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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얘를 어디다 놓지"…1998년, 7명의 여경이 들은 말 ②"경찰이야 아줌마야?" 그래도 여경은 현장을 지킨다 ③여경 37.8% 시대… 남녀 통합선발 시작, 그 다음은? (끝) |
37.8%, 2026년 상반기 순경 공개경쟁채용 시험 최종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이다. 여성 비율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선 것이다. 그러자 악플이 쏟아졌다. '여성에게 유리하게 제도를 바꿔서 여성 비율이 늘어난 것 아니냐', '이제 치안은 망했다', '여경은 경찰이 아니다. 세금 낭비하지 마라'.
과연 여경은 정말 '자격미달'일까, 시험에 통과하고도 여경들은 언제까지 자신의 자격을 증명해야 할까. CBS 씨리얼은 바뀐 남녀 통합선발 제도를 직접 살펴보고, 경찰 조직과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남녀통합 선발 첫 해, 여경이 '30%' 넘어섰더니
올해 처음 시행된 '남녀 통합선발 제도'의 기원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 채용시 성별 구분 모집은 평등권 침해'라며, 경찰청에 채용 관행 개선을 권고했다. △경찰의 직무수행에 강인한 체력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모든 여성이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볼 수 없다 △경찰관 직무수행시 겪을 수 있는 위험 및 강인한 체력의 필요는 여성 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2017년까지도 채용관행은 개선되지 않았고, 그해 경찰개혁위원회도 '성별 분리 모집 폐지'를 권고했다. 이후에도 지지부진하던 남녀 통합선발 논의는 역설적으로 2019년 이른바 '대림동 여경 논란' 이후 속도가 붙었다. 이후 2020년 국가경찰위원회의 의결과 연구용역 등을 거쳐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것이다.

남녀 통합선발 제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남녀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한다. 서류를 거쳐 필기까지 합격한 지원자들은 체력검사에 응시할 수 있고 마지막 면접을 거쳐 최종 당락이 결정된다.
체력검사도 전면 바뀌었다. 체력검사는 종목별로 신체능력을 측정하던 기존의 '종목식' 체력검사를 대신해, 실제 경찰 업무처럼 연속적으로 쉬지 않고 체력을 측정하는 '순환식' 체력검사가 도입됐다. 뉴욕 경찰(NYPD)이 쓰고 있는 방식인데, 성별과 무관하게 모두에게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검사다.
일각에서는 남녀 통합선발 제도 시행 이후 여경 비율이 증가하자, '체력검사가 여성이 통과하기에 너무 쉬운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김세령 경감(경찰인재개발원 교수요원)은 그러한 여론에 대해 웃으며 말했다. "쉽게 (체력검사) 제도를 바꿔서 여성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하시는데…한번 여러분들 오셔서 해보셔야 돼요. 저 한번 해봤거든요. 저희 직원분들이랑 해봤는데 남자분들도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해요."
바뀐 체력검사, 건장한 남성이 직접 해봤다
그래서 직접 해봤다. CBS 씨리얼은 지난 7월 초, 충주에 있는 순환식체력검사 상설센터를 찾았다.

순환식 체력검사는 남녀 모두 4분 40초 안에 모든 종목을 완수하지 못하면 탈락하는 시험이다. 체력검사는 4.2kg의 조끼를 입은 채로 진행되는데, △장애물 코스 달리기(매트, 계단, 허들 등 넘기를 총 6회 반복) △장대 허들 넘기(0.9m 장대 넘기를 왕복 3회 실시) △당기기 밀기(32kg 기구를 당기고 미는 것을 각 3회 실시) △구조하기(72kg 모형 10.7m 끌기) △방아쇠 당기기(주손 16회, 반대손 15회) 등 총 5가지를 수행해야 한다.
이날 180cm가 넘는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 CBS 남성 기자가 직접 체력검사에 도전했다. 기자는 "CBS 축구팀에서 2주일에 한 번씩 축구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자신있게 체험에 나섰다.
긴 다리로 속도를 내며 선전하던 기자는 장애물을 넘으며 같은 코스를 6회 달리는 첫번째 종목의 3회차부터 속도가 사뭇 느려지기 시작했다. 장대 허들 넘기는 비교적 순조롭게 해냈지만, 32kg 기구를 당기고 미는 종목에선 급격히 지친 모습이었다. 마지막 종목인 방아쇠 당기기의 막바지에 들어서서는 손에 힘이 풀려 애를 먹었다.

