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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진출, 8% 관세를 없애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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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국내 대응 태세

(이케아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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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가구업계의 절대 강자 이케아는 광명시에 4만평이 넘는 대형 매장을 신축하려고 합니다. 반면 광명시 가구업체는 평균 50평입니다. 4만평과 50평의 싸움인데, 경쟁이 되겠습니까? 이케아가 내년 말부터 영업을 시작하면 우리는 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습니다.”(이케아 광명입점 저지 대책위원회 이상봉 회장)

이케아의 입점으로 당장 피해를 보는 광명시 영세 상인들의 목소리는 이처럼 절박하다. 이케아의 진출로 한샘과 리바트 등 유명 대형업체보다는 전국 만여 개 가구업체의 90%를 차지하는 9인 이하의 동네 영세 가구 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케아가 광명시에 입점한 뒤 광역시 단위로 판로를 확대할 경우 가구업계의 30%는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 3만 5천여 명의 가구 업계 종사자 중 만 명 이상이 망하거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의 대응 태세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대표적으로 관세 문제를 들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양허관세 기준에 따라 가구 완제품은 2003년부터 일부를 제외하고 관세가 0%다. 반면 국내 업체가 가구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원재료 '파티클 보드'(폐목재 등을 분쇄한 뒤 응고시켜 가구용으로 사용하는 합판) 수입할 때 8%의 관세가 붙는다.

관세 없이 중국 등에서 완제품을 들여오는 이케아에 비해 국내 가구 업체는 8%의 관세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른바 ‘역관세’ 문제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중심의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한샘, 리바트 등 대형업체 중심의 한국가구산업협회, 한국씽크공업협동조합 등 가구업계는 ‘가구산업발전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역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8%의 관세에 할당 관세를 적용해 4%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관세를 4%로 낮추기만 해도 6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가구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가구업계의 이런 요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용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5일 발표한 ‘올 하반기 할당 관세 인하 계획’에서 가구 원재료인 파티클 보드를 관세 인하 품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여기에는 올해 세수가 부족한 만큼 신규 품목을 할당 관세 인하 품목에 추가하기 어렵고, 또 이케아가 아직 영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세를 낮춰도 영세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가구업계에 큰 혜택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특히 올 하반기 업계가 다시 관세 인하를 요청해도, 이케아가 영업을 시작하는 등 환경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닌 만큼 가구 원재료인 파티클 보드에 할당 관세 인하 요건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이런 결정은 이케아의 진출에 대응해 미리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약하다.

결국 기재부가 관세 인하를 수용하지 않은 데는 이 밖에도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국내에서 가구 원재료 파티클 보드를 생산하는 한국 합판보드협회가 관세 인하를 강력히 반대하기 때문이다.

파티클 보드의 연간 수요량은 150만 톤 정도인데 이 중 절반이 수입되고 절반은 동화기업, 대성목재공업, 성창보드 등 3개 회사가 공급하고 있다.

한국 합판보드협회 관계자는 “현재 파티클 보드 업계의 영업이익이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라며 “할당 관세 인하까지 되면 적자로 돌아서 망할 수밖에 없는 만큼 1%의 관세 인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WTO 협정 당시 합판 보드 협회는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 똘똘 뭉쳐 관세 유지를 관철시킨 반면 가구 업계는 가구 완제품의 무관세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가 지금에 와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며 “국내 산업 보호 차원에서 파티클 보드의 관세 인하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요컨대 가구업계의 공룡 이케아의 진출이 임박했지만 국내 업종 간 이익의 충돌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실 두 업종이 대립하는 데는 서로에 대한 불신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불신은 특히 지난해 ‘동남아산 파티클 보드’에 대한 합판 보드 협회의 반덤핑 관세 유예 포기 이후 더욱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합판보드협회 관계자는 “가구 업계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4월 동남아산 파티클 보드에 대한 반덤핑 관세 유예를 포기했고, 이런 조건으로 가구 업계가 할당 관세 요청은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구두로 했다”고 말한 반면, 한국가구협회 관계자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같은 날카로운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업종 관계자들 모두 ‘상생’을 외친다는 점이다. 두 업종이 ‘전후방 관계’에 있는 만큼 한 쪽이 망하면 다른 쪽도 어렵게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양 측이 거의 10여 년 동안 파티클 보드 관세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면서, 서로의 피해 규모를 과장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이케아가 입점을 한다고 해도 국내의 두 업종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이상 해법 찾기가 쉽지 않고, 그 와중에 대응 능력이 부족한 영세 가구 업체의 경우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의 진출 등이 가구업계와 합판 보드 업계 등 국내 업체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토대로 두 업종의 상생을 견인할 정부 당국의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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