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가른 주황빛 불기둥…누리호 5차 발사 돋보기[코스모스토리]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7일 전남광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7일 전남광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7일 낮 12시 25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습니다. 누리호는 예정했던 바로 그 시각에 주황빛 불기둥을 뿜어내며 푸른 하늘을 갈랐습니다. 발사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연구동 참관실에서는 발바닥으로 진동이 올라왔고, 로켓은 20여 초 만에 창문 위로 넘어가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누리호 5차 발사는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누리호와 그 안에 탑재된 위성들이 수행하는 임무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하늘 위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누리호는 당초 예정된 계획보다 엔진을 약 15초 덜 분사하고 도착했으며 탑재 위성을 사출했고, 43분 뒤 첫 소식이 남극에서 왔습니다.

15초 일찍 도착한 누리호, 고장이 아닌 예상을 넘어선 성능 탓

15초 일찍이라는 말이 낯설게 들릴 수 있습니다. 누리호의 첫 비행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있었습니다. 2021년 10월 1차 발사 당시 3단 엔진이 예정보다 일찍 꺼지면서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붙잡아 둘 속도에 못 미쳤고, 3단 산화제탱크 안에 있는 헬륨탱크의 고정장치가 풀린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번엔 반대였습니다. 엔진의 출력이 기준치보다 좋았습니다. 박종찬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7일 상세 브리핑에서 1단과 2단, 3단 모두 기준보다 조금 높은 성능이 나와 연소 시간이 1단 2초, 2단 4초, 3단 9초씩 짧아졌고, 그만큼 위성 분리가 약 15초 앞당겨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상황은 처음 있는 일도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4차 발사 때도 세 엔진의 연소 성능이 추정값보다 높게 나와 예정보다 짧게 연소하고도 목표 궤도에 도달했고, 뉴시스의 지난해 11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임무 종료가 예상보다 3분가량 빨랐습니다. 세계일보의 7일 보도를 보면 이번에 1단은 계획 123초보다 이른 2분 1초에 떨어져 나갔고, 위성을 감싼 덮개인 페어링은 3분 51초에 고도 약 227km에서 분리됐습니다.
누리호 1단 분리, 2단 점화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누리호 1단 분리, 2단 점화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연소가 짧아졌는데도 목표한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엔진이 시간을 재서 멈추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로켓은 어디서 멈출지를 어떻게 알까요. 발사 중계를 맡은 정태규 항우연 우주추진연구부장의 설명에 답이 있었습니다. "12시 34분 화면의 고도는 568km로 목표에 거의 닿았지만 속도는 목표인 초속 7.57km에 못 미쳤고, 3단 엔진은 계속 탔습니다." 12시 36분 속도가 7.5km를 넘기자 참관실에서 박수가 나왔고, 12시 37분 궤도 투입이 확인됐습니다. 로켓은 높이가 아니라 속도로 멈출 때를 압니다. 위성을 궤도에 붙잡아 두는 건 높이가 아니라 떨어지지 않을 만큼의 속도이기 때문입니다. 2021년 1차 발사에서 모자랐던 것도 바로 이 속도였습니다.
멈추는 때만 사람이 정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떠나는 때도 그렇습니다. 정태규 부장은 발사 10분 전 발사자동운용이 시작되면 그때부터 사람 손을 떠나 이상이 생길 경우 시스템이 스스로 멈추고, 이륙 4초 전 1단 엔진 점화 명령이 내려진 뒤 네 개 엔진의 추력이 300톤에 이르러야 발사체를 붙잡고 있던 장치가 풀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절차가 한 번도 걸리지 않았기에 누리호는 예정했던 12시 25분에 그대로 떠났고,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예정된 시각에서 1분도 늦어지지 않고 발사한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이 누리호 5차 발사 상세 브리핑을 하는 모습. 최원철 기자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이 누리호 5차 발사 상세 브리핑을 하는 모습. 최원철 기자

더 좁아진 오차범위 이내로 도달했다

시각만 정확했던 게 아닙니다. 고도도 그랬습니다. 목표는 570km 태양동기궤도였고 허용 범위는 위아래 15km였습니다. 박종찬 단장에 따르면 3단 엔진은 575.4km에서 멈췄고 군집위성 5기는 576km, 큐브위성 9기는 579km에서 분리됐습니다.
4차 발사 때 기준은 우주항공청의 지난해 11월 발표대로 600km에 위아래 35km였으니, 이번엔 허용 범위가 절반 이하로 좁아진 셈입니다. 그 안에 넣은 것으로 발사체의 일은 끝납니다. 오 청장은 "발사체 임무의 성공을 목표 고도와 속도를 충족하고 주탑재위성을 분리했는지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로 날아가는 모습. 최원철 기자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로 날아가는 모습. 최원철 기자
그 기준으로 바라본다면 누리호는 다섯 번 쏘아 네 번 성공했습니다. 오 청장은 "성공률이 80%가 됐지만 세계적으로 신뢰를 인정받는 기준은 90%이고, 거기에 이르러야 발사체로서 신뢰도가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누리호를 계속 발사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항우연이 지난달 28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 진행 중인 누리호 고도화사업의 목표 자체가 '반복 발사로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한 번 성공할 때마다 그 숫자는 90%에 가까워집니다.

