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넓은 세상'을 바라봅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식과 터전을 넓히는 '인류의 노력'을 바라봅니다. 지구를 넘어 광활한 우주에 대한 이야기, '코스모스토리' 시작합니다.
발사대에서 이륙하는 스타십. 스페이스X 엑스 캡처2026년 9월 28일 오전 7시 48분(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9시 48분), 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Starbase). 슈퍼헤비 부스터의 랩터(Raptor) 3 엔진 33기가 불을 뿜었고, 높이 124.4m의 3세대 스타십(V3)이 세 번째로 하늘을 향해 솟구쳤습니다. 그리고 발사 약 25분 뒤, 상단인 스타십(Starship) 41호기(Ship 41)는 처음으로 지구 궤도에 진입했습니다.
지난 2023년 4월 첫 비행 이후 13번의 비행 가운데 스타십이 지구 궤도에 도달한 적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우주에 도달했더라도 약 1시간 만에 지구로 떨어지는 준궤도(suborbital) 비행뿐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스페이스X는 비행 뒤 공식 설명에서 이번 14번째 비행을 첫 궤도 비행이자, 실제 화물(페이로드)을 궤도에 올린 첫 비행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궤도에 오르는 여정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스타십은 스타링크(Starlink) V3 위성 26기를 궤도에 사출하는데 성공했지만, 열 시간으로 잡았던 궤도 비행을 세 시간 만에 끝내고 태평양에 입수했습니다. 부스터와 스타십 모두 미션 도중에 일부 엔진이 멈추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13번이나 오르지 못했던 궤도에 이번에는 어떻게 오를 수 있었을까요? 그 실마리는 앞선 5월과 7월, 앞선 두 번의 비행에서 바뀐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두 번의 실패가 바꾼 슈퍼헤비 부스터
스타십의 12번째 발사(아래쪽)와 13번째 발사 당시의 슈퍼헤비 부스터의 엔진 점화 상태 비교.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3세대 스타십이 처음 날아오른 5월 22일 12번째 비행에서, 슈퍼헤비 부스터 19호기(Booster 19)는 발사장 쪽으로 되돌아오는 부스트백 분사(boostback burn)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습니다. 부스트백 분사란 우주 쪽으로 날아가던 부스터가 몸을 완전히 돌린 뒤 엔진을 다시 켜서 발사장 방향으로 속도를 얻는 단계로, 이것을 마치지 못하면 부스터는 정해진 지점으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스페이스X의 당시 설명에 따르면 부스터 19호기는 이 분사가 일찍 끝난 뒤 자세를 잃고 회전했고, 일부 자세를 되찾아 재진입했지만 랜딩 번(착륙 분사)을 위한 엔진 재점화에 실패해 멕시코만에 추락했습니다.
핵심 원인은 두 달 뒤에야 공식적으로 정리됐습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7월 13일 조사를 마치며 낸 성명에서 부스터를 잃은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상승 중 추진계 부품이 받은 열의 영향, 그리고 잘못 설정된 엔진 경보 체계였습니다.
12차 발사에 대한 FAA 성명. FAA 홈페이지 캡처FAA는 스페이스X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설정을 고치는 시정 조치 4건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페이스X의 설명은 조금 더 구체적입니다. 미국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플라이트나우(Spaceflight Now)의 7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13번째 비행을 앞둔 임무 소개에서 스타십 39호기의 엔진 시동 순서가 부스터의 방향 전환을 약 90도 어긋나게 했고, 여기에 해수면용 엔진 33기 중 5기의 문제까지 겹쳤다고 설명했습니다.
