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12일째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6월 16일 경찰과 대한체육회 등 관계자들이 진입을 시도했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찾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경찰의 물리력 동원한 건물 진입 시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상황이 여러 가지로 (사전투표 도입) 당시와 달라졌기 때문에 지금쯤 한 번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남래진 중앙선거관리위원, 1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 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선거관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진 가운데 사전투표 폐지론이 또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선관위를 해체 수준으로 혁신하자는 데 여야 공감대가 모이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사전투표를 없애는 것이 개혁의 단초라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것.
다만, 사전투표 폐지가 근본적 해답이 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애초 도입 취지가 참정권 확대였고 실제 투표율 제고에 기여한 만큼,
'보완'에 방점을 찍는 논의가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장동혁·한동훈이 밀고, 선관위 노조도 찬성한 '사전투표 폐지'?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사전투표 폐지는 근래 국민의힘이 집중하는 주요 이슈다. 잠실 올림픽공원을 수차례 찾은 장동혁 대표는 지난달 29일 시위에 참여해온 청년들을 만나 "선관위를 완전히 청소하고 국민적 요구에 맞는 제도 개혁을 이룰 것"이라며,
사전투표 폐지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당 수석최고위원이자 국조특위 위원인 신동욱 의원도 성명을 내고 "국정조사 2차 기관보고에서 대다수 선관위원이 현행 사전투표제의 문제점이 있다고 답변했다"며 "사전투표제가 선거의 가장 핵심인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선관위 관계자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이 제도 개선 필요성에 동의한 발언을 두고 "민주당만 사전투표 폐지는 방관하며 선관위의 관리·행정 등 지엽적인 문제만 지적하고 있다"며 여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입법 준비에도 착수했다. 당 차원의 선관위 특위 발족에 더해, 해당 특위를 이끄는 박대출 의원이
사전투표 폐지와 본투표일 연장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
관외 사전투표 대신 부재자 투표를 재도입하자는 이 법안에는 장 대표와 불편한 관계인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공동 발의로 참여했다. "사전투표 없애고 본투표 연장하는 것이 저의 오랜 생각"이라면서다.
계파를 떠나 보수진영 내 사전투표 무용론이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 방증이다. 폐지론을 단순히 부정선거론과 100% 등치시킬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사전투표를 향한 보수 지지층의 불신이 여전한 상태에서, 선관위의 자충수가 불을 지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선관위 노동조합은 최근 민주당 측에 사전투표를 축소하고 본투표일을 이틀로 늘리는 실무개혁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투표 첫날부터 선거 당일까지 닷새 간 과로로 인한 과부하가 '부실 선거'의 근원이 되고 있다는 자체 진단에서다.
"전면 폐지는 또 다른 참정권 훼손"…전문가도 '고쳐쓰기'에 방점
연합뉴스
하지만, '국민주권 확대' 의미를 갖는 사전투표 제도를 없애 훼손된 참정권을 회복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반론도 많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대표가 주장한다고, 다 당론이 아니다"란 반발이 감지된다.
한 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전투표 폐지는 자칫 또 다른 참정권 훼손이 될 수 있다"며
"선관위의 관리가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없던) 시민 불편을 초래한다면 그게 더 우스운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국조특위 관계자도 "수행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점은 이번 사태로 분명히 드러났다"면서도 "아예 없애자는 건 너무 나간 얘기"라고 지적했다.
존치 여부만 부각되다 보니, 생산적 개혁 논의는 일체 가려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전투표 폐지 주장이 부정선거론의 정당성만 강화해 주고 있다는 것. 20년 넘게 선거사무를 본 공무원노조의 박복환 선거사무 개선 TF 간사는 "대리투표 등 허점이 생기기 쉬운 것은 오히려 본투표다. 누가 투표를 다 하고 갔는지, 아니면 기표소에 (일부 용지를) 놓고 갔는지 등 변수가 배로 많은 것도 본투표"라고 짚었다. 그는 "어르신이나 장애가 있는 분들은 사전투표가 훨씬 편하다"며, 이런 측면은 간과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현행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시대 상황을 반영한 '새로 고침'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이재묵 교수는 "사전투표가 유권자 참정권 보장과 투표율 제고를 통해 우리 선거의 정당성을 높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관외투표 관리 관련 일선의 애로가 많고 사회 일각의 불만과 갈등이 큰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도 시행 10년을 넘긴 지금, 국회와 선관위를 중심으로 제도의 운영 지속을 위한 제반 조건을 논의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조진만 교수도 "국조특위에서 부정선거 관련 의혹이 명확히 입증되는 부분이 있다면 (제도를) 없앨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다고 본다"며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제도의 필요와 내용을 근본적으로 고민해 볼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