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 연합뉴스"지금 강원도에서는 고랭지 배추가 한창 출하돼야 할 시기인데 농민들이 밭을 갈아엎으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최고위원 후보인 임미애 의원이 꺼낸 말이다. 후보들이 '팀 김민석'과 '팀 정청래'로 갈려 지방선거 책임을 따지며 서로를 공격하던 참이었다. 임 의원은 밭을 갈아엎는 농민들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오늘 이 자리에서만큼은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자"고 했다. 전당대회장 안의 싸움이 아닌 바깥의 삶을 바라본 드문 발언이었다.
임 의원의 메시지는 화려하지 않다.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사이다 발언'도, 지지층을 들끓게 하는 적대의 언어도 좀처럼 없다. 당장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거나 열성 지지층의 표를 모으기에는 불리하다. 그러나 흘려듣기 아까운 말들이다. 양극화와 농촌 문제를 전당대회의 의제로 올리고, 원외 지역위원회와 험지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키우자고 한다. 대구·경북을 포기한 채 민주당이 전국정당이 될 수 있느냐고도 묻는다.
"전국정당 민주당의 길에 동의하신다면 저를 최고위원으로 만들어 달라."
평범한 지지 호소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의 무게는 임 의원이 대구·경북에서 버틴 20년에서 나온다. 그는 2006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북 의성군의원에 당선된 뒤 경북도의원과 경북도지사 후보를 거쳤다. 국민의힘 공천장이 당선증처럼 여겨지는 곳에서 줄곧 민주당 간판을 들었다. 정치 인생 대부분을 소수로 살아온 셈이다.
그런 임 의원을 향해 일부 친민(김민석)계 지지층에서 사퇴 요구가 나온다. 지난 9일 기준 누적 득표율을 보면 김용 후보는 당선권 마지막인 5위, 친청(정청래)계 이성윤 후보는 6위다. 7·8위인 임 의원과 김영호 후보가 물러나고 표를 김용 후보에게 결집해야 친청계 최고위원 3명의 입성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친청계에 대한 비판 논리와 충돌한다. 친민계는 친청계 지지층의 '생일별 홀짝투표 지침'을 계파투표이자 줄세우기라고 지적했다. 김용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다른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 다른가. 상대의 홀짝투표는 구태이고 우리 진영의 표 결집은 불가피한 전략이라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선거는 승자와 자리만 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후보들이 정책과 비전을 내놓고 당원과 국민에게 검증받는 무대다. 당선 가능성과 계파별 손익만으로 완주할 후보와 물러날 후보를 가르면, 후보들의 메시지는 지도부 자리 배분을 위한 숫자로 전락한다. 다수의 전략이 소수의 발언권을 지우는 순간 선거공학은 다수의 폭력이 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누가 더 독한 말을 했는지는 남지만 민주당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임미애의 목소리가 귀하다. 통쾌하거나 극적이지 않아도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이기 때문이다. 그가 던진 질문들이 전당대회를 끝으로 사라지지 않고 민주당의 노선과 조직을 바꾸는 동력이 되길 바란다. 자신이 던진 질문에 스스로 답을 만들어가는 임미애의 완주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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