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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김성아 연구원 "고립청년 54만 명, 현실판 '오징어 게임' 중" ②김수영 교수 "자기경영에 빠진 청년들, '풍요로운 고립'에 갇혔다" ③오찬호 사회학자 "요람에서 무덤까지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 ④8050 넘어 '9060 재앙' 맞은 일본…"이대로면 한국도 위험" (계속) |
#2018년 겨울,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한 아파트에서 82세 어머니와 52세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노모가 먼저 숨을 거두자, 홀로 남겨진 50대 딸이 약 보름 후 영양실조와 저체온증으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30년 가까이 히키코모리로 지낸 딸은 집에 현금이 있었음에도 집을 벗어나지 못한 채 아사했다. '동거 고독사'라는 새로운 사건이 등장했다.#2023년 가나가와현에 사는 60대 무직 남성이 부친의 시신을 6개월간 방치하는 일이 발생했다. 2024년 간토 지방에 거주하는 60대 무직 남성 역시 부친의 시신을 유기하고 연금을 부정 수령했다. 부모님의 연금과 돌봄에 의존해 지내던 자녀들이 장례를 치를 능력조차 없어 시신을 방치하거나 유일한 생계 수단인 연금이 끊길까 봐 의도적으로 죽음을 알리지 않은 것이다. 일본의 사회 문제로 떠올랐던 80대 노부모가 50대 히키코모리 자녀를 부양하는 '8050 문제'가 '9060 문제'로 악화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청년 고립·은둔 문제에 힘쓰는 오오쿠사 미노루 사회적협동조합 내비두 국제협력팀장은 "한국도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문제가 본격화된 것은 1990년대다. 버블경제 붕괴 후 '취업 빙하기'가 도래하자 다수의 청년들이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방 안으로 숨어들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00년대부터 공적 지원을 시작했으나, 사실상 해결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내각부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15~64세 가운데 약 146만 명이 히키코모리로 추산된다. 히키코모리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교 거부' 아동·청소년 수도 2023년 기준 약 34만 6천 명으로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오오쿠사 국제협력팀장은 일본의 실패를 "응급처치만 할 뿐, 근본적인 예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상적인 성공의 기준만 강요하는 획일적 사회 분위기와 남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는 '메이와쿠迷惑'('폐'를 뜻하는 일본어 단어) 문화 등이 결합하면서 은둔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라고 사정이 다를까? 정확한 실태 조사는 없으나, 청년기 고립이 중년까지 이어지는 추세가 꾸준히 관찰되고 있다. 2025년 '경기도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중장년(만40~64세) 은둔형 외톨이 중 과거에 은둔 경험이 있다고 말한 비율이 34.5퍼센트였으며, 최초 은둔시기는 30~39세(34.2%)와 20대(26.3%)가 많았다
'고독 死각지대, 고립청년' 기획기사의 후속으로 진행한 전문가 인터뷰. 네 번째 순서로 오오쿠사 미노루 사회적협동조합 내비두국제협력팀장에게 한·일 양국의 고립 문제와 은둔 장기화의 위험성에 대해 물었다.
일본의 50대 히키코모리. NHK 보도화면 캡처Q. 소통 단절, 저성장에 따른 경쟁 심화는 전세계적인 흐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러한 압박이 '고립·은둔'이라는 문제로 표출될까요?
A. '획일적인 문화'와 '정답이 정해진 삶'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단일민족에 가까워 획일적 문화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요. 여기에 과거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우리 사회에는 '좋은 삶'에 대한 일종의 표준 공식이 생겼습니다. 시대가 바뀌어 세상은 다양해졌는데,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의 성공 공식에만 갇혀 있는 셈입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정해진 삶을 강요하고, 그렇게 살지 못하면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겁을 주기도 합니다.
또한, 사회 전체에 능력주의가 만연해 있어 느리거나 실수를 하면 뒤처지고 배제됩니다. 아이들이 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는 구조입니다. 개성이나 개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비관용 사회'이다 보니, 뭐든지 제대로 해야 하고 "기본은 해야지"라는 말을 당연시하는데 그 '기본' 자체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모두가 같은 스토리를 살아야 한다는 동조 압력과 집단주의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경시되고 무시당하는 셈입니다.
사실 동아시아라고 해도 이런 은둔 고립 문제는 한국과 일본이 유독 독보적입니다. 제가 지금 사는 대만이나 중국의 경우 다양한 민족이 있어 확실히 삶에 대한 획일적 시각이 다르구나 하고 느끼고 있거든요. 물론 최근 중국에서도 대학 경쟁이 심화되며 은둔이 많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삶의 다양성과 관용이 상실되어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Q. 동북아시아 특유의 가족 문화와 양육 환경이 청년들의 고립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합니다.
A. 부모가 항상 옳고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아이들은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못 하고 발언권이 없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합니다. 최근에는 아이를 많이 낳지 않다 보니 한 아이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부담감도 더 극대화됩니다. 동시에 부모들은 바빠서 아이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그럴 여유가 없고, 아이 역시 공부나 학원 등 정해진 '코스'를 따라 해야 할 일이 많아 늘 바쁩니다.