7월 24일 13번째 비행에 나선 부스터 20호기(Booster 20)는 12번째 비행보다 더 완성도가 높았지만 모든 과정을 마치진 못했습니다. 스페이스X는 14번째 비행 임무 소개에서 당시 부스트백 분사 막바지에 중앙 엔진 3기에 얼음이 낀 징후가 나타나 분사가 일찍 끝났고, 착륙 분사에서는 13기 가운데 8기만 다시 켜져 부스터가 멕시코만에 하드 랜딩(손상이 발생할 정도의 거친 착륙)했습니다. 미국 우주항공 매체 나사스페이스플라이트닷컴은 7월 25일 보도에서 착륙 분사 당시 켜져 있던 엔진은 10기에서 8기, 다시 5기로 줄었고, 부스터는 다소 빠른 속도로 바다에 충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부스터 21호기가 멕시코만 위에서 착륙 분사를 하는 모습. 중계 화면의 엔진 표시는 13기 중 11기가 켜졌음을 보여준다.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그렇다면 이번 부스터 21호기(Booster 21)는 어떠했을까요? 스페이스X 발사 중계 화면의 하단부 엔진 상태를 바라보면 랩터 3 엔진 33기가 모두 불을 켠 뒤 초기 상승 중에 1기가 꺼졌지만, 나머지 엔진이 추력을 나눠 메우는 엔진 아웃(engine-out) 보상이 작동해 상승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스페이스X도 비행후 공식 설명에서 1단 상승이 정상적으로 끝났다고 밝혔고, 발사 2분 34초 뒤 부스터는 핫스테이징(hot-staging)으로 스타십과 정상적으로 분리됐습니다.
동체를 돌린 슈퍼헤비는 부스트백 분사를 진행했고, 중계 화면의 엔진 표시를 바라보면 33기 가운데 31기가 다시 켜졌습니다. 이어진 착륙 분사는 처음에 많은 엔진으로 속도를 크게 죽인 뒤 소수의 엔진으로 정밀하게 속도를 맞추는 단계입니다. 중계 화면에는 계획된 13기 가운데 11기가 켜진 뒤 궤적을 다듬는 5기, 마지막 3기로 줄어드는 과정이 그대로 담겼고, 부스터는 그렇게 멕시코만에 입수했습니다. 3세대 부스터 세 기 가운데 착륙 분사를 끝까지 완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착륙 분사를 진행하는 부스터 21호기. 해수면에 착륙하자마자 폭발했지만 이는 사고가 아니라 안전 장치 시연이었다.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착륙 분사가 끝나는 순간, 중계 화면 속 부스터는 기울면서 폭발했습니다. 비행종료장치(FTS)가 작동한 것입니다. 이 장치는 로켓이 통제를 벗어났을 때 기체를 스스로 파괴해 잔해를 정해진 구역 안에 떨어뜨리는 안전 장치입니다. 스페이스X는 부스터가 사고로 터진 것이 아니라 이 장치를 시연하려고 일부러 파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페이스X는 이번 부스터에 엔진 필터링 하드웨어를 개선하고 재점화 신뢰성을 높인 새 소프트웨어를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계 진행을 맡은 댄 휴오트 스페이스X 대변인은 계획된 엔진을 모두 다시 켜지는 못했지만 입수는 꽤 부드러워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엔진 하나를 잃고도 궤도에 오른 비결
스타십 41호기의 진공 변형 랩터 1기가 정지한 모습.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그렇다면 지구 궤도에 오른다는 것은 준궤도와 어떤 점이 다를까요? 미국 테슬라·스페이스X 전문매체 테슬라라티(Teslarati)는 9월 25일 보도에서 준궤도 비행을 공을 아주 높이, 아주 멀리 던지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우주에는 도달했지만 결국 지구로 되돌아오는 상태에 있는가, 아닌가의 차이입니다.
사실 궤도상에 있는 물체는 계속 지구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옆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빨라서, 지구로 떨어지는 만큼 지구 표면이 멀어지게 되고 결국 거리가 일정 수준 좁혀지지 않게 되면서 지구를 돌게 됩니다. 이 속도는 시속 약 2만 8천km에 이르는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 300km 남짓을 1분도 안 돼 지나는 속도입니다.
