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피싱 사례. 이승환 경감 제공사기꾼들은 범행 대상을 속이기 위해 상황과 상대에 따라 서로 다른 수법과 행동 패턴을 보인다. 오늘은 아홉 번째 이야기로 '나체사진 협박 메신저 피싱'(몸캠 피싱)을 다루고자 한다.
정부가 보이스피싱에 집중 대응하면서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한 시민 의식 강화와 금융기관의 노력 등으로 전통적인 방식의 보이스피싱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리딩방', '로맨스', '팀미션' 등의 스캠은 아직도 전국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피싱형 범죄가 재분류되어 최근 '몸캠피싱'만의 자료는 확인되지 않지만, 경찰청 사이버 금융범죄현황에 따르면, 몸캠 피싱 범죄는 크게 증가해왔다. 2020년 2,583건이던 신고 건수는 2021년 3,024건, 2022년 4,313건, 2023년 3,545건이 신고됐다.
이는 경찰에 신고·접수된 사건을 집계한 통계인 만큼, 나체사진 협박 피싱의 경우는 신고되지 않은 피해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클 것이다. '나체사진 협박 피싱(Sextortion Scam)'은 인간 심리의 어떠한 약점을 공략하는 사기인지 분석해 보겠다.
나체사진 협박 메신저 피싱
최근 피싱 범죄는 단순한 금전 편취를 넘어 피해자의 사생활과 명예를 이용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SNS와 해외 메신저를 이용한 로맨스 스캠은 남녀를 불문하고 빠르게 증가했으며,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과 직업을 가리지 않고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로맨스스캠 방식으로 접근하는 나체사진 협박은 단순히 음란물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활용한 합성사진, 영상통화 녹화, SNS 친구 목록 확보 등 다양한 수법이 결합되고 있다. 범인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뒤 나체사진이나 음란 영상통화를 유도하고, 이를 녹화하거나 저장한 후 가족과 직장 동료,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한다. 피해자가 한 번 송금하면 협박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금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나체사진으로 인생을 무너뜨리려 한 협박
평소처럼 출근해 업무를 보던 50대 초반의 직장인 이모 씨에게 어느 날 카카오톡 친구 신청이 하나 들어왔다. "카톡을 정리하다 보니 친구로 되어 있어서요. 혹시 필라테스 회원이셨거나 전통요가학원에 다니신 적 있으세요?" 이 씨는 카톡을 보낸 여성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호기심에 프로필 사진을 눌러보니 젊고 날씬한 여성이 필라테스를 하거나 요가를 하는 모습, 골프장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서 호기심이 생겼다. 이 씨는 "예전에 국선도를 해본 적은 있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기다렸다는 듯 답장을 보내왔다. "아, 그러셨구나. 그런데 우리 어떻게 카톡 친구가 되어 있었을까요? 신기하네요." 그렇게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시작됐다.
자신을 부천에 살며 네일숍을 운영하고, 요가와 필라테스 강사로도 일하는 30대 후반의 여성이라고 소개한 상대방은 이 씨를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우연한 인연처럼 시작된 대화였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연락은 일상이 됐다.
