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제공 미국 문단이 주목하는 젊은 작가 리타 불윙클의 첫 장편소설 '헤드샷'이 출간됐다. 주먹으로만 대화하는 여덟 명의 십 대 여자 복서들의 세계를 압도적인 리듬과 내면의 울림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헤드샷'은 2024년 출간과 동시에 부커상 롱리스트, 퓰리처상 픽션 부문 최종 후보, 더블린 국제 문학상 롱리스트에 오르며 평단과 독자를 동시에 사로잡았다. 버락 오바마, 뉴욕 타임스 북 리뷰, 타임, 가디언 등이 선정한 '올해의 책'에 이름을 올리며 "미국 문학에 의미 있는 새로운 목소리의 등장"(뉴욕 타임스 북 리뷰)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소설의 배경은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복싱 대회 '도터스 오브 아메리카컵'. 단 이틀 동안 펼쳐지는 결승전에서 미국 최고의 10대 여자 복서 여덟 명이 맞붙는다. 이들은 서로 말 한마디 섞지 않고, 오직 주먹과 숨, 땀으로만 소통한다. 저자는 "글러브가 부딪치는 소리 말고는 다 소음일 뿐"이라는 한 문장으로 복싱의 폭력과 고요를 동시에 포착한다.
작품은 단순한 스포츠 서사를 넘어 인간 존재의 고립과 연대를 탐구한다. 경기 중간중간 복서들의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며, 각 인물은 상처와 욕망, 세상과의 관계를 재정의한다.
폭력과 훈련, 고통의 반복 속에서 이들은 패배를 통해 성장하고, 고립 속에서 자신과 마주한다. 복싱 장면은 사실적이면서도 시적이다. "훈련의 목적은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라는 문장처럼, 불윙클의 문체는 주먹보다 날카롭고 명상보다 깊다.
리타 불윙클은 복싱을 '자기 탐구의 무대'로 바꾸어 놓는다. 소녀들은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싸우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을 깨닫고 세계를 이해한다. 복싱이라는 남성적 스포츠의 틀 안에서 여성의 신체와 정체성을 탐구하며, '여자 복서'라는 상징을 넘어 '살아 있는 인간'의 내면을 드러낸다.
소녀들은 경기를 마친 뒤에도 복서로 남지 않는다. 약사, 배우, 웨딩플래너, 교직원 등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미래는 링 밖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여덟 명의 소녀들이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며, 동시에 그 누구보다 서로에게 가까운 존재로 남는 장면은 '경쟁의 급진적 친밀함'을 드러내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리타 불윙클 지음 | 박산호 옮김 | 민음사 | 3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