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김동명 위원장)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양경수 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65세 정년연장 입법 촉구 양대노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청년 고용 한파가 정년연장 논의의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 정부와 여당은 정년연장을 추진하면서도 청년 고용 위기에 대한 해법을 함께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는 정년연장과 별도로 '특단의 청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여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안에서는 "지금도 늦었다"며 두 과제를 저울질할 것이 아니라 나란히 풀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2029년부터 2년마다 1세씩 높여 2037년 65세에 도달하도록 하는 중재안의 가닥을 잡고 입법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협의 의무를 신설하는 대신 정년이 늘어나는 구간에 한해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위 간사인 김주영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최종적으로 정리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에 노동계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여러 방안을 열어 놓고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입법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청년 고용 문제는 정년연장과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청년 고용 지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48만1천명으로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이후 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고, 20대 대졸 실업률은 8.3%까지 올랐다.
지난 5월 기준 30세 미만 고용보험 가입자는 1년 전보다 6만5천명 줄었다. 감소 폭이 큰 업종은 정보통신업(-9.3%)과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4.1%) 등 인공지능(AI)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분야였다. 반도체 호황으로 성장률 전망은 높아졌지만 취업자 증가 폭 전망은 오히려 낮아진,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계는 이 지점을 파고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0일 발표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청년 고용률이 23개월 연속 하락하고, '쉬었음' 청년이 3년 연속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청년 고용 부진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정년 60세 법제화를 지목했다. 경총은 "청년 고용 위기 상황에서는 신규 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정 정년연장 논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년연장과 청년 채용이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경합한다는 이른바 '제로섬' 논리다.
정부도 이 같은 지적을 외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2030년까지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청년 일자리를 각각 10만개씩 만들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정년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청년 고용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두 과제를 동시에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17일 치러지는 민주당 전당대회도 변수다. 이틀 간격으로 한국노총을 찾은 당대표 후보 정청래 전 대표와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정년연장에 대해 다소 다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대표는 정년연장의 연내 처리를 약속했다. 반면 김 전 총리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신중론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와 민주당이 여론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것 같다"며 "지난해에는 연내 입법화하겠다고 했다가 미뤘고, 올해는 지방선거 이후 반드시 처리하겠다더니 선거 결과가 애매하게 나오자 또다시 미적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정년연장특위 내부에서는 청년 고용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정년연장 추진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위 소속 한 의원은 "정년연장과 청년 고용 문제를 직접 연계하기는 어렵다"며 "청년 고용은 우리도 걱정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지만, 보완 대책은 정년연장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문제를 같은 선상에 놓고 논의하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년연장 추진 시점에 대해서도 "지금도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인구 절벽과 소득 크레바스 문제는 진작부터 준비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청년 대책은 별도의 경로로 이미 추진됐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위의 또 다른 위원은 AI가 청년 일자리를 직격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해법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패키지'라고 봤다. 그는 "고용을 촉진하는 방안과 정년연장, 세대 상생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종합 패키지를 제시해야 한다"며 "이 문제 때문에 저 문제를 하지 않는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정년연장은 영원히 추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를 마친 뒤 곧바로 논의가 시작되지 않으면 때를 놓치게 된다"며 "그 이후에는 반드시 추진해야 하고, 이를 위한 준비도 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년연장의 향방은 전당대회 이후 정부와 여당이 내놓을 청년 대책의 내용과 발표 시점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년 고용 위기가 정년연장을 미루는 명분이 될지, 세대 상생형 패키지를 끌어내는 촉매가 될지는 8월 이후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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