그녀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사진을 보내왔고, 이 씨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특별히 자극적인 말도, 돈을 요구하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20일 동안 두 사람은 매일같이 안부를 주고 받았다. 이 씨에게 그녀는 어느새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친숙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오빠한테 필라테스 하는 모습 보여줄게요." 잠시 후 카카오톡으로 영상 파일 하나가 도착했다. 이 씨가 영상을 재생하려 하자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는 안내가 나타났다. 별다른 의심 없이 파일을 설치했고, 영상은 정상적으로 재생됐다. 화면 속에는 프로필 사진 속 여성이 레깅스 차림으로 필라테스를 하고 있었다. 이 씨는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며 매일 연락해오는 젊은 여성에게 묘한 설렘을 느끼기 시작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대화가 어느새 감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연합뉴스며칠 뒤, 늦은시간 상대방은 먼저 영상통화를 제안했다. "오빠, 오늘 영상통화 할래요?" 이 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평소처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여성이 갑자기 노골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씨에게도 카메라를 켜고 같은 행동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순간 이 씨는 당황했다. 하지만 이미 오랜 시간 친밀감을 쌓아온 상대였고, 분위기에 휩쓸린 순간적인 판단은 경계심을 무너뜨렸다. 결국 이 씨는 상대방의 요구에 응했다. 영상통화는 몇 분 만에 끝났다. 이 씨는 그때까지 알지 못했다. 자신이 방금 통화한 상대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 짧은 통화가 앞으로 자신의 삶을 뒤흔들게 될 범죄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영상통화를 마친 다음 날 아침, 이 씨의 휴대전화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어제 영상 녹화된 거 알고 있지?" 처음에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이어 전송된 영상을 본 순간 이 씨의 얼굴이 굳어졌다. 전날 영상통화했던 영상의 일부였다. 상대방은 이어서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이거 가족과 직장 동료들에게 보내도 괜찮겠어?" 이 씨는 그제야 자신이 범죄의 표적이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곧바로 상대방은 돈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비교적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돈만 보내주면 영상은 삭제할께." 상대방의 말투는 상냥한 그녀가 아니고 거친 남성의 말투였다. 이 씨는 경찰에 신고할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가족과 직장 동료들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만약 이 사진이 아내에게 전달된다면, 자녀들에게 알려진다면, 직장까지 퍼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 순간 이 씨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돈이 아니라 자신의 평범했던 삶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결국 이 씨는 상대방이 알려준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 그리고 잠시 후 상대방에게서 답장이 왔다. "확인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네. 영상 삭제를 하려면 해외 서버 비용이 필요해." 이 씨는 불안한 마음으로 다시 돈을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보안 해제 비용이 필요하다." 그때부터 요구 금액은 점점 커졌다. 처음에는 몇십만 원이었던 돈이 수백만 원으로 늘어났고, 나중에는 수천만 원까지 요구됐다. 이 씨가 "더 이상 돈이 없다"고 하자 상대방은 태도가 돌변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족들에게 보내겠다." 이 씨가 상대방이 보낸 필라테스 영상파일을 보기 위해 프로그램을 다운 받았을 때 이미 해킹 프로그램이 심어져 이 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 전부가 상대방에게 넘어가 있는 상황이였다. 이 씨는 완전히 겁에 질렸다. 그때부터 그는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워졌다. 출근해서도 휴대전화만 바라봤고,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가족에게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행동했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 같은 생각이 반복됐다. '만약 정말 영상을 보내면 어떡하지.' '회사에 퍼지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하지만 사기범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상태다. 피해자가 가족이나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도록 만드는 것.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외부와 단절시키는 것. 그리고 이미 돈을 보낸 피해자에게 "조금만 더 보내면 끝난다"는 기대를 심어 계속 송금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씨는 주변 사람 누구에게도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돈을 보내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돈을 보낼수록 사기범의 요구는 더욱 커졌다. 며칠 뒤 이 씨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상대방에게 속았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돈을 보내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범죄자에게 자신이 협박에 굴복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일이었다. 이 씨는 마침내 용기를 내 경찰을 찾아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피해자의 심리
이 씨는 단순히 음란한 호기심 때문에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다. 사기범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호감과 호기심을 이용해 짧은 시간 안에 심리적 함정을 만들었다. 특히 피해자는 자신의 사생활이 가족과 직장에 알려질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
사람은 금전적 손실보다 자신의 명예와 사회적 평판이 무너지는 상황을 훨씬 더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사기범은 바로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피해자가 경찰이나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이미 한 번 돈을 송금한 이후에는 "이번만 보내면 끝난다"는 말을 믿게 된다. 이미 송금한 돈이 아깝고, 지금 포기하면 그동안의 피해가 모두 헛되게 된다는 생각 때문에 추가 송금을 반복하게 된다.
무엇보다 피해자는 자신의 실수가 알려질 것을 두려워했다. 사기범은 이러한 죄책감과 수치심을 이용해 피해자를 철저히 고립시켰고, 피해자는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다 피해를 더욱 키우게 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협박범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해서 협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한 번 돈을 보내면 범죄자는 피해자가 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러면 새로운 명목을 만들어 다시 돈을 요구한다. 영상을 삭제하는 비용, 해외 서버 비용, 보안 해제 비용 등 이름만 달라질 뿐 본질은 같다. 협박범에게 돈을 보내는 순간 피해자는 범죄자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이 끌려 들어갈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해 입을 닫는 순간 범죄자의 힘은 커진다. 반대로 가족이나 경찰 등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사실을 알리는 순간 범죄자가 만들어 놓은 심리적 통제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 씨 역시 경찰에 신고한 뒤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의 인생을 무너뜨리려 했던 것은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그 실수를 이용해 끝없이 돈을 요구했던 범죄자들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이 씨는 다시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심리학적 해설
나체사진 협박 메신저 피싱은 단순히 성적 호기심을 이용하는 범죄가 아니다. 수치심과 공포, 불안, 죄책감을 차례로 자극해 피해자의 판단력을 무너뜨리는 심리조작형 범죄에 가깝다.