첫 소식은 왜 남극에서 왔을까요

위성 분리까지가 발사체의 몫이라면, 떨어져 나간 위성이 살아 있는지는 지상국이 확인합니다. 그 첫 확인은 뜻밖의 곳에서 왔습니다. 우주항공청의 7일 발표에 따르면 가장 먼저 신호를 보낸 건 마지막으로 분리된 초소형 군집위성 6호였고, 발사 43분 뒤인 오후 1시 8분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이 신호를 받았습니다. 이어 4호가 오후 2시 42분 세종기지, 3호가 오후 3시 27분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상국, 2호가 오후 4시 18분 세종기지, 5호가 오후 5시 52분 세종기지와 차례로 교신하면서 5기 모두 발사 당일 안에 첫 교신을 마쳤습니다. 5기 모두 고유 식별정보와 상태 정보를 보내고 지상 명령에 응답했으며, 태양전지판 전개와 전력 생산, 온도와 자세 모두 양호했습니다.
왜 한반도가 아니라 남극과 북극이었을까요. 이 위성들이 도는 태양동기궤도는 경사각 97.67도로 거의 남북 방향입니다.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반 남짓 걸리는데 매 바퀴 양극 상공을 지납니다. 그러니 극지의 지상국은 위성이 한 바퀴 돌 때마다 만날 수 있고, 한반도 상공은 하루에 몇 차례만 지나갑니다. 우리나라의 남극 과학기지가 위성을 받아 주는 귀가 된 셈입니다. 4차 발사 때도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첫 교신은 남극 세종기지에서 이뤄졌습니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국가위성 가운데 처음으로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양산 위성 5기를 동시에 발사해 모두 교신에 성공했다는 데 의미를 뒀습니다.

탑재된 위성 15기가 맡은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 2호기~6호기가 탑재체 모듈에 설치된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 2호기~6호기가 탑재체 모듈에 설치된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궤도에 배치된 군집위성 5기는 생김새도 하는 일도 똑같습니다. 다섯 기가 한 가지 임무를 나눠 맡기 때문이고, 그 임무는 한반도를 자주 내려다보는 일입니다. 주탑재위성인 초소형군집위성 2~6호는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가 만든 100kg급 지구관측 위성으로, 항우연 발표자료에 따르면 570km 궤도에서 전자광학 카메라로 3년 동안 임무를 수행합니다. 한 기가 아니라 여러 기여야 하는 이유는 재방문 횟수에 있습니다. 위성 한 기는 같은 자리 위를 하루에 한두 번밖에 지나지 못하지만, 같은 궤도에 여러 기를 간격을 두고 늘어놓으면 그 횟수가 기수만큼 늘어납니다.
2024년 4월 1호를 발사할 때 정부는 2027년까지 11기를 갖춰 하루 3회 이상 한반도를 촬영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여러 기가 같은 궤도면에 들어가야 하니 발사 시각도 거기에 맞춰집니다. 정태규 부장은 투입할 궤도와 시각에 맞춰 분리하기 위해 발사 시각이 낮 12시로 잡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계 화면에서 5기는 탄창이 돌아가듯 자리에서 하나씩 떨어져 나갔는데, 뉴스1의 7일 보도에 따르면 3단이 자세를 바꿔가며 분리해 서로 부딪힐 위험을 낮춘 것입니다.
군집위성 5기가 한 가지 일을 나눠 맡았다면, 큐브위성 10기는 열 가지 다른 일을 가지고 올라갔습니다.  
KAIST의 GBSAT 큐브위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KAIST의 GBSAT 큐브위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오앤비스페이스의 SLEDGE는 전리권을, KAIST의 GBSAT는 지구 자기장을 따라 정렬된 고에너지 양성자를, 스페이스앤빈의 SD-1SAT는 저전력 센서로 우주 방사선을 관측합니다. 민경령 스페이스앤빈 대표는 발사 직후 취재진에게 "선정 통보를 늦게 받아 3개월 만에 위성을 만들어야 했다"며, "위성을 올리는 게 처음이라 감격스럽다"고 전했습니다. 무인탐사연구소의 UEL-Y-Sys는 미세먼지의 경로를 추적하고, 대전광역시의 대전샛-1호는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위성을 띄워 대전의 도시 공간 변화를 관측합니다.
쿼터니언의 퍼셋(PERSAT)02 환경시험 및 기능시험 장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블로그 캡처쿼터니언의 퍼셋(PERSAT)02 환경시험 및 기능시험 장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블로그 캡처
쿼터니언(대표 송용규)의 퍼셋(PERSAT)02는 제주 앞바다의 해양쓰레기가 해류를 타고 어디로 가는지 보려던 위성입니다. UEL-Y-Sys는 미세먼지를 보는 동시에 탐사로버에 쓸 탑재컴퓨터를 시험하는데, 이재호 무인탐사연구소 대표는 "내년부터 달 탐사에 나서려면 이번에 기술을 검증해야 한다"며 "내년 블루오리진과 2028년 아이스페이스의 달 탐사에 협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페이스린텍의 BEE-1012 큐브위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스페이스린텍의 BEE-1012 큐브위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스페이스린텍의 BEE-1012는 단백질 결정을 우주에서 키우는 장치를 실증하고, 조선대의 CPSat은 레이저 광통신을 시험하며, 코스모웍스의 JACK-007은 위성 제작과 운용 기술을 검증합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E3 Tester-2 큐브위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E3 Tester-2 큐브위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항우연의 E3 Tester-2는 국산 소자와 부품을 우주에서 검증하는 플랫폼으로, SK하이닉스의 DRAM과 NAND가 우주 방사선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전기추력기용 할로우음극과 반작용휠, 레이저 조준용 조정 거울이 궤도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합니다.
이 열 가지 일은 위성이 지상국과 연결돼야 시작됩니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정상 사출된 큐브위성 9기 가운데 8기가 발사 당일 교신했고, 대전샛-1호는 교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큐브위성 교신의 종합 결과는 오는 13일 발표될 예정입니다. 이번 교신상황은 다른때보다 빠른 편입니다. 4차 발사 때는 당일 12기 중 5기만 교신했고, 마지막 3기는 발사 일주일이 지난 12월 4일부터 6일 사이에야 신호가 잡혔습니다. 항우연이 만든 국산 소자 검증 위성 1호도 첫 교신까지 7일, 160번 교신 시도 끝에 성공했습니다. 누리호 2차 발사에 실렸던 연세대 큐브위성 미먼은 사출 48일 만에 교신했습니다. 큐브위성의 침묵이 곧 실패는 아닙니다. 다만 교신이 늦는 것과 아예 로켓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쿼터니언의 퍼셋(PERSAT)02.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쿼터니언의 퍼셋(PERSAT)02.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사출되지 못한 큐브위성

