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불법 투기된 양배추. 독자 제공 제주의 한 지역농협에서 농가들과 계약 재배한 '달코미 양배추'. 해당 지역농협이 썩어가는 양배추 수만 개를 무단으로 버려 검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일부 농가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농협에서 사들인 양배추 정산 과정에서 "상품을 비상품 가격으로 후려쳐 지급했다"는 주장에서다.
농민들 "손해 이루 말할 수 없어" 분통
18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문제가 된 '달코미 양배추'는 도내 한 지역농협이 최근 4년간 시험재배를 거쳐 상품화한 소형 양배추다. 달콤하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지난해 초 불티나게 팔리자 계약재배 농가는 전년도(20여 농가·5만 평)보다 크게 늘어난 87개 농가(13만 평)다.
해당 지역농협은 올해 3월까지 수확한 양배추에 대해서 최근 계약재배 농가에 판매대금을 지급했다. 양배추 110만여 개를 농가로부터 받았고 이 중 90만 여개를 팔았다고 한다. 전체 판매액 11억여 원을 농가에 나눠주는 과정에서 상품은 개당 800원, 비상품은 100원~300원으로 매겼다.
하지만 지역농협의 정산 결과에 대해 일부 농가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량의 양배추 상품을 비상품 가격으로 낮춰 잡아 판매대금을 지급하면서 손해가 크다"는 것이다.
지난달 초 불법 투기된 달코미 양배추. 고상현 기자2500평 규모로 계약 재배했다는 A씨는 "좋은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중국인 인부도 안 쓰고 직접 농사를 지었다. 양배추를 보낼 때 농협에서 '물건이 좋다'고 했다. 그런데 정산 결과를 보니 전체 물량의 상당 부분을 비상품 가격으로 매겨서 돈을 줬다. 손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다음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경"이라는 농민도 있다. 2천 평 규모로 농사지은 B씨는 "계약할 때는 평당 만 원씩은 받을 수 있다고 해놓고 정산 결과는 평당 2천 원도 안 된다. 인건비와 비료 값도 안 나왔다. 그런데도 농협 측은 사과도 않고 주는 대로 받으라고만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상품 구분 주먹구구…정산 결과 못 믿겠다"
특히 농민들은 지역농협이 정산할 때 상품과 비상품 구분을 주먹구구식으로 해서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2월까지는 양배추를 농협에 보내면, 며칠 내 상품과 비상품으로 구분한 수량 내역을 문자로 보내왔다. 하지만 3월부터는 어떤 이유에선지 그러한 문자는 오지 않았다.
농민 C씨는 "2월까지는 그래도 양배추를 보내면 상품·비상품 구분을 해서 문자로 보내왔는데, 3월부터는 그런 것도 없었다.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정산해야 납득이 가지 않나"라고 했다.
"최근 화가 나서 농협에 상품·비상품 구분한 전체 내역을 달라고 해서 보니 3월에 양배추를 보낸 게 한 달이 지난 4월 돼서야 상품·비상품 구분을 했더라. 달코미 양배추는 저온 창고에 보관하더라도 금방 썩는데 자기네가 관리 못해서 썩은 걸 비상품으로 가격 매긴 것 아닌가"라고 분노했다.
지역농협에서 농민에게 보낸 양배추 선별내역 문자. 이마저도 올해 3월부터는 끊겼다. 독자 제공올겨울 가뭄으로 올해 2월까지는 달코미 양배추 수확이 저조하다 3월 들어 비가 많이 오면서 물량이 급증했다고 해당 지역농협은 설명한다. 3월에 들어온 물량이 전체 물량의 50%여서 다른 지역농협 창고 2곳을 임대하고 작업 인부를 추가로 늘려도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농협 관계자는 "보통 양배추가 들어오면 일주일 안에 상품·비상품 구분을 끝낸다. 3월에 물량이 쏟아지면서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물량이 너무 많아 안 받았으면 그때 욕 듣고 끝내면 좋았겠지만, 정산 이후 농민들의 불신에 대해서도 이해가 된다. 답답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달코미 양배추 계약재배 무리하게 추진됐나
양배추 물량을 처리하지 못해 불법 투기에 이어 정산 과정에서도 잡음이 생기면서 달코미 양배추 계약재배가 무리하게 추진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년도(20여 농가·5만 평)에 비해 계약재배 농가(87개)와 계약재배 면적(13만 평)이 각각 4배, 2배 넘을 정도로 크게 늘어서다.
국민의힘 이남근 제주도의원은 "이번 달코미 양배추 계약재배와 관련된 계획이나 여러 부분을 보면 지역농협 측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 나비효과로 다른 작물을 농사짓는 분들에 대해서는 지원이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농협이 제주도뿐만 아니라 서울 등지까지 가서 달코미 양배추 판촉행사를 진행했지만, 저장고에 보관된 양배추가 쌓여만 가면서 결국 일부는 밭에 무단 폐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제주도 자치경찰단. 고상현 기자
제주도 자치경찰단 수사 결과 해당 지역농협은 책임간부인 A씨의 지시로 지난달 초 도내 한 농지에 상품으로 판매되지 못하고 남은 비상품 달코미 양배추 8만여 개를 무단으로 투기한 혐의다. 불법 폐기 물량만 48톤 상당이다. 저장고에 보관된 비상품 양배추가 썩어가자 이같이 처리했다.
A씨와 해당 지역농협은 현재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송치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제주시도 해당 지역농협에 대해 폐기물 배출 미신고로 과태료 300만 원을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