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부산시 제공민선 9기 부산시정 출범과 함께 시정을 이끌 사령탑이 바뀌면서 전임 시장 시절 대대적으로 체결된 1천 건 이상의 업무협약(MOU)의 지속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정의 기조가 변화하는 만큼 협약에도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협약을 맺은 상대가 있는 상황이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틀에 한 번꼴 체결… 박형준 시정서 급증한 업무협약
29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9년부터 올해 3월까지 외부 기관, 기업 등과 모두 업무협약 1155건을 체결했다.
연도별 체결 건수를 보면 2019년 124건, 2020년 137건 수준을 보이다가 박형준 시장이 보궐선거를 통해 취임한 2021년 164건으로 증가했다.
이후 박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민선 8기 전반기인 2022년 198건, 2023년 181건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이틀에 한 번꼴로 협약을 맺은 셈이다.
민선 8기 후반기에 접어든 2024년 154건, 2025년 161건의 협약을 맺어오다 올해 들어 3월까지 36건을 더 체결했다.
시는 업무협약을 통해 밑그림을 그린 뒤 미비점을 보완해 정책으로 승화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67건(5.8%)의 협약이 중도에 취소됐고, 12건(1%)은 사업의 잠정 중단을 뜻하는 부진 상태에 놓였다. 363건(31.4%)은 협약이 완료 또는 종료됐다.
지난 2021년 8월 부산시와 (주)코리아소더비국제부동산, 소더비부산(주)의 업무협약 체결 모습. 부산시 제공대표적인 취소 사례로는 세계적 경매 브랜드 유치를 내세웠던 '코리아소더비인터내셔널리얼티 부산 건립' 협약과 가상자산·블록체인 업체들과의 협약 등이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담당 부서의 판단에 따라 취소와 부진 등으로 구분해 협약을 관리하고 있다"며 "취소의 경우 기업 업황 악화로 투자 진행이 중단됐거나, 공모 탈락, 기업의 사업 철수 등의 사유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효력 남은 713건의 운명… 새 시정에 부담 우려
문제는 효력이 남아 있는 713건(61.3%)의 협약이다. 시정 운영 철학과 기조가 바뀌는 만큼 협약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실제, 민선 9기에서 사업 철회가 유력시되는 퐁피두미술관 분관 유치를 위해 지난 2024년 9월 프랑스 퐁피두센터 측과 맺은 업무협약은 여전히 '정상추진'으로 관리되고 있다.
퐁피두 센터와 같은 문화·예술 분야는 물론 경제와 투자유치 분야에서도 박 시장의 시정 철학과 의지를 토대로 맺어진 협약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투자유치의 경우 시 차원의 대대적인 행정·재정적 지원을 약속하며 협약서에 서명을 한 경우가 많아 자칫, 색깔을 달리하는 새 시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업무협약의 경우 강제성이 없어, 시가 지원 약속 등의 수정을 요구할 경우 상대측이 이를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15일 오후 부산시청 기자실을 찾아 민선 9기 시정 운영 철학 등을 말했다. 박중석 기자전재수 당선인, 연속성 강조… 새 시정 출범 후 존치 여부 결정될 듯
다만, 전재수 시장 당선인이 선거 과정 민선 8기 부산시정의 정책을 비판하던 자세에서 몸을 틀어 시정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우려의 강도를 낮추는 대목이다.
전 당선인은 선거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뒤집어엎어 버리면, 행정 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무너진다"라며 "선거 때 (말)했던 거기 때문에 별도의 검토 없이 확 뒤집어엎는다든지 백지화시킨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선 9기 시장직 인수위원회는 현재 유지되고 있는 업무협약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검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새 시정 출범 이후 민선 8기 때 맺은 협약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