누리호가 큐브위성을 사출할때, 4호 위성 사출 성공 이후 5차가 아닌 6차 위성 사출 성공이라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위화감이 감돌았지만 10호 큐브위성이 사출되고 모든 위성이 사출됐다는 발표에 단순한 방송 실수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화감은 곧 현실이 됐습니다. 상세 브리핑에서 사출되지 못한 위성이 PERSAT02 라고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박종찬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이 누리호 5차 발사 상세 데이터 설명을 하는 모습. 최원철 기자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박종찬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이 누리호 5차 발사 상세 데이터 설명을 하는 모습. 최원철 기자
박종찬 단장은 "누리호가 분리 명령을 정상적으로 보냈지만 큐브위성 쪽에서 최종 분리 신호가 들어오지 않았고, 사출관 덮개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탑재부 영상에서도 위성이 나오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큐브위성은 사출관이라는 상자에 담겨 올라가는데, 누리호에서 분리 명령이 내려지면 덮개가 열리고 안의 스프링이 위성을 밀어냅니다. 그런데 퍼셋02의 사출관 덮개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오태석 청장은 "정확한 원인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쿼터니언 관계자는 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출관은 장비의 영역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우주 임무는 (이렇게)안 될 수도 있는 것이고 다음에는 더 잘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사의 1호 위성 퍼셋은 지난해 11월 4차 발사 때 정상적으로 사출됐고, 발사 9일 뒤인 12월 6일에야 신호를 보내 왔습니다. 1호는 제주도와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양쓰레기 분포와 해류를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2호기가 배치되지 못함에 따라 해당 임무는 다음에 배치될 3호에게 위임될 전망입니다.
초소형 군집위성. 과기정통부 제공초소형 군집위성. 과기정통부 제공

초소형 군집위성의 '군집'은 언제 완성될까요

다음 위성을 기다리는 건 군집위성도 마찬가지입니다. 2024년 4월 먼저 올라간 1호에 이번 5기가 더해져 궤도를 도는 군집위성은 6기가 됐습니다. 우주항공청은 5기의 위성체와 광학 탑재체, 통신과 자세제어 상태를 점검하고 시험 영상을 받은 뒤, 궤도상 시험과 영상 품질 확인을 거쳐 1호와 함께 군집 관측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내년 6차 발사에 7~11호가 실리면 11기가 되고, 하루 세 번 한반도를 내려다보는 눈이 완성됩니다. 누리호는 내년 하반기 6차 발사가 예정돼있고 2028년 7차 발사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누리호가 올라갈 때마다 위성은 늘어나고 발사체 신뢰도 또한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여러분의 제보가 CBS노컷뉴스의 시작입니다. 끝까지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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