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의 어느 날,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싱어송라이터 해파를 만났다. 해파 제공약 4년 만에 나온 해파의 두 번째 정규앨범 '건강한 사회의 일원'에는 총 10곡이 실렸다. 해파는 이번에도 전 곡 가사를 직접 썼다. 해파의 가사를 유독 좋아하는 팬들과 청자가 있지만, 정작 해파는 평소 가사를 수월하게 쓰는 편은 아니라고. "공을 들여 느리게 발전"시키는 쪽에 가깝다.
6월 초,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만난 해파에게 가사를 잘 쓰기 위해 애쓰는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해파는 "예전에는 그런 적이 있다. 가사 쓰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시집을 읽었다"라며 웃었다. 시집에는 일상생활에 쓰이지 않는 표현이 예상보다 많았다. 지금은 "문득 생각나는 단어가 있으면 메모를 해 놓는"다.
해파는 "문구를 써놓고 던져둔다든지 가사 쓴다고 했을 때 그것들을 되돌아보면서 뭔가 쓸만한 모티프가 있나 하고 찾아보는 편인 거 같다. 그러니까 저는 가사를 되게 직설적으로밖에 못 쓰는 거 같다. 뭔가 아름다운 비유를 쓴다거나 위안이 되는 말을 한다거나 그런 거를 어려워하고 가사도 좀 무뚝뚝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편인 거 같다. 근데 인제 '그게 내 스타일이야' 하고 받아들였다"라고 밝혔다.
세 번째 편에선 앨범 수록곡 10곡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1. '건강한 사회의 일원' : "목표는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입니다"
그 문장을 좋아해요.
2. '자백' : "그러게 날 사랑했어야지 날 인정했어야지 날 용서했어야지"
약간 악플러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쓴 노래예요. 뭔가, 약간 못난 마음? 못마땅해하는 마음이죠. 이 사람을 위에서 간파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 마음 밑에는 '나도 좋아해 주지. 그럼 나도 이렇게 못되게 생각 안 하지' 하는 거예요. 안에 있는 걸 드러내는 역할을 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해서 좀 마음이 갔고요.
3. '아주 즐거운 나의 집' : "너의 죄는 나의 죄 나의 부모의 죄 하늘에 계신 부모의 부모의 부모의"
'건강한 사회의 일원'과 비슷하게 약간의 해방감, 통쾌함, 시원함 같은 걸 느꼈던 것 같아요. 저는 고통의 파이 중에서 가족에서 오는 고통이 좀 큰 사람이거든요. 그걸 조금 가사에 풀어냈어요.
4. '흉내내기' : "멋지고 싶어서 멋지고 싶어서 우리 마음이 변치 않길 바래서"
나 멋져 보이고 싶어서 지금 이런 행동을 하고 이렇게 살고 있어. 나 멋져 보이고 싶어서 계속 음악도 만들고 공연도 하고. 최근에 '인디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뭐라고 생각하세요?'란 질문을 봤어요. 인디 신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것이, 내가 메인 스트림(주류)보다 멋지다는 마음이 있을 거 아니에요. 이 곁다리로 가는 사람들의 이, 이 마음이 변치 않길 바란다는 마음이 있을 것 같아요.
해파는 수록곡 10곡 전 곡 가사를 썼다. 해파 트위터5. '꿈에서' : "천박한 세상은 뒤로하고 조그만 비밀의 문을 열고"
살면서 느꼈던 게 그리고 막 몸서리를 쳤던 게 있어요. '아, 세상은 너무 천박해!'라는 생각이 들 때예요. 아우! 천박해! 하면서 그거에 막 부들부들 떨 때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전쟁이 났는데 여기(특정 주식 종목)에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를 할 때? 이 천박한 세상에서 조금 벗어나서 우리는 우리만의 좋은 시간을 가졌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는, 이 이야기를 한 것이 좋았어요.
6. '씨앗' : "닳고 닳고 닳아서 가장 단단한 심지만 남았으면 좋겠어 내게"
제가 계속하고 있는 생각인 거 같아요. 처음에 제가 공연하거나 앞에 나서거나 어떤 일을 할 때도 너무 불안하고 떨리고 무섭고 마음이 힘든 게 너무 컸거든요. 내가 빨리 여러 번의 공연을 해 보고, 이 불안함이 좀 닳고 없어져서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을 가지고 제게 '쉬~ 괜찮아' 하기 위해 만든 노래이거든요. 그래서 이 문장이 마음에 남는 문장이고요.
7. '고치는 마음' : "받아들이자 질리지 말자 지치지 말자 영원히 살자"
이 부분이 원래 없었어요. 근데 이게 없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어? 어떻게 이게 없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저는 약간 빈말하는 걸 잘 못해서 (가사로) 이런 말 하면 약간 찔려요. 저는 지치는 사람이고,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질리기도 쉽게 질리거든요. 나도 못 하면서 (가사를 쓰니) 약간 찔렸죠. 평소에 '너를 지켜줄게' '너의 뒤에서 있을게' 이런 가사를 보면 어떻게 저런 약속을 하지? 싶어요. 제 가사에는 그런 맹세 같은 걸 못할 것 같은 거예요. 가사에서도 빈말 쓰면 좀 찔리는 스타일인데 여기서는 좀 빈말을 하고 싶었어요. 말이 먼저 나오고 내가 (행동으로) 따라갈 수 있는 거 같아서, 빈말을 썼지만 좀 맘에 드는 빈말인 느낌?
8. '코미디 탐험대' : "눈먼 웃음을 찾아 샅샅이 뒤져보자 찾으면 나눠 갖자"
이 말이 가장 좋은데 음… 약간 보물찾기를 하듯이 뒤져서 찾으면 우리 나누는 거야! 이런 식으로 하는 농담을 캐내는 것처럼, 만드는 장면을 생각하면서 썼는데 그게 참 좋은 거예요. 저는 누군가랑 인사이드 조크 같은 게 생겼을 때 난 이 사람이랑 친하구나 해요. 단체로 있을 때 이 사람이랑 눈 마주치고 할 수 있는 그런 상황들을 되게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우리만의 농담을 발견하자! 그런 것이 좋았고 처음에는 제목을 어떻게 붙일까 고민했어요. 원래 '농담'이었는데 시트콤이나 코미디 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게 어떨까 해서 '코미디 탐험대'라는 게 붙여졌어요.
9. '크고 거슬리는' : "소리를 마음껏 내는 상상을 해"
그 상상만 해도 뭔고 시원해지고, 통쾌하고 시원하고 응어리가 풀려요. 해방감이 들어요. 그러려고 노래를 만드는 거 같기도 하고요. 이거를 공연에서 부를 때도 '마음껏 내는 상상을 해' 할 때 확 내려가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10. '안전지대' : "갑자기 외롭단 생각이 들어서 널 만나러 가는 상상을 했어 너는 나를 반기겠지"사후 세계는 존재해야 한다고 봐요. 내가 죽자마자 고양이가 나중에 마중 나와야 해~ 하는 생각으로 썼어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