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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봤는데요"…5·18 왜곡에 흔들리지 않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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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놀이가 된 5·18 왜곡,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나]
5·18 왜곡의 양상이 달라졌다. 일부 세력의 주장에 머물던 왜곡과 폄훼가 이젠 온라인의 놀이가 됐다. 5·18민주화운동 46주기 당일 등장한 '탱크데이'라는 광고 문구는 한 달여 만에 고교 야구장에서 광주 학생을 조롱하는 구호가 됐다. 역사 왜곡이 놀이처럼 소비되는 사이 아이들은 5·18을 교실보다 온라인에서 먼저 접하게 됐다. 광주CBS는 5·18 조롱 '밈'의 확산 실태와 교육 현장의 간극을 짚고,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대안을 찾는 기획을 3차례에 걸쳐 싣는다.

시민군 기록으로 학생 질문 풀어…정보의 근거·맥락 살피는 교육 필요
지역사회의 기억에 검증·공감 더해…독일·핀란드 교육 사례도 시사점

5·18 당시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하고 있는 계엄군. 5·18기념재단 제공5·18 당시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하고 있는 계엄군. 5·18기념재단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  스타벅스 '탱크데이'는 어떻게 광주를 조롱하는 구호가 됐나
②  교실에선 5·18민주화운동 배우는데…온라인에선 조롱 '밈'으로
③ "인터넷에서 봤는데요"…5·18 왜곡에 흔들리지 않는 교실
(끝)

"인터넷에서 총을 쐈다는데, 광주 시민도 그럼 잘못한 거 아니에요?"

전남광주특별시 북구 양지초등학교 박정은 교사가 학생에게 받은 질문이다. 박 교사는 무기 반납을 둘러싼 당시 시민군의 논의 내용을 보여주며 학생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했다. 온라인에서 접한 단편적인 주장을 역사적 기록과 맥락 속에서 다시 살펴보게 한 것이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가 학생들의 역사 인식에 영향을 미치면서 5·18 교육에도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 현장 교사들과 5·18기념재단은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데 더해 학생 스스로 정보의 근거를 판단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피해자의 삶에 공감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많이 접한 5·18,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

순천고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백형대 교사는 학생들이 영화와 유튜브 등을 통해 5·18을 접하지만, 익숙한 것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백 교사는 "5·18에 대해서 정확히 안다기보다는, 5·18을 많이 접해봤다는 정도인 것 같다"며 "유튜브에 나온 내용을 자신의 주장 근거로 삼는 경우가 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다. 박정은 교사는 학생들이 쇼츠와 릴스의 댓글에서 본 내용을 수업 중 질문으로 꺼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5·18기념재단 장민혁 교육문화부장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온라인에서 접하는 정보 사이의 간극을 짚었다. 교과서에서는 신군부의 정권 장악과 광주시민의 저항 등 사건의 큰 흐름을 다루지만, 구체적인 사건 전개와 온라인 왜곡 주장까지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장 부장은 청소년들이 왜곡된 정보를 믿는 문제뿐 아니라 5·18을 밈이나 조롱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현상에도 주목했다.

박 교사 역시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서 희화화하고, 이런 것들이 놀이로 치부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자신의 학교에서 심각한 양상이 나타난 것은 아니며, 교사 연수에서 다른 학교의 사례를 전해 듣고 확산 가능성을 걱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와 학교가 함께 쌓아온 역사 인식

광주에서는 학교 교육과 지역사회의 기억이 학생들의 5·18 인식을 뒷받침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삼원 전남광주 교사노조 위원장은 광주에서 5·18 왜곡이나 극단적인 역사 인식이 상대적으로 덜 나타나는 배경으로 지역사회의 높은 시민의식과 건강한 공동체 정서를 꼽았다. 5·18의 가치를 공유해 온 지역사회의 분위기에 학교 교육이 더해졌다는 설명이다.

장 부장도 광주 학생들이 정규 교육과정 외에 지역사 수업과 사적지, 주변 인물과 기념행사를 통해 5·18을 꾸준히 접한다고 말했다.

광주의 초등학교에서는 사회 정규 교육과정의 현대사 단원에서 5·18을 다루고, 광주에서는 5월 기념 주간에 별도의 계기교육도 진행한다.

다만 이러한 교육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 부장은 초등학교에서 받은 역사·혐오 예방교육이 중학교에서도 이어지지 않으면 학생들이 다시 또래 문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지속적인 교육을 강조했다.

답을 알려주는 데서 스스로 근거를 찾도록

지난 1일 전남광주 동구 동산초등학교에서 진행된 5·18 민주화운동 관련 민주시민교육에서 교사가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고교야구 경기장 사례를 소개하며 온라인 혐오·왜곡 표현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정유철 기자지난 1일 전남광주 동구 동산초등학교에서 진행된 5·18 민주화운동 관련 민주시민교육에서 교사가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고교야구 경기장 사례를 소개하며 온라인 혐오·왜곡 표현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정유철 기자
교사들은 학생들이 온라인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누가 한 말인지뿐 아니라 어떤 근거와 맥락에서 나온 주장인지 살펴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형대 교사는 "어떠한 근거를 삼을 때 참고 문헌이나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걸 강조한다"며 "5·18뿐 아니라 여러 문제에 접근할 때 정보를 취합하고 판단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학생이 직접 자료를 탐색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학생들이 스스로 찾게 하는 것과 답이 정해져 있는 채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좀 다르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탐색할 수 있도록, 교육적으로 구분해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수업에 활용할 구체적인 대응 자료도 과제로 제시됐다. 박정은 교사는 재단이 만든 5·18 교과서와 퍼즐 등을 활용해 수업한 경험을 소개하며 기존 교육자료는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왜곡 주장과 조롱에 답할 자료는 더 구체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교사는 가짜뉴스를 유형별로 나누고 답변이나 대응 방식을 카드뉴스·영상으로 안내하면 교사들이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장 부장은 정확한 자료의 보급과 함께 이를 지역사·인권교육에 연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체와 연대, 시민의식과 참여 등 5·18의 가치를 학생들의 일상에서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혐오나 이런 부분도 역사 교과의 내용이 아니라 사실은 시민교육의 영역"이라며 재단과 교육청,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민주주의와 연결…핀란드는 여러 교과에서 정보 판단 교육

해외에서는 역사 학습을 민주주의 교육과 연결하거나 정보 판단 능력을 여러 교과에서 기르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독일 교육장관회의(KMK)에 따르면 독일 16개 주 모두 역사 또는 역사 비중이 높은 사회과 교과에서 나치즘과 홀로코스트를 다룬다. 중등 1단계에서는 독일어와 종교·윤리 등 다른 교과에서도 관련 내용을 가르친다.

독일 교육장관회의는 올해 6월 기억교육 권고안을 개정해 반유대주의와 허위정보, 디지털 미디어와 인공지능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응하는 교육을 강조했다.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현재 사회에 대한 성찰과 민주주의 교육으로 연결하는 취지다.

핀란드는 초등·중학교 국가 핵심 교육과정에서 '다중문해력'과 '정보통신기술 역량'을 범교과 역량으로 제시한다. 글·이미지·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며 생산하는 능력을 여러 교과에서 기르도록 하는 방식이다. 핀란드 국가교육청은 학생들의 비판적 읽기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사교육 과정 개발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 제작지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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