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안강 주민들이 폐기물 매립장 불허 촉구 집회를 갖고 있다. 문석준 기자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경북 경주 안강 두류공단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 사업이 또다시 지역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7년 첫 사업 신청 이후 행정소송과 행정심판, 주민 반발이 반복된 가운데 최근 지역 시민사회단체까지 강력한 반대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시 안강읍 두류리 일원 산업폐기물 매립장 사업은 2017년 처음 추진됐다. 당시 경주시는 주민 수용성과 환경 영향 등을 이유로 사업계획에 부적합 통보를 내렸고, 사업자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법적공방에서 경주시는 최종 승소하며 사업 추진을 막아섰다. 그러나 이후 사업자가 변경되고 사업계획이 수정된 형태로 같은 부지에서 재차 신청이 이뤄지는 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23년 새로운 업체가 비슷한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다시 제출하면서 이 문제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경주 안강 주민들이 폐기물 매립장 불허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주희망발전포럼 제공
경주시는 2024년 1월 주민 건강과 환경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사업계획에 다시 부적합 통보를 내렸지만 같은 해 6월 경상북도 행정심판위원회가 업체 측의 청구를 인용하면서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행정심판 결과를 두고 비판과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경북도 행심위는 2017년에는 경주시의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된다는 이유로 업체가 아닌 경주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7년 만에 같은 사업에 대해 경주시가 동일한 이유로 사업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행심위의 판단은 정반대로 나오며 자신들의 결정을 스스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시민단체와 시의원은 대법원의 확정판결 취지도 뒤집은 옥상옥 결정이라며 행정심판 제도의 문제점까지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북도 행심위가 판단을 뒤집으면서 사업자는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게 됐고, 경주시는 2024년 9월 폐기물처리사업계획에 대해 조건부 적합 통보를 내렸다.
현재는 도시관리계획 결정 절차와 도시계획시설 심의 등을 남겨 두고 있는 상태로, 사업자가 올해 2월 도시관리계획 입안 제안서를 다시 제출하면서 현재 경주시는 관련 서류 검토와 심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안강읍 두류리 798-1번지 일원 약 7만 5천㎡ 규모 부지에 226만㎥가 넘는 일반산업폐기물을 매립하는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경주 안강 주민들이 폐기물 매립장 불허를 요구하는 주민 청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문석준 기자이에 주민들은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설 경우 침출수 유출과 토양·수질 오염, 악취 발생 등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두류공단으로 인한 환경 부담을 오랜 기간 감내해 온 상황에서 또 다른 환경 위험시설까지 들어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체 측은 매립 대상은 일반산업폐기물이고, 악취와 분진을 유발할 수 있는 폐기물은 제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경북도 행정심판에서도 법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며 사업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안강읍 주민 50여 명은 지난 15일 경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안강읍민의 평범한 일상을 파괴하고 지역 소멸을 부추기는 폐기물 매립장 사업을 즉각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경주희망발전포럼도 공식 성명을 내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반대 여론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이창화 포럼 이사장은 "산업폐기물 매립장 건설은 안강읍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청정 경주의 환경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로 사업 철회 때까지 주민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2024년 행정심판 패소와 조건부 적합 통보 과정에서 경주시의 행정 대응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앞으로 현수막 게시와 주민 간담회, 반대 집회 참여 등 실질적인 활동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경주시는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신중하게 심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청 안팎에서는 경주시가 십 년 가까이 끌어온 이 문제를 이번에는 해결해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강희 경주시의원은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은 안강 주민들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경주시가 허가할 경우 안강읍의 포항시 편입을 요구하는 시민운동을 비롯해 다양한 저항운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