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천안 이봉주 마라톤대회 당시 사진. 천안시 제공"이거 '큰 일이 벌어졌구나' 싶더라고요."국내 유명 마라톤대회 참가 신청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 사전 접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참가를 위해 반나절 넘게 홈페이지를 '새로고침'한 일반 러너들은 "공정성이 무너졌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당초 '선착순 7천 명 접수'로 공지된 대회에서 무려 1140명이나 정당하지 않은 절차로 참가권 확보를 시도했다. 이들 중 대다수가 해당 지역 내 일부 러닝 동호회원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러너 김정식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제5회 천안 이봉주 마라톤대회' 접수를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모집 인원은 7천 명. 인기 대회인 만큼 치열한 경쟁은 예상했지만, 신청 시작과 동시에 김씨를 포함한 다수 러너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김씨는 6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마라톤대회 접수를 수도 없이 많이 해봤다. 보통의 경우라면 30분 안에 마감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2시간 넘게 서버가 열리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다른 러너들 역시 "2시간 가까이 붙잡고 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서버가 안 열렸다" 등 생소한 상황이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고 접수가 마감된 것도 아니었다. 홈페이지 접속은 되는데, 참가 신청 절차는 진행되지 않는 현상이 장시간 이어졌다.
몇 달 전부터 러너들 사이에는 '일부 인원이 이미 사전 접수를 마쳤다'는 루머가 돌았다고 한다. 김씨는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어서 그때는 무시했다"며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고 한다.
해당 홈페이지 캡처사전 접수가 있었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천안시체육회장, 천안시육상연맹회장은 지난 5일 사과문을 게재, "홈페이지 접수자 6170명 외에 별도로 1140명이 접수 신청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당초 공지된 접수 방법이 아니기에 모두 무효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버 지연 문제에 대해서는 '대회에 대한 뜨거운 관심'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주최 측은 "예상보다 많은 접속자가 동시에 몰리면서 발생했다"고 알렸다.
주최 측의 사과와 해명에도 러너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핵심은 단순히 서버가 느렸다는 점이 아니다.
누군가는 반나절 가까이 컴퓨터 앞에서 접수를 시도했는데, 또 다른 누군가는 별도 절차를 통해 손쉽게 참가권 확보를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에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한 러너는 "밥도 못 먹고 4시간 30분 만에 겨우 접수했다"며 "내 시간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나"라며 발끈했다. 이 밖에도 "이봉주 이름에 먹칠을 했다", "사실이라면 상당한 박탈감이 든다" 등 부정적 반응이 빗발쳤다.
사전 접수 혜택을 받은 러닝 동호회 단체 대화방 속 공지 내용. 김정식씨 제공
여기에 사전 접수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일부 러닝 동호회의 단체 메시지방 캡처 사진이 SNS를 통해 공유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캡처본에는 '선단체 접수 내용 외부 발설 절대 금지', '외부 민원 방지', '단체 접수 보호'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또 다른 캡처본에는 총 52명의 동호회원들이 해당 대회에 접수됐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를 두고는 "대회장에서 해당 동호회원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 국민신문고에 올리겠다", "이런 카르텔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 "앞으로도 러닝 대회 참가 못 하게 해야 한다" 등의 강한 어조의 댓글이 달렸다.
해당 홈페이지 캡처
무엇보다 많은 러너가 안타까워한 건 대회 명칭이었다. 천안 이봉주 마라톤은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를 응원하고 육상 저변 확대를 위해 2022년 시작된 대회다. 지난해에는 5천 명 모집이 단 10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김씨는 "천안은 이봉주 선수 고향이다. 어릴 때 바로 옆 동네에 살아서 이봉주 선수가 중학생 때부터 뛰는 모습을 자주 봤을 정도인데, 이런 행태는 이봉주 선수에 대한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