첫째, 친밀감 형성(Rapport Building)이다. 범죄자는 처음부터 범죄자처럼 접근하지 않는다. 관심사를 묻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호감을 표현한다. 때로는 피해자의 고민을 들어주거나 자신도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특별한 관계가 형성된 것처럼 만든다. 피해자가 경계심을 내려놓는 순간 범죄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둘째, 즉각적 감정 자극(Hot Cognition)이다. 신뢰가 형성되면 범죄자는 영상통화나 성적인 행동을 유도한다. 이때 피해자는 감정적으로 몰입해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할 수 있다. 범죄자는 바로 이 순간을 노려 피해자의 행동을 녹화하고 이후 이를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셋째, 공포에 의한 통제(Fear Conditioning)다. 사진이나 영상을 확보한 범죄자는 "가족에게 보내겠다", "직장에 유포하겠다"는 말로 피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만든다. 공포가 커지면 사람은 장기적인 판단보다 눈앞의 위협을 제거하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피해자는 '돈을 보내는 것이 정말 해결책인가'를 생각하기보다 '일단 이것만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넷째, 수치심 기반 통제(Shame-Based Control)다. 이 범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돈이 아니라 수치심이다. 피해자는 자신의 사진이나 영상이 가족과 직장 동료에게 알려질 것을 두려워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범죄자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침묵과 고립이다. 그러나 수치심은 피해자가 가져야 할 감정이 아니라 범죄자가 피해자를 통제하기 위해 이용하는 도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다섯째, 정보 우위 전략(Information Dominance)이다. 범죄자는 피해자의 SNS 친구 목록, 가족관계, 직장 정보 등을 확보하거나 확보한 것처럼 보여준다. 피해자는 상대방이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무력감을 느낀다. 범죄자는 '나는 너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너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구도를 만들어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렵게 만든다.
결국 이 범죄의 핵심은 '유포' 자체보다 피해자를 통제하는 것이다. 범죄자는 영상과 개인정보를 이용해 '언제든 유포할 수 있다'는 공포를 만들고, 그 공포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한다. 따라서 첫 번째 송금이 문제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추가 협박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이승환 경감의 조언
일명 '몸캠 피싱'은 2021년, 2022년 한창 발생하던 피싱 범죄인데 최근 다시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나체사진 협박 메신저 피싱은 SNS와 데이팅 앱, 해외 메신저를 통해 무작위로 접근한다. 특히 범죄조직은 영상통화를 녹화하거나, 피해자의 SNS 친구 목록과 가족 정보를 확보한 뒤 이를 이용해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이용해 실제 촬영하지 않은 사진이나 영상을 합성해 협박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처음의 친절과 관심은 호감이 아니다. 범행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이 스캠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은 피해자가 범죄가 시작된 순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데 있다. 협박은 처음부터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범죄자는 친절했고, 세심했고,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사람은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쉽다. 범죄자는 바로 그 심리를 이용한다. 경계심이 사라진 순간, 피해자가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 들어오도록 만든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나체사진이나 영상을 이용해 협박을 시작한다. 피해자는 그제야 자신이 빠져나오기 어려운 심리적 함정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만나 보면 그들은 음란한 사람이어서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다. 순간의 호기심과 인간적인 감정, 그리고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 싶은 평범한 마음이 조직적인 범죄에 악용된 것이다. 범죄조직이 노리는 것은 영상이 아니라 피해자의 두려움이다.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 나체사진 협박은 돈을 보내면 끝나는 범죄가 아니라, 돈을 보낼수록 협박이 계속되는 범죄이다. 한 번이라도 나체사진이나 영상통화를 이용한 금전 요구를 받았다면 즉시 송금을 중단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부끄러움 때문에 혼자 감당하려는 순간 피해는 더욱 커진다. 용기 있는 신고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여러분의 재산은 물론 명예와 일상까지 지키는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이승환 경감(경찰청 치안정보국), '사기 프로파일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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