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중대범죄수사청이 입주한 부산 강서구 퍼스트월드브라이튼 건물에 부산중수청 기관명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부산검찰청이 78년 역사를 뒤로 하고 퇴장한 2일, '부산지방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부산광역·지방공소청'이 동시에 닻을 올렸다.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로 부산지역 형사사법 체계도 대대적인 전환점을 맞았지만, 청사 미비와 인력 부족 논란이 불거지면서 업무 혼선과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도 이어진다.
기존 부산고등·지방검찰청이 자리하던 부산 연제구 거제동 청사에는 부산광역공소청과 부산지방공소청이 들어섰다. 건물 외벽에는 이미 며칠 전 검찰청 로고 등 기존 흔적이 지워지고 '공소청' 간판이 새겨졌다. 출입구에도 황금색 글자가 빛나는 공소청 현판이 자리 잡았다.
조직 명칭과 역할에 대대적인 변화가 생겼지만, 공소청 지휘부에는 큰 변동이 없다. 초대 부산광역공소청장은 이종혁 부산고검장이, 부산지방공소청장은 김남순 부산지검장이 각각 직을 이어받아 조직을 이끈다. 지방공소청 차장 역시 기존 부산지검 1차장이 맡았다. 출범 초기 공백 없는 업무 수행과 조직 안정을 위해 인사 규모를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기존 부산지검 건물 외벽에 부산광역·지방공소청 간판이 새롭게 설치됐다. 정혜린 기자이날부터 시작된 '공소청'·'중수청'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기소와 수사의 완전 분리다. 공소청 검사는 직접 수사권 없이 경찰 등 수사기관이 송치한 사건의 영장 청구와 기소, 공소 유지, 보완수사 요구만을 전담한다.
이에 따라 향후 시민들은 고소·고발장을 공소청이 아닌 경찰 등 수사기관에 직접 제출해야 한다. 다만 제도 전환에 따른 혼선을 막기 위해 기존 검찰이 이미 수사 중이던 사건은 최대 90일간 경과조치를 적용받아 종전 규정대로 수사가 이어진다.
기존 검찰의 수사 기능을 분리해 신설된 부산지방중대범죄수사청은 부패·경제·마약 등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 수사를 전담한다. 이날 부산중수청은 정원 322명 규모로 강서구 명지동 퍼스트월드브라이튼 건물에 둥지를 틀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78년 만의 전례 없는 조직 개편에도 이날 공소청과 중수청 모두 부산청 차원의 개청식 등 별도 행사는 열리지 않을 예정이다.
부산뿐만 아니라 울산과 경남 지역까지 관할하는 부산중수청은 부산의 국제항만과 금융거래 특성을 반영해 '국제경제범죄수사과'를 신설했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7대 범죄에 대해 공소청이 보완수사를 요청할 경우, 이를 담당하는 사회약자범죄특별수사팀도 만들어졌다.
지난 30일 부산 강서구 퍼스트월드브라이튼 건물에 '부산중대범죄수사청' 입주를 앞두고 사무실 조성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수장 공백' 속 출범할 위기에 처했던 부산중수청은 출범 직전인 전날 오후에야 수장이 정해졌다. 관봉권 의혹 특검보를 지낸 김기욱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가 초대 부산지방중수청장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출범 초기 현장의 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체 정원의 66.1%에 불과한 1900명으로 출범하는 전국 단위 인력난 속에서, 부·울·경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관할 구역과 거리적 한계까지 겹치면서 출범 초기 수사 공백이 수도권보다 부산 등 지방에서 더 크게 체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범 전날 본청 차장과 6개 지방중수청장이 확정됐지만, 전체 간부급 5급 이상 수사관 임용 예정자는 212명으로 정원의 33.7% 불과해, 수사 지휘부 공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개청 직전까지 청사 조성과 인력·수사 시스템 구축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수사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부산 중수청은 출범 나흘 전인 지난달 28일에야 사무환경 조성사업(기계·건축·전기·소방) 입찰 공고를 올렸다. 입찰 마감 시일은 이달 8일로 개청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특히 부산의 경우 민간 건물 일부 층을 임차해 사용하는 만큼, 중대범죄 수사기관으로서 보안 문제와 피의자 이동 동선, 압수물 보관 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연제구에 위치한 부산법원종합청사 및 부산공소청과 31㎞가량 떨어져 있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롭게 설치된 부산광역·지방공소청 현판. 정혜린 기자지역 법조계에서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검사가 재판을 통해서만 입증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수사 단계에서 확보할 수 있었던 증거를 재판에서 찾아야 하는 만큼 사법 체계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범죄 수사에서 '거름망' 한 단계가 사라진 격이라 당장은 몰라도 시간이 갈수록 사건 적체와 민생범죄 처리 차질 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력범죄와 해양 사건·사고가 잦은 부산지역에서 수사 공백이 더 크게 체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부산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송영인 변호사(법무법인 나침반)는 "부산에서 해양 사건사고가 잦은 만큼 검찰이 컨트롤타워로서 해경과 함께 수사하고 해양범죄 연구 활동도 해왔는데 전문 인력이 사라지는 셈이라 아쉬움이 크다"며 "경찰 수사 과중으로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전가되고, 사건 처리가 늦어져 피해자 고통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행정안전부 산하로 들어간 중수청이 마약이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집단 수사뿐만 아니라 권력형 범죄에 대해서도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내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