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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광기와 '살리에리'…'맨 끝줄 소년'이 그린 열등감의 비극[왓더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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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리뷰]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
채워지지 못한 한 인물의 결핍
무너진 문학과 현실의 경계 조명
"당신의 이야기는 특별합니까"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제공
'살리에리 증후군(Salieri Syndrome)'이라는 용어는 밀로스 포만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1984)에서 비롯됐다.

작품 속 이탈리아 출신 음악가 안토니오 살리에리는 끊임없는 노력 끝에 음악의 도시 빈(비엔나)에서 궁정악장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타고난 천재 볼프강 모차르트를 만나면서 그는 시기와 질투, 그리고 극복할 수 없는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결국 신마저 원망하게 된 살리에리는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넣는다.

영화는 실제 역사와 차이가 있지만, 1인자를 바라보는 2인자의 질투와 열등감이라는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이른바 '살리에리 증후군'이라는 개념을 대중적으로 각인시켰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도 깊은 열등감에 사로잡힌 한 인물의 내면을 조명한다. 명문대 국문학과 교수 허문오(최민식)는 20년 전 첫 소설을 발표한 이후 단 한 권의 책도 내지 못한 채 강단에 머물러 있다.

오랫동안 두 번째 소설을 준비하지만, 글은 좀처럼 쓰여지지 않고 머릿속에는 성공한 작가이자 대학 동기인 김수훈(허준호)의 말만 맴돈다.

"할 얘기가 없으면 그냥 안 해도 되지 않나. 그냥 그렇게 살아도 괜찮잖아."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제공
창작의 공백 속에서 허문오는 강의실 맨 끝줄에 앉은 이강(최현욱)의 남다른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왜 끝자리에 있느냐"라는 허문오의 질문에 이강은 "다 볼 수 있는 자리거든요. 사람들 눈에 안 띄면서 뭐든 볼 수 있는 자리"라고 담담하게 답한다.

학창시절 끝자리를 선호했던 허문오는 이강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강의실 가장 끝자락에 자리한 두 사람은 개인 문학 수업을 계기로 서로의 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수업이 이어질수록 허문오 내면에 감춰져 있던 균열이 드러난다. 김수훈을 향한 오래된 열등감과 안은주(김윤진)를 향한 집착, 끝내 이루지 못한 작가로서의 욕망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관찰자로 남아야 했던 허문오가 이강의 이야기 속으로 직접 뛰어들게 되면서, 문학과 현실의 경계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작품은 이강의 글과 이야기에 이끌려 상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허문오의 모습을 담는다. 이 과정에서 허문오는 웃고, 분노하며 소년 같은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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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끝줄 소년'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이강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허문오의 시선에서 이강이 '맨 끝줄 소년'이라면, 이강의 시선에서 허문오도 성장하지 못한 또 다른 '소년'이다.

시험지를 유출한 뒤 아이처럼 뛰어다니고 주변 인물의 말에 쉽게 흔들리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허문오의 모습은 미성숙한 소년의 초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김태규 감독은 이러한 인물의 심리를 공간으로 확장했다. 허문오의 개인적인 공간은 책으로 가득 차 있지만, 오히려 끝내 완성하지 못한 이야기와 채워지지 않은 결핍을 상징한다. 반면 아내 조현숙(진경)의 공간은 침대 머리 위에 빛을 받는 다육식물로 비치해 인물의 외로운 감정을 대비했다.

허문오 방에 걸린 광대 그림 또한 인상적인 장치로 활용된다. 광대는 열등감이 점차 광기로 변해가는 허문오의 내면과 미래를 암시한다. 

이강이 조현숙에게 허문오의 소설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문 뒤에서 이를 엿듣는 허문오의 얼굴과 광대 그림을 겹쳐 보여주는 연출은 향후 그의 내면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과정을 하나의 '문학적 사건'처럼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김 감독은 앞서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에서 선보인 음악 팀과 함께 다시 호흡을 맞추며 불편한 소리를 통해 인물 사이의 긴장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제공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최민식은 허문오가 열등감과 광기에 잠식되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냈고, 허준호는 허문오가 평생 넘지 못한 벽인 김수훈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최현욱은 끝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강의 감정을 유지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진경과 김윤진, 한지은, 이진우 등도 각자 역할을 안정감 있게 소화한다. 특히 5회 말미에 광기에 잠식되는 허문오의 모습을 담아낸 최민식의 눈빛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장면으로 남는다.

자신의 결핍과 마주한 허문오. 그에게 이강은 묻는다.

"당신의 이야기는 특별합니까."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 김규태 감독 연출. 최민식·최현욱·허준호·김윤진 출연. 총 6부작. 15세 이상 관람가.

한줄평: 성장하지 못한 어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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