록지 않아…트럼프發 리스크 여전
삼성전자 실적은 2분기에 저첨을 찍고 하반기부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업황 기대가 커지고 있고, 반도체 불황기에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온 모바일과 디스플레이도 성수기에 진입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DS부문은 "하반기는 점진적 수요 회복에 따른 가동률 개선으로 적자 축소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하반기에도 미국발 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등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관세 부과를 오는 8월 1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한 달 정도 시간을 벌었지만 당초 예고된대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에 대해 25% 상호관세가 부과된다면 추가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관세도 언급했는데 이 역시 현실화될 경우 실적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어닝쇼크에도 3.9조 자사주 매각 발표에 '6만전자'는 유지
연합뉴스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잠정실적을 발표한 직후 자사주 10조원어치 매입 계획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1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두차례에 걸쳐 각각 3조원어치를 매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남은 3조 9119억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고 밝히며, 이 중 2조8119억원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소각하고, 1조 1천억원은 임직원 상여 지급 등 주식기준보상을 위해 사용한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는 자기주식 소각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시점을 정해 시행할 계획"이라며 "주식기준보상을 위한 자기주식 처분 시점과 주식 수 등은 향후 이사회에서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자사주 소각 방침 발표로 삼성전자 이날 주가는 6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