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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포스터? 알고 보니 실종자 전단' 과달라하라, 화려한 축제 뒤 참혹한 민낯[인조이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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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과달라하라 시내에 자리한 실종자 포스터. 김조휘 기자멕시코 과달라하라 시내에 자리한 실종자 포스터. 김조휘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멕시코 과달라하라 거리에 이색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축구 국가대표 프로필 포스터가 등장했다.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의 모습이 담긴 이 포스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수 이름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스페인어로 '실종자'(Desaparecido)라는 단어가 굵게 박혀 있다. 또 하단에는 이들의 실종 날짜와 장소가 선명히 적혀 있다.

특히 전 세계 관광객과 축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스페인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로도 '행방불명'이라는 문구가 뚜렷이 새겨져 있으며, 대상자의 이름 역시 한글로 나란히 적혀 있어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마저 붙잡는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축구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월드컵 기간에 맞춰 특별 제작된 일종의 '실종 전단'이다.

대낮의 과달라하라 도심은 평온해 보이지만 가로등, 도로 안전봉, 신호등 기둥 등 거리 곳곳을 빽빽하게 메운 실종자 전단은 이 도시의 씁쓸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소년 영웅의 로터리' 기념탑은 이러한 비극이 집약된 상징적인 장소다. 1950년대 미국과의 전쟁에서 희생된 사관생도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이제 현지 주민들에게 '실종자들의 로터리'로 불린다. 마약 카르텔과 얽힌 실종 범죄가 급증하자, 애타는 가족들이 탑 기둥과 벽면 전체를 잃어버린 가족의 전단으로 도배하면서 이름마저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실종자 포스터가 붙어 있는 '소년 영웅의 로터리' 기념탑. 김조휘 기자실종자 포스터가 붙어 있는 '소년 영웅의 로터리' 기념탑. 김조휘 기자
현재 멕시코 전역의 실종자 수는 13만 4천 명을 웃돌며, 과달라하라가 주도인 할리스코주는 전국에서 실종 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되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현지 주민들은 지구촌 축구 축제인 월드컵을 기회로 삼았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기간을 이용해 실종자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자 멕시코 국가대표 유니폼을 합성한 '국가대표 프로필형' 전단을 제작한 것이다.

실종자 가족과 시민단체들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과달라하라에 마련된 국제축구연맹(FIFA) 팬 페스티벌 행사장과 주요 관광지 주변에 이 전단을 집중적으로 부착하며 관광객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의 절박한 외침과 달리 현지 당국의 대책은 철저히 겉돌고 있다. EFE 통신에 따르면 할리스코주 실종자 전담 검찰청은 예산 부족으로 올해 인력을 전혀 충원하지 못했다. 주 피해자 지원 위원회 역시 1만 6천 건에 달하는 수사 기록을 단 15명의 자문위원이 전담해 추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려한 월드컵 축제의 이면에는 이처럼 공권력의 공백과 가족을 잃은 이들의 마르지 않는 눈물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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