그런데 이 정도의 빠른 속도를 내야 할 스타십 41호기가 엔진 하나를 잃었습니다. 중계 화면을 스타십 엔진 텔레메트리 창에서 상승 연소 중에 진공 변형 랩터(RVac) 엔진 1기의 표시가 먼저 꺼졌고, 스페이스X는 공식 설명에서 슈퍼헤비 때처럼 나머지 5기를 계획보다 오래 태워 추력 손실을 메운 끝에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도 지구로 귀환하는 안전한 준궤도에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었습니다. 지구 궤도로 추가 상승을 해야하는 상황인데 5월 12번째 비행에서도 같은 종류의 엔진 1기가 꺼진 여파로 우주에서 엔진을 다시 켜는 시연이 취소됐던 터라, 이번에도 궤도 진입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스페이스X가 발사 전에 세워 둔 규칙이 작동했습니다. 궤도에 오른 기체는 저절로 내려오지 않습니다. 스스로 엔진을 켜 속도를 줄이는 궤도이탈 분사(deorbit burn)를 해야 지구로 돌아올 수 있고, 이 분사를 못 하면 기체는 제 힘으로 내려올 수 없어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스페이스X는 발사 전 임무 소개에서 궤도이탈 분사에 꼭 필요한 장치들이 하나가 멈춰도 다른 하나가 이어받을 수 있게 돼 있는지 확인한 뒤에만 궤도 진입 분사를 하겠다고 미리 정해뒀습니다.
이번 비행에서 궤도이탈 분사는 해수면용 랩터 엔진 1기로 하도록 예정돼 있었지만, 그 엔진이 고장 나면 내려올 길이 막히므로 나머지 해수면용 엔진이 그 역할을 대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페이스X가 브리핑에서 밝혔듯, 관제팀이 '고(진행)' 사인을 내기 전에 확인한 것도 해수면용 랩터 엔진의 정상 여부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조건이 하나 더 붙었습니다. 궤도에 머무는 동안 한 번, 위성을 내보낸 뒤 한 번, 모두 두 차례 기체 상태를 다시 점검하는 단계를 거쳤고, 만약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여섯 바퀴로 잡은 계획을 단축해 일찍 귀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타십 41호기가 해수면용 랩터 1기로 궤도 진입 분사를 하는 모습.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실제로 중계에서 휴오트는 처음에 궤도 진입을 시도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렸다가, 잠시 뒤 이를 번복했습니다. 스페이스X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관제팀은 준궤도를 따라 관성 비행하는 동안 기체를 점검해 뒤이은 분사에 필요한 해수면용 랩터 3기가 정상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그제야 진행한다 사인을 냈습니다. 스타십은 해수면용 랩터 1기를 점화해 처음으로 지구 궤도에 들어갔습니다.
관제실에서 스타십이 궤도에 있다는 확인이 나오자, 중계 화면 속 스타베이스의 직원들은 환호성을 터뜨렸습니다. 스타십이 오른 궤도는 고도 262~277km, 경사각 32도로 국제우주정거장이 도는 약 400km보다 낮은 궤도였습니다.
위성 26기를 남기고, 세 시간 만에 돌아오다
스타십 41호기의 측면 사출구에서 스타링크 V3 위성이 나오는 모습.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궤도에 오른 스타십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위성을 궤도에 배치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계 영상에서 스타십은 발사 34분 뒤부터 약 30분에 걸쳐 1분에 하나씩 스타링크 V3 위성 26기를 사출했습니다. 그중 3기에는 재진입하는 스타십의 열차폐(heat shield)를 되돌아 촬영할 카메라가 실려 있었습니다. 사출된 기기들은 스타십이 궤도에 남긴 첫 스타링크입니다.
스페이스X는 레이저 링크와 지상국, 스타링크 사용자 단말을 통해 26기 전부와 교신이 이뤄졌으며, 위성들이 궤도에서 테스트를 하고 고도를 높인 뒤 서비스에 투입된다고 전했습니다.
