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노 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과천=박종민 기자[앵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오늘(4일) 사퇴했습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가 서울 송파구 14개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50개였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출입하는 이은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방금 전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발표가 있었네요?
[기자]
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일어난 지 이틀 만인, 조금 전 오후 4시쯤 모습을 드러낸 건데요. 서울시장 선거 개표가 오후 3시 20분쯤 100% 완료되자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참정권이라는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침해하는,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사과했고요. 선관위 사무처를 총괄하는 허철훈 사무총장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서트/노태악 선관위원장: "투표 참여로 보여주신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손상시켰습니다. 나아가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여 선거 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참담함과 함께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선관위는
이르면 다음 주 수요일(10일)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모두 외부인으로 구성해서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했고요. 진상 조사를 통해서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 문제점과 대응과정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태악 위원장은 또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등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며 "결과에 따라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결코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2일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중랑구 선거관리위원회 개표소에서 관계자들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투표지분류기 최종 모의시험 및 점검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앵커]
오늘 선관위가 새롭게 밝힌 내용은 없나요?
[기자]
구체적인 내용은 방금 말씀드린 대로 외부 진상조사위가 조사할 거 같고요. 다만 오늘 선관위가 밝힌 것 가운데 새로운 사실 몇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실제로 부족했던 투표소는 서울 송파구 14곳을 포함한 50곳이라고 합니다.
이 중 투표지가 없어 투표가 잠시 중지됐다가 재개된 투표소는 22곳이었다고 하고요. 그러니까, 알려진 것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더 많이 발생했던 겁니다.
[앵커]
하지만, 문제가 됐던 송파구의 경우도 전체적으로는 투표용지가 남았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도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모자랐다는 건데, 결국 인쇄가 덜 된 문제보다는, 인쇄돼 있는 투표용지가 제대로 공급이 안된 게 보다 근본적인 문제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는데요.
[기자]
바로 그 지점입니다. 이 부분 역시 진상조사로 밝혀야 할 부분인데요.
다만 실마리가 있습니다. 오늘 선관위가 발표한 설명 자료에는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투표용지 부족상황이 발생했을 때 투표용지를 이송하는 구체적 절차를 마련하지 못하여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는 부분입니다. 결국 여분의 투표지를 준비는 하게 해 놓고, 막상 이를 원활히 공급하는 체계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송파구의 경우도, 송파선관위에서 투표용지 여분을 가지고 있다가 각 투표소에서 모자랄 경우 제때 공급해줘야 하는데, 바로 수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았던 겁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 선관위측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선관위 직원이 많지 않았고, 또 일부 직원들은 개표소로 이미 이동해서 투표지 부족 문제에 대해 현장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결국 이 이송 절차의 문제 부분이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밝혀야 할 핵심 내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사실 투표용지를 충분히 인쇄해 놓으면 굳이 이송할 필요도 없는 건데, (선거인 수의) '몇 %'만 인쇄하라는 지침을 놓고도 말이 많던데요. 어떤가요?
5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 모인 보수성향 시민들이 밤새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함 반출을 저지하며 재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기자]
네.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율이 상승세인 점을 감안해 본투표 용지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분량을 산정했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2022년 지방선거 투표율이 50.9%로 저조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앞두고 구·시·군 선관위별로 전체 선거인 수의 '50%'를 인쇄 최저선으로 잡은 지침을 배포한 건데요. 사전투표는 현장에서 바로 발급이 가능하니까, 본투표 용지를 유권자 절반 정도 확보해두면 부족하지 않을 거라고 계산했다는 겁니다.
본투표지를 최저선 50%로 준비한 송파구는 사전투표 분량까지 더하면, 결국 총선거인의 73.3%를 인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건데요.
송파구 최종 투표율이 66%기 때문에, 사실 구내 용지는 오히려 남았다는 계산이 나오거든요.선관위는 이에 대해
"구 전체로는 투표용지가 부족하지 않았지만 관내 146개 투표소마다 투표지 편차가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결국, 또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구체적인 이송 절차도 구비돼있지 않았던 문제로 다시 귀결됩니다.
[앵커]
투표지 인쇄를 최소화하려 했던 게, '부정선거론'을 과도하게 의식했던 이유도 있었다면서요?
[기자]
네, 잔여 용지가 많이 남으면, 이를 선관위에서 일정 기간 보관하다가 특수 파쇄를 거쳐 폐기해야 하는데 선관위 입장에선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 되는 거고요. 이에 더해서
일부 극우 유튜버나 부정선거론자들의 주장 논거로 악용되기도 했다는 게 선관위의 주장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부정선거론을 잠재우려다가, 오히려 불을 붙인 꼴이 된 거죠.
장동혁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6.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김민수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앵커]
야권에서는 현재 '특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오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송파구 개표소와 서울시선관위, 중앙선관위를 연이어 찾으며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 위원장 등을 형사 고발한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개혁신당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앵커]
선관위원장 사퇴에도 여진이 길어질 거 같네요. 지금까지 정치부 이은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