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리브르강대한 로마 제국은 왜 무너졌을까. 찬란했던 마야 문명은 왜 사라졌을까. 전쟁, 재난, 외부 침략 같은 극적인 사건 때문만은 아니었다면 문명 붕괴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조지프 A. 테인터의 '복잡 사회의 붕괴'는 이 오래된 질문에 뜻밖의 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사회가 무너지는 이유를 도덕적 타락이나 우연한 재난에서 찾지 않는다. 사회가 너무 복잡해지고, 그 복잡한 체계를 유지하는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질 때 붕괴가 시작된다고 본다.
책의 핵심은 단순하다. 사회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더 많은 조직과 제도, 기술과 행정을 만든다. 인구가 늘면 식량 생산 체계를 키우고, 외부 위협이 커지면 군대를 늘린다. 세금과 법, 관료 조직도 복잡해진다. 처음에는 이런 복잡성이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고, 얻는 효과는 점점 줄어든다.
저자는 이를 '한계 수확 체감'으로 설명한다. 쉽게 말해 처음에는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더 많이 투자해도 돌아오는 이익이 줄어드는 현상이다. 저자는 이 원리가 농업이나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적용된다고 말한다.
로마 제국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로마는 넓은 영토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군대와 행정 조직, 세금을 필요로 했다. 제국은 커졌지만 그만큼 유지 비용도 커졌다. 재정을 메우기 위해 화폐 가치를 낮추는 방식까지 동원했지만, 부담은 결국 백성에게 돌아갔다. 사람들이 더 이상 제국을 지킬 이유를 느끼지 못할 때 로마의 힘은 안에서부터 약해졌다.
마야 문명과 차코 문명도 책의 주요 사례다. 이 사회들 역시 환경과 자원, 정치적 경쟁 속에서 점점 더 복잡한 체계를 만들었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 그 복잡성이 더 이상 해법이 되지 못했다. 협력보다 경쟁과 약탈이 커지고, 사회를 묶어두던 힘은 약해졌다.
책이 말하는 붕괴는 세상이 한순간에 끝나는 장면이 아니다. 중앙 권력이 약해지고, 법과 행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교역과 국방 체계가 흔들리는 과정이다. 사람들은 더 큰 사회 시스템에서 벗어나 작은 단위의 삶으로 돌아간다. 저자는 이를 파국이라기보다 복잡성이 낮아지는 과정으로 본다.
저자는 현대 산업 사회도 예외가 아니라고 말한다. 새로운 기술과 에너지가 위기를 늦출 수는 있지만, 복잡한 사회를 유지하는 비용은 계속 늘어난다. 세계 각국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 나라만 복잡성 투자를 멈출 수도 없다. 그래서 현대 사회의 붕괴 가능성은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지프 A. 테인터 지음 | 이대희 옮김 | 에코리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