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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이지만 미숙한 코스닥…전문가들 "뿌리부터 과감히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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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벤처 신화에서 '개미지옥' 오명 코스닥
李정부, 상장폐지 강화로 체질 개선 시동
'동전주·시총미달주' 상폐 카운트다운
"퇴출만으론 부족…좋은 기업 들어와야"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출범 30주년을 맞은 코스닥이 또 한 번 대수술에 들어간다. 한때 벤처 신화의 무대였지만 '개미지옥'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코스닥을 되살리기 위해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강화와 우량기업 선별이라는 처방을 꺼내 들었다.

다만 증권가는 개혁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30년간 누적된 구조적 한계를 이번 제도 개선만으로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 신화는 옛말…몸집만 커진 코스닥

코스닥은 한때 벤처 신화의 상징이었다. 1996년 출범 이후 인터넷·IT 산업이 급성장한 닷컴버블 시기를 거치며 다음,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표 벤처기업의 성장 무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후 벤처 신화를 이을 대표 기업은 좀처럼 등장하지 못했다.

몸집은 커졌지만, 질적 성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상장사는 341개에서 1827개로 늘고 시가총액도 600조 원을 넘어섰지만, 시장에서는 '개미지옥', '동전주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코스피와의 격차도 갈수록 벌어졌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갈아치우는 동안 코스닥은 '천스닥' 안착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출범 당시 기준지수 1천포인트로 출발한 코스닥은 30년 동안 큰 폭의 급등락을 거듭했지만, 결국 다시 1천선 안팎에 머물고 있다. 올해 한때 1200선을 회복했지만 다시 1천선 아래로 밀려났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말 "코스닥 시장 불신의 핵심은 부실하다. 언제 동전주가 될지 모른다. 주가조작이 많다"라며 상장폐지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믿고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거래소가 꺼낸 처방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개혁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전날(1일)부터 1천 원 미만 동전주 상장폐지 신설 요건과 시가총액 기준 강화 등 상장폐지 제도를 시행했다. 거래소는 상장폐지 결정 기업이 2023년 8곳, 지난해 38곳에서 올해 88곳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 종가 기준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 코스닥 상장사는 150개로 집계됐다.

거래소가 꺼낸 해법은 시장 신뢰 회복이다. 한국거래소 최지우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부실기업 퇴출이 지연되면서 일부 기업이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반복됐고, 이로 인해 코스닥이 믿고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인식과 마주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거래소는 성장성과 안정을 갖춘 우량 기업군을 별도로 선별하는 '코스닥 셀렉트(가칭)' 세그먼트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코스닥 진열을 다시 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이 시장은 믿을 만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기업을 구분해 놔야 기관과 외국인도 산다. 지금은 돈을 아무리 넣어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그먼트가 단순한 퇴출 장치가 아니라 성장 기업이 단계적으로 올라설 수 있는 시장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레드 호텔에서 열린 코스닥 30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사 하고 있다. 연합뉴스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레드 호텔에서 열린 코스닥 30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사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년간 안 됐다면…제도보단 구조 문제"

증권가는 개혁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코스닥의 부진은 제도보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신영증권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은 "30년간 안 됐다면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코스닥은 벤처와 중소기업 중심 시장인데 한국은 대기업 경쟁력은 계속 강해진 반면 그 아래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코스닥의 부진은 우리 경제의 양극화된 구조를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기업에 기회를 주는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기업을 너무 많이 올리면 투자자 보호와도 충돌하게 된다"며 "코스피 상장사는 800여 개인데 코스닥은 1800개가 넘는다. 기업 수가 지나치게 많다 보니 질이 좋지 않은 기업이 상장될 가능성도 있고, 물리적으로는 증시의 수급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실한 종목들을 먼저 정리하고 좋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별 종목은 흥망성쇠가 있을 수 있지만 시장 전체를 보여주는 지수가 30년 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진입장벽을 너무 낮추면 투자자들이 시장을 외면하고, 반대로 너무 높이면 코스닥의 자금조달 기능이 약해진다"며 "'진입은 열고 퇴출은 강화'하는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다만 "과거 바이오 등 코스닥을 이끄는 산업이 강했던 시기에는 정부가 유도하지 않아도 자금이 자연스럽게 코스닥으로 몰렸다"며 "지금은 AI와 반도체에 투자자금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실제로 잘 작동할지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산업 경쟁력과 시장 환경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부실기업 퇴출과 함께 신규 상장기업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리서치알음은 "상장폐지 제도는 시장의 출구를 정비하는 정책이다.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출구보다 입구인 IPO의 정상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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