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월드컵 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 폴라린 발로건(25·AS모나코)의 출전정지 징계를 풀기 위해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로건의 파울이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고 단순하게 전달했다"고 수위를 낮췄고, 인판티노 회장 역시 "출전정지 유예 결정에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조직적으로 대응에 나선 정황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포착했다.
WSJ은 6일(현지시간)
'월드컵 레드카드 번복을 위한 백악관 내부의 캠페인'(Inside the White House Campaign to Overturn a World Cup Red Card)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발로건 징계 철회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통화와 트럼프 행정부의 신속한 대응 속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일 미국팀 골잡이 폴라린 발로건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았고, 6일 벨기에와의 16강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WSJ에 따르면 경기 직후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은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월드컵 96년 역사상 가장 대담하게 기록될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That's when senior Trump administration officials hatched a plan that would go down as one of the most audacious in the 96-year history of the World Cup.)
당시 백악관은 레드 카드 판정을 국가적 사안으로 바꿔 결과를 뒤집으려 했고,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이를 우호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내부적으로 결론내렸다고 한다.
이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TF) 책임자인 앤드루 줄리아니가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출전 정지 조치가 부당하고 미 대표팀의 8강 진출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징계 철회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WSJ은 전했다.
당초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인판티노 회장)에게 뭘 하라고 말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차원에서 개입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 징계 철회 방안을 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사실까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부 차원의 개입은 구체적으로 이뤄졌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발로건이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은 행위가 레드카드 사안인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FIFA가 슬로모션 화면을 활용한 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 같은 계획을 곧바로 미국축구협회 관계자들에게 설명했다.
미국축구협회는 해당 판정에 대해 규정상 항소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판티노 회장에게 발로건의 출전 정지 판정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고, 인판티노 회장은 사안을 살펴보겠다며 판정 번복을 약속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며칠 후 다시 통화할 때 인판티노 회장은 출전 정지 처분이 철회될 것이라고 말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소식통들은 WSJ에 전했다.
결국 FIFA는 징계위원회가 재량을 발휘해 제재를 검토·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27조를 적용해 발로건의 출전정지 집행을 1년 유예한다고 미국에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