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류영주 기자검찰의 직접·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10월 2일부터 시행되면서 '재정신청'의 문턱도 함께 낮아진다.
재정신청 제도는 검사가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에 대해 법원이 적정성을 따지는 절차다. 법원이 인용하면 검사가 사건을 기소해 재판으로 이어진다.
법조계에선 검사의 기소 독점을 견제하고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확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 분석이 나오지만, 동시에 법원의 업무 부담 가중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가정폭력·아동성범죄 등 신청 대상 확대
오는 10월 2일부터 시행되는 형소법 개정안에는 약자 대상 범죄 사건 고발인들도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신청 대상을 일부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초 재정신청은 피해 당사자인 고소인은 할 수 있지만, 제3자인 고발인은 공무원의 직권남용, 불법체포·감금, 폭행·가혹행위, 피의사실공표죄 사건에 대해서만 가능했다.
그런데 이번 법 개정으로 △가정폭력 △노인학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아동학대 △장애인학대 관련 범죄 등에 대해서도 고발인들이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바뀌게 됐다.
다만 해당 사건 고발인 중에서도 의료인, 교사, 사회복지사 등 각 개별법에서 신고의무가 있는 사람만으로 한정했다. 아울러 재정신청 사건의 관할도 고등법원에서 각 지방법원의 본원 합의부로 변경됐다.
"직접 대응 어려운 약자에 필요" vs "수사 수준의 심리 부담"
연합뉴스형사법학회장을 지낸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장애인이나 아동 등 약자들은 직접 신고하고 사건에 대해 대응할 수가 없기 때문에 피해 당사자들에게 기회를 더 줄 수 있는 제도 취지를 고려하면, 제한적으로 고발인도 재정신청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사 출신 변호사도 "오직 검찰에서만 기소여부를 판단하면 독점이 된다"며 "견제 차원에서도 재정신청이란 제도를 적극 확대, 활용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법원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법원 내부에서 나온다. 고법에서 지법으로 관할을 변경한 것에 업무부담에 대한 고려가 담겼지만, 지법에 더해지는 부담도 만만치 않을 거란 시각이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약자 대상 범죄에 한정해서라도 늘어나는 사건이 꽤 될 것"이라며 "특히 수도권 법원 같은 경우는 합의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다른 현직판사도 "재정신청 심리라는 게 성격상 거의 수사하듯이 하는 것이라서 부담이 적지 않다"며 "지법에서 재정신청을 인용해 기소가 이뤄지면 다시 사건을 지법에서 심리하게 되는 건데 이런 현실적인 문제도 아직 정리가 되진 않은 듯하다"고 걱정했다.
인용률 1% 못미쳐…"돈과 시간만 더 쓰게 돼"
재정신청 제도의 실효성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재정신청은 최근 매년 2만여 건이 접수되지만, 실제 법원이 공소제기를 결정하는 비율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2023년 기준 인용률은 0.54%(2만2293건 중 121건)에 그쳤다.
형법 전공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정신청 자체가 인용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피해자가 돈과 시간만 더 쓰게 되는 '희망고문'에 가깝다"며 "특히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한 이번 형소법 개정안은 지름길을 봉쇄하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우회도로만 더 늘리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재정신청 대상을 확대시키는 방향이 권력 분립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일부 개정안엔 모든 고발인이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으나, 법무부와 대검찰청도 "권력 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사실상 법원이 모든 불기소 사건에 대해 다시 판단할 수 있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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