결과는 5분 15초, 탈락이었다. 합격 기준에서 35초를 넘어선 것이다. 기자는 검사를 마친 후 털썩 주저 앉아 "인생 체력을 다 썼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어 "순환식 체력검사가 (이전의 종목식 체력검사처럼) 푸쉬업을 하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현장과 직결되는 것 같다"며 "남녀에게 같은 기준이 적용되니 말 나올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십 명의 경찰공무원 준비생들도 체험에 참여했으나, 성별과 무관하게 4분 40초를 넘겨 탈락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체력학원을 다니며 준비를 하는 이들에게도 체력검사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김세령 경감은 "경찰직은 체력이 필요하다. 그건 우리가 인정하고 가야 한다"며 "그동안은 우리가 여성 경찰관의 체력을 제도화하지를 못한 건데, (순환식 체력검사 도입을 통해) 이렇게 제도화한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순환식 체력검사를 통과했다는 것은, '경찰관이라고 하면 최소한 이 정도의 체력은 갖고 있어야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범죄의 유형이 다양화되고 있는 만큼, 경찰의 역량 중 '체력'만이 강조되는 것은 시대상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세령 경감은 "2025년 112 신고 통계를 보면 (일반 범죄와 중요 범죄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대부분 질서유지, 교통, 재해 재난, 기타 신고"라며 "말로써 갈등을, 분쟁을 좀 조정을 하고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게 가디언의 역할이 경찰이 훨씬 많지, 물리력 행사하는 건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한민경 경찰대학교 교수 또한 "범죄의 패턴이 완전히 달라져서 물리력을 행사해야 하는 형태의 범죄 자체가 완전히 줄었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가 증가하는 양상"이라며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찰관들에게 어떤 역량이 요구되어야 하는가, 그 역량은 무엇인가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순 증원 넘어 '성별 직무분리' 관행 타파해야
전문가들은 '경찰관에게 필요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성별 직무분리'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 조직의 성별 직무 분리 관행은, 여경들의 직무를 내근직이나 피해자를 전담하는 여성청소년 분야로 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선영 경사(서울 종로경찰서 경비과 소속)는 "여경들도 얼마든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데, 과연 여경들에게 기회 자체를 평등하게 주고 있는가"라며 "여경들에게도 평등하게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조직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경에게 역량 증명만을 무조건적으로 요구할 것이 아니라, '역량을 키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민경 교수 또한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여성이 처음 경찰 조직에 들어왔을 때 여성 청소년이나 취약계층을 돌보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보통 계속 거기에 머무르게 된다"며 "외국의 경우에도 여경 비율을 늘리면서 제일 앞서서 했던 것이 성별 직무 분리를 없애고 여경들이 '우리는 어떠한 업무든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또한 성별 직무 분리 관행을 타개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세령 경감은 "현재 의사결정 단계에도 여경이 너무 적고, 결정권자는 여전히 아직도 남성이 더 많다"며 "일선 과장급인 경정도 (여성 비율이) 10%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24년 기준 총경 이상 경찰 간부 중 여성은 약 5%(45명) 뿐이다.
김세령 경감은 "앞으로의 과제는 더 많은 여경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지점에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베를린 경찰 조직. 독일 베를린 경찰청 홈페이지 캡처여경이 늘어나는 것은 전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30x30 initiative' 운동을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경찰 채용 과정에서 여성 경찰관의 비율을 3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한민경 교수는 "독일은 현재 여경 비율이 거의 40% 정도 된다"며 "독일은 집회 시위를 담당하는 부대를 성별 구분 없이 남녀를 함께 편성했고, 보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역할을 여경들이 자진해서 맡았다"고 밝혔다. 이어 "과격한 집회 시위 현장에서 여성 경찰관들이 물러서지 않는 것이 알려지며 여경들이 인정받기 시작했고, 여경 비율이 늘어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16.7%, 2026년 6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경찰관 중 여성의 비율이다. 남녀 통합선발 제도 시행 이후 힘을 입은 '여경 늘어서 치안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는 다르게, 여전히 여성의 비율은 10%대에 머무르고 있다.
1946년 79명으로 출발했던 여경. 김세령 경감의 말에 따르면 '여경은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이미 현존해 있으며, 없앤다고 없앨 수 없는 존재'다. 같은 기준으로 뽑았다면, 이제 같은 기회를 주고 같은 잣대로 평가할 차례. 또다시 심판대에 여경을 올리는 대신, 과연 그 심판대가 공정한지부터 살펴야 할 시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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