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암살자(들)' 주연 배우 유해진의 주거지로 알려진 한 주택 앞에서 극우 성향 단체가 "유해진은 사과하라"라며 규탄 시위를 하는 모습. 황진환 기자일부 극우 세력이 영화 전 대통령인 박정희의 아내인 고(故) 육영수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 내용을 문제 삼는 데 그치지 않고 출연 배우의 주거지로 추정되는 장소까지 가서 시위를 벌이기에 이르렀다. 영화인들은 깊은 우려를 표출하며 '개인 안전까지 위협하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인연대는 '영화에 대한 논의가 개인의 일상과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성명에는 제작·연출·촬영·미술·시나리오·배급·상영·영화제·교육·노동 등 영화계 각 분야를 대표하는 19개 단체가 참여했다.
영화인연대는 "관객에게는 영화를 보거나 보지 않을 자유가 있고, 영화에 대해 판단할 자유가 있으며, 비판할 자유도 있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면 그 해석과 표현을 둘러싸고 다양한 문제 제기와 사회적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유족과 그 시대를 기억하는 이들이 느끼는 아픔과 문제의식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압박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작품에 대한 판단은 관객과 사회의 몫이며, 서로 다른 평가와 비판이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생활과 안전까지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영화인연대의 입장"이라고 알렸다.
시민들에게는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논쟁이 사람을 향하지 않도록 함께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동료 영화인들에게는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개인이 위협과 압박을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영화인연대가 함께하겠다"라고 전했다.
앞서 한국영화감독조합(DGK)도 성명을 내어 "영화의 내용과 창작자의 선택을 따지는 데서 벗어나, 참여한 사람들의 일상과 생업을 동시에 겨냥하고, 다시는 이런 영화를 만들지 못하게 하겠다는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 편의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그 사람의 다음 창작까지 꺾으려는 공격으로 번져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DGK는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비판받을 수 있지만, 그 비판이 창작자 개인의 삶과 생업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DGK가 지키고자 하는 창작의 환경에는 바로 그런 순간, 다시 시작하려는 창작자의 곁에 서는 일도 포함된다"라며 "창작자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다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한국 영화의 미래를 지키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피격 사건 미스터리를 다룬다는 이유로, 국민의힘과 박정희 자녀인 박근혜-박지만, 일부 극우 세력이 '역사 왜곡'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유해진 주거지로 알려진 서울 성북구 주택 앞에서 열린 규탄 시위 현장에 경찰의 소음 측정 장비가 설치된 모습. 황진환 기자
제작진·출연진을 향한 비난이 거세져, 안전 등을 이유로 '암살자(들)' 관련 행사가 취소되고 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과 야외 무대인사 일정이 취소됐으며, 극 중 영일 역을 맡은 주연 배우 이민호는 부국제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 일정을 취소했다.
개천절이 낀 연휴 사흘 동안 전국 12개 극장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암살자(들)' 2주 차 무대인사 일정도 전면 취소됐다. 여기에 한 극우 성향 단체는 유해진 자택으로 알려진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 앞에서 규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다음은 영화인연대 성명 전문.
| ▶[성명] 영화에 대한 논의가 개인의 일상과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
영화인연대는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작품을 둘러싼 논의가 작품의 내용과 해석을 넘어,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힌 개인의 일상과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배우의 주거 공간을 대상으로 한 집회가 예고되고, 영화와 관련된 활동과 행사도 취소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관객의 판단과 선택을 통해 만나는 매체입니다. 관객에게는 영화를 보거나 보지 않을 자유가 있고, 영화에 대해 판단할 자유가 있으며, 비판할 자유도 있습니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면 그 해석과 표현을 둘러싸고 다양한 문제 제기와 사회적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족과 그 시대를 기억하는 이들이 느끼는 아픔과 문제의식 또한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압박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작품의 내용이나 역사적 해석에 이견이 있다면 비평과 토론, 공개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의견을 밝힐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이 개인의 주거지나 신상정보 등 사생활의 영역으로 확대되거나, 안전과 생업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영화인연대는 '암살자(들)'이라는 작품에 대한 평가나 역사적 해석에 대해 입장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작품에 대한 판단은 관객과 사회의 몫이며, 서로 다른 평가와 비판이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생활과 안전까지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영화인연대의 입장입니다.
시민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영화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논쟁이 사람을 향하지 않도록 함께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동료 영화인들에게 전합니다. 작품에 참여했거나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개인이 위협과 압박을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영화인연대가 함께하겠습니다.
영화인연대는 영화에 대한 시민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의 권리를 존중하는 동시에 영화인의 생활과 안전을 지키고, 영화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2026년 10월 5일 영화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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