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영국 시골 마을의 미 공군기지 인근에서 발생한 '수상한 차량' 사건이 미국과 이란 간의 외교적 긴장으로 번진 가운데, 사건 발생 사흘 만에 반전을 거듭하며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건은 지난 27일 한밤중 영국 글로스터셔주 페어퍼드 공군기지 인근에서 차량 3대에 나눠 탄 남성 5명이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사건 직후 현장 일대에는 비상사태와 함께 인근 주민 수십 가구에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고, 폭탄 해체 로봇까지 투입되는 등 대대적인 수색 작업이 펼쳐졌다.
특히 페어퍼드 기지가 미 공군 폭격기들이 출격하는 이란전쟁 핵심 군사 작전 거점이라는 점에서, 이란이 연루된 대형 테러 모의 가능성이 강력히 제기됐다.
미국 수뇌부는 즉각 공세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건 직후 "우리가 오랫동안 주시하던 용의자들이다. 이들이 대규모 타격을 노렸다"고 주장했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외국 세력의 개입이 분명하다"며 이란 배후설에 힘을 실었다.
이란은 "혐오를 부추기는 선동이다"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미군 당국이 경계 태세를 끌어올리는 등 국제 안보 위기감은 순식간에 고조됐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영국 대테러 경찰의 수사 결과는 미국 측의 강경 입장과 정반대로 흘러가며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수색 결과 문제의 차량 내부에서 폭발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경찰은 체포된 용의자 5명 전원을 하루 만에 보석으로 석방했다.
차량 내부에서는 폭발물 대신 휘발유가 든 드럼통만 확인돼, 정치적 목적의 테러가 아닌 단순 '연료 절도범'들이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부상했다.
설상가상으로 용의자 중 한 명이 사건 당시 경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진 신고한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수사는 한층 더 복잡해졌다.
당초 현지 '농민의 신고'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용의자의 자진 신고가 계기가 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사당국은 범행 전 공포심에 의한 신고인지, 아니면 교란을 노린 계획된 행위인지 다각도로 조사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경찰의 보석 석방 조치에 "놀랍고 실망스럽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란전쟁 와중에 대형 안보 위협으로 비화할 뻔했던 이번 사건은 백악관의 장담과 달리 황당한 해프닝으로 끝날 기로에 섰으며, 수사당국이 진상을 완전히 규명하기까지는 앞으로 수 주일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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