서구권과 다르게 집안의 '은둔' 형태로 표출되는 결정적인 원인은 '가족주의'에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부모 자식 간의 동거가 많지 않은 나라에서는 사회에서 이탈했을 때 노숙인이 많이 발생합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부모와 자녀의 동거율이 아주 높습니다. 능력을 떠나 나를 받아줄 공동체가 사라진 상태에서, 청년들이 높은 동거율을 바탕으로 부모의 집안이라는 공간으로 숨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Q. 한국과 일본의 고립문제는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나요?
A.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들이 일본의 히키코모리에 비해 조금 더 말을 많이 한다거나,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고 자기표현을 하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원래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의 국민 정서에 기반한 스타일의 차이일 뿐, 고립과 은둔이라는 문제의 본질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봅니다.
양국 고립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은 '올바름과 긍정적인 것에만 집착하여 부정적인 것을 배제하는 어른들의 태도'에 있으며, 이 점은 한국과 일본에서 공통으로 널리 관찰됩니다. 한마디로 어른들이 '~해야 한다'는 집착이 너무나 강한 심리 상태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집착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사람을 늘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어른도 '긍정적인 삶에 대한 강박'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부모의 태도는 아이들에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항상 평가를 받는 '무한 검열'의 삶을 살게 합니다. 무엇을 해도 지적을 받다 보니,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나는 뭐든지 잘해야만 가치가 있고, 있는 그대로의 나는 인정받지 못하는구나'라는 무가치감의 신념이 생겨납니다. 이것이 일종의 저주처럼 작용하여, 결국 무엇을 해도 행복감을 느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Q. 일본 정부는 아주 오래전부터 히키코모리 문제에 다각도로 대응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고립 청년이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A. 한마디로 응급처치만 하고 있을 뿐, 근본적인 예방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은둔을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가 확실히 존재하는데도 정작 그 구조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 채 그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사후 뒤처리 대응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왜 외양간이 망가지는지 그 이유를 철저하게 알려고 하지 않으니, 새로 은둔의 길로 접어드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 수가 없는 것입니다.
AI 생성 이미지Q. 한국 정부는 지난 2023년 말, 처음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마련하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한국 정책의 가장 취약한 지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일본은 1970~80년대부터 민간이 먼저 움직였고 정부가 나선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였습니다. 그에 비하면 지금 한국은 민간의 움직임은 오히려 다소 미비하지만, 공공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빠른 편입니다.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기 때문에 성급하게 정책을 평가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가장 취약한 지점을 꼭 짚어야 한다면 '개념과 인재의 부족'입니다.
우리가 인식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사회가 이상하기 때문에 그 사회에 적응하려다 보니 사람이 이상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입니다. 고립과 은둔을 선택하게 된 사람들은 특히나 혹독한 상황 속에 놓여 있어서 마음이 이미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로 바라보는 것이 맞습니다.
(고립·은둔 청년을 고쳐 사회로 복귀시키는) 지금의 정책적 접근을 비유하자면, 우리는 펑크 난 자동차의 바퀴를 수리하는 임시방편에만 매달려 있는 꼴입니다.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면 바퀴를 고치는 동시에, 여기저기 가시밭 투성이인 우리나라의 '도로 자체'부터 뜯어고쳐야 합니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 역시 일본과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확률이 아주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Q. 일각에서는 고립·은둔 청년들을 잠재적 범죄자나 반사회적 성향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도 존재합니다. 실제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들의 범죄가 잇따라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며,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오해는 무엇입니까?명확히 짚어야 할 점은 이들이 관계를 맺지 못하는 '비(非)사회적 집단'이지, 사회를 공격하는 '반(反)사회적 집단'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들 중 일부가 가정 내에서 부모와 갈등하거나 부모의 정서적 공격에 대항해 방어적인 폭력성을 표출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들이 문밖으로 나가 대중을 향해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지극히 드뭅니다. 수십만 명의 고립 청년 중 극히 일부의 극단적인 사례를 가지고 집단 전체를 일반화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입니다. 실제로 일본의 연구 데이터를 보면, 히키코모리 집단의 중대 강력범죄율은 오히려 일반인보다 3배 이상 낮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들을 '위험인물'로 낙인찍고 사회적으로 배제하려는 시선입니다. 낙인과 격리는 고립을 심화시키고, 그들을 진짜 절벽 끝으로 내몰 뿐입니다.
Q. 은둔이 장기화될 때 우리 사회가 마주하게 될 문제와 비용은 무엇인가요?
A. 우선 부모가 그들을 부양할 수 있는 상태에서는 가정이 위태롭게나마 유지되지만, 부모가 은퇴를 하여 생활이 어려워지거나 사망한 후에는 자녀가 생계를 전혀 유지할 수 없게 되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 집에 은둔자가 한 명 있으면 가정 전체의 삶이 무너지는 큰 영향을 받습니다. 만약 전국에 100만 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있다면,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은 당사자를 포함해 최소 300만 명은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 역시 파괴적입니다. 일본의 경우, 한 사람이 20대부터 60대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수급자로 지낼 때 발생하는 비용이 1인당 무려 1억 5천만 엔(한화 약 14억)에 달한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