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항암제 시장 1·2위 사업자를 하나로 묶는 보령의 기업결합에 제동을 걸었다. 인수 자체는 허용하되, 기존 사업을 매각한 뒤에 인수를 진행하라는 취지다.
공정위는 보령이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로부터 항암제 '탁소텔(Taxotere)'의 국내·외 판권과 품목허가권 등을 양수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했다고 4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령이 보유한 '도세탁셀(docetaxel)' 성분 제네릭 항암제 '디탁셀' 사업을 제3자에게 매각하라는 명령이다.
이번 거래는 국내 도세탁셀 성분 항암제 시장 2위 사업자인 보령이 같은 성분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탁소텔을 인수하는 수평결합이다. 탁소텔은 유방암 치료 등에 널리 사용되는 항암제로,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목록에도 올라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도세탁셀 항암제 시장에서 사노피는 점유율 64.7%로 1위, 보령은 13.8%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양사가 결합하면 합산 점유율은 최대 78.5%까지 올라가 압도적 1위 사업자가 된다. 반면 나머지 경쟁사들은 모두 점유율 7% 미만에 그친다.
보령은 탁소텔 인수 후 직접 생산에 나설 경우 '1사 1제품 원칙'에 따라 자사 제품인 디탁셀의 품목허가를 반납할 계획이었다. 공정위는 이 경우 시장에서 2위 제품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경쟁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보령과 사노피가 수년간 시장 1·2위 사업자로 경쟁해 온 가장 밀접한 경쟁자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보령은 2023년 국내 최초로 무알코올 도세탁셀 제품을 개발하는 등 품질 경쟁을 벌여왔는데,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하면 이러한 경쟁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경제분석 결과도 경쟁 제한 우려를 뒷받침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이후 가격이 4.6~9.3% 오르고 소비자 후생은 연간 33억 8천만~77억 8천만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보령이 디탁셀 사업을 6개월 안에 제3의 제약사에 매각하도록 했다. 필요할 경우 최대 6개월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매각 대상에는 품목허가권, 영업자료, 기술자료 등 사업 운영에 필요한 모든 자산이 포함된다.
또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 디탁셀 생산·공급 중단이나 탁소텔 전환 유도 행위를 금지하고, 매각 이후에도 새 사업자가 요청하면 완제품 공급과 기술 지원을 제공하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되는 항암제 시장에서 경쟁 감소와 소비자 후생 감소를 사전에 차단한 조치"라며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 간 가격·품질 경쟁이 유지될 수 있도록 시정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