스타링크 V3 위성에 탑재된 카메라가 궤도에 사출되는 순간을 촬영했다.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 26기라는 규모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스페이스X의 발사 전 임무 소개에 따르면 V3 위성 1기는 초당 1테라비트(Tbps)의 통신 용량을 더하고, 26기를 합치면 26Tbps로 팰컨9이 V2 미니 위성을 한 번 올릴 때의 약 10배에 이릅니다.
미국 우주산업 전문매체 페이로드(Payload)의 9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앞으로 스타십은 한 번에 V3 위성 60기까지 실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팰컨9 V2 미니 발사의 약 20배 규모가 됩니다.
AI 생성 이미지이번 비행이 세 시간 만에 끝난 것은 계획과 다른 결과였습니다. 발사 전 계획에서 스타십은 발사 8시간 52분 37초 뒤 랩터 1기로 11초 동안 궤도이탈 분사를 하고 태평양에 입수하는, 9시간 50분짜리 비행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이 고도에서는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약 1시간 반이 걸리니, 여섯 바퀴를 돈 뒤 칠레 앞바다에 내려오는 일정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관제팀은 첫 점검 지점에서 이 계획을 줄였습니다. 중계에서 스페이스X는 상승 중에 겪은 엔진 문제를 감안해 신중을 기하는 차원에서 궤도 체류를 줄인다고 알렸고, 임무종료 후 공식 설명에서는 발사 전에 미리 조율해 해상·항공 교통을 통제해 둔 두 착수 구역 가운데 북태평양 쪽으로 내려온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기권에 재진입하며 플라스마에 싸인 스타십 41호기.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중계 시계로 궤도이탈 분사가 끝난 것은 발사 2시간 12분 18초 뒤였고, 휴오트는 태평양 입수가 비행 3시간을 조금 넘긴 시점이 될 것이라고 안내했습니다. 이어 중계 화면에는 동체의 하단부가 플라즈마에 싸인 채 대기권에 들어서는 재진입, 해수면용 엔진 3기를 모두 켠 착륙 분사와 플립 기동, 그리고 태평양 입수하는 모습이 차례대로 잡혔습니다. 스페이스X는 공식 설명에서 해수면용 랩터 1기로 사상 첫 궤도이탈 분사를 진행해 궤도를 벗어났고, 의도한 지점에 정상적으로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입수 직후 스타십은 옆으로 넘어지며 폭발했습니다.
14번째 비행에서 검증된 것과 남은 숙제
AI생성이미지3세대 스타십이 5월에 데뷔했을 때 부여된 과제는 ① 진짜 궤도 도달 ② 우주 공간에서의 엔진 재점화 ③ 통제된 궤도이탈 ④ 부스터의 온전한 착륙 분사 총 네 가지였습니다. 이번 비행으로 이 네가지가 모두 수행됐지만, 어느 하나도 완전하지는 않았습니다.
궤도 체류는 계획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고, 부스터와 스타십은 엔진을 하나씩 잃은 채 임무를 마쳤습니다. 이 것 외에도 앞으로 스타십이 해결해야할 숙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궤도에서 다른 스타십으로부터 추진제를 보급하는 시연, 부스터와 스타십을 발사 타워의 젓가락(chopstick)으로 잡아내는 지상 복귀, 그리고 계획한 시간만큼 궤도에 머물다 내려오는 비행 완주입니다.
이 숙제들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계획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NASA는 내년 말 아르테미스 III에서 오리온 우주선을 스타십과 도킹시키는 시험을 계획하고 있고, 스타십으로 사람을 달로 운송하는 첫 착륙은 2028년이 목표입니다. 이번 궤도 도달은 그 긴 준비의 시작점에 해당합니다.
태평양 입수 직전 플립 기동과 착륙 분사에 들어간 스타십 41호기. 스페이스X 중계 영상 캡처스타십은 궤도에 올랐지만 머물지는 못했고, 위성은 남겼지만 기체는 온전히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14번째 비행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 비행에서 스타십은 또 어떤 업적을 세우게 될까요?
13번의 발사 실험 끝에 지구 궤도에 오른 스페이스X의 다음 여정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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