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정부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서 서울 전 지역을 3중 규제지역으로 묶는 '초강력' 규제를 내놓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얼어붙는 빙하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전례 없는 강도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규제만으로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비관론도 여전하다.
서울·경기 일부지역 사상 초유의 3중규제로 거래 급감 불가피

정부는 15일 공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서 기존 규제지역인 강남3구와 용산구 등 4곳의 규제지역을 포함한 서울 전 지역과 경기지역 12곳(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시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정부는 여기에 이들 규제지역 전체를 내년 12월 31일까지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경기지역 27곳이 조정·투과지역과 함께 토허구역까지 '삼중 규제지역'으로 묶어버렸다. 정부의 이같은 3중규제 정책으로 당장 9월들어 불장 조짐을 보였던 이른바 '한강벨트'와 강남3구, 그리고 그 주변부의 주택거래는 급감이 불가피해 보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사실상 강남권과 한강변 일대는 담보물건의 건전성 가치와 상관없이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되며 고가주택 수요 억제와 가계부채 관리가 한층 강화됐다"며
"서울 강남권과 한강 벨트의 포모(FOMO:기회를 놓치거나 소외될까 두려워하는 심리적 현상) 및 패닉바잉 수요 거래가 일부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일단 불장이 일시적으로 주춤해지겠다"고 전망했다.
6.27 대책에 이은 더 강력한 금융 규제 폭격
연합뉴스6월 서울 아파트 불장을 잠시 진정시켰던 6.27 부동산 대책 때 효과를 본 경험을 살려 금융 규제도 더욱 강력해졌다. 6.27 대책 때 6억 원으로 묶인 수도권과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주택 가격 수준에 따라 차등을 두기로 했다. 25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대출 한도가 2억 원으로 조정된다. 15억 원을 초과하고 25억 원 이하인 주택은 4억 원, 15억 원 이하는 현행 6억 원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대출 문턱을 낮추는 한도 차등 적용은 오는 16일부터 바로 시행된다.
수도권과 규제 지역 내 주담대에 한해 스트레스 금리를 1.5%에서 3.0%로 상향 조정한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던 전세대출도 '1주택자(소유주택의 지역 무관)'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임차인으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전세대출 이자상환분을 DSR에 반영토록 했다.
강력한 금융 규제가 단기 과열을 억제하고 투기수요를 차단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금융 규제 강화로 대출 레버리지에 의존한 투기수요를 빠르게 차단할 수 있고 특히 전세대출 이자 부분의 DSR 적용은 과도한 전세가격 상승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적 거래 급감, 상승세 차단 효과는 있을 것, 주택시장 안정까지는?
연합뉴스부동산전문가들은 대책의 강도가 강력한 만큼 즉각적인 상승장 진정 효과는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강력한 강도 만큼이나 뒤따르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강력한 금융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 유동자금량이 4천조를 넘기는 등 통화가 너무 풀려 있고 강력한 규제에 뒤따르는 풍선효과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비규제지역을 피해 이동하는 풍선효과로 인해 경기 외곽이나 입주 물량이 부족한 지역, 교통 및 택지개발, 정비사업이 포진한 수도권 호재지역으로 수요이전이 있는지 주의의 끈을 놓치면 안된다"고 충고했다.
강력한 규제로 실제로 주거가 시급한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급증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DSR(스트레스 금리 인상 포함) 및 LTV 강화 규제는 실수요자의 자금 마련을 어렵게 하는 반면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성격이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전반적인 거래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특히 수도권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와 무주택 청년·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강한 규제책의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이었던 6.27 대책의 효과도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를 통해 거래를 억제하면 단기적으로 효과는 볼 수 있지만 '그럼 언제까지 억누를 건데?'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따라붙기 마련"이라고 우려했다.
공급대책이 빠졌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번 대책에 공급 확대 정책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빠지고 금융 규제 위주로 짜여진 점이 아쉽다"며
"일시적인 안정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다시 또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