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 반 다이크 '헤파이스토스로부터 아킬레스 무기를 받은 테티스'. 빈 미술사박물관 홈페이지 캡처아킬레우스의 갑옷은 저 유명한 트로이 전쟁때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인 바다의 여신 테티스가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에게 부탁해서 새로 만든 것으로 그는 신의 불꽃에 청동, 은, 금, 납을 섞어 제련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갑옷은 인간이나 신이 만든 어떤 칼이나 창의 공격에도 주인을 보호하는 절대적 방호력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진다.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ILIAD)에 나오는 이야기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나서고 있는 우리나라 통상협상팀에게도 이런 '아킬레우스의 갑옷'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대미투자특별법 조항이 이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한국시간) 알래스카 LNG 사업에 우리나라가 500억 달러 이상 투입한다는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렸다. 물론 액수는 러트닉 상무장관이 한 말이다. 다음달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알래스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공화당 댄 설리번 상원의원을 돕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댄이 했다고 추켜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알래스카 파이프라인이 건설될 것이라는 말을 어릴 때 들었는데 마침내 그것을 해내고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건설일자리 최대 1만 2천개가 생기고 운영일자리도 1천개 생길거라고 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알래스카주 인구 대부분이 사는 남부 앵커리지 근처로 운송하기 위해 약 1300km 가스관과 LNG 터미널 등을 건설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하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자금 조달문제, 텍사스 지역과 알래스카와 인접한 캐나다산 LNG와의 가격 경쟁력 등으로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프로젝트다. 따라서 우리정부는 지난달 22일 국회보고때 '검토사업'으로 밝혔던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시간으로 1일 새벽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린 것이다.
연합뉴스물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팩트시트를 보면 다 된 것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실무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고 그것도 'MOU상의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적 요건을 충족'한다는 조건하에 진행하는 것으로 전제가 붙어 있다.
이 전제는 이른바 대미투자특별법이라고 부르는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 2조 5항에 따른 것이다. 이 항을 살펴보면 이렇다. "상업적 합리성"이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당 대미투자의 존속기간 동안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원리금 상환을 위한 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판단되는 투자를 의미한다. 즉 원리금상환을 위한 충분한 현금흐름이 나올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법 3조 1항에는 대미투자의 원칙이 적혀 있는데 대미투자는 상업적 합리성 확보를 원칙으로 하되, 국민경제 발전 및 산업 경쟁력 강화 등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어 3항에서는 상업적 합리성을 충족하지 못해도 투자를 할 수는 있도록 문은 열어두고는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한미전략투자운영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친 후 미국과 협의를 개시하기 전에 대미투자 사업의 제안 또는 추진에 대하여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이런 조항들이 협상팀에게는 운신의 폭을 좁히는 족쇄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미국과 벌이는 무역전쟁에서 '아킬레우스의 갑옷'이 될 수 있다. 대미투자특별법은 말 그대로 '법'이다. 우리 협상팀이 이 법을 어기면서 협상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미국 협상팀의 파상공세로부터 보호하는 '아킬레우스의 갑옷'이 될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미국이 관세 재인상 카드나 상호주의 등의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에 대한 대비는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알래스카주 상원의원 댄 설리번에게는 시간이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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