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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진 숫자 줄여 대통령실 슬림화, '어공'은 토사구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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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인은 당직자나 국회 보좌진들을 그냥 건달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실 비서관급 2차 인선 발표가 있었던 6일 검찰과 관료 출신들이 대통령실을 장악했다며 한 국민의힘 관계자가 자조 섞어 한 말이다. 실제로 전날부터 이날까지 연이어 발표된 비서관급 인사를 보면, 윤 당선인의 검찰 인맥이 전진 배치됐다. 공직기강·법률·총무·인사까지 핵심은 모두 윤 당선인의 '검찰 후배' 몫이었다. 경제·안보·사회 분야 자리는 '정통 관료'에게 돌아갔다.

여기에 윤 당선인이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별정직 공무원 대신 '늘공'(늘 공무원)으로 불리는 관료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선 경선 때부터 무보수로 밤낮 없이 뛰었던 실무진은 물론, 행정부 경험을 통해 능력을 키우고 싶었던 당료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한 실무급 인수위 관계자는 "어공이 윤 당선인을 따라 용산으로 가는 건 윤 당선인 최측근이나 검찰 쪽 추천 아니면 어려울 것 같다"며 "토사구팽(兎死狗烹)이 이런 건가 싶다"고 씁쓸해 했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실 슬림화'가 비서관 급이 아닌 행정관 급 위주로 진행된 것도, 어공들의 미래를 더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 지금까지 인선 발표와 추가 인선 계획을 고려하면, 비서관 급 숫자는 40명 가량으로 사실상 그대로다. '슬림화'를 위해 실무진이라고 할 수 있는 행정관 규모를 대폭 줄인다는 의미다. 대통령실은 현재 260명 안팎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행정관 자리는 100개 정도다. 보통 절반 정도는 각 부처 파견을 받는다. "각 부처의 에이스들을 뽑아 대통령실에 배치할 것"이라는 인수위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볼때, 100명 중 절반 이상이 부처 파견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부처 파견 빼고, 검찰 인맥 빼면 어공을 위한 자리는 한 10개 정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답해 했다.

취임식까지 초읽기 시점에도 '용산행 명단'이 나오지 않다보니 인수위 소속 어공 대부분은 기대를 접은 채 '일단 하는 데까지' 일하는 분위기다. 취임식부터 용산 집무실 이전까지 현장에서 뛰어야 하는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일은 이 업무를 제가 안 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하고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한 실무진은 "대통령실 인선을 보면 지시를 하는 사람 수는 거의 그대로고 실무진 수는 대폭 줄어든다"며 "취임 전에도 이렇게 바쁜데 용산에 가면 어떻게 업무를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수석이랑 비서관들이 1차 보고서부터 쓸 건가 보다"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모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 박종민 기자서울 용산구 국방부 모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 박종민 기자
용산행 명단이 '실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작성되고 있다는 게 윤 당선인 측 설명이지만, 예민하게 민심을 잃는 정무 감각과 여소야대의 정국을 돌파하는 정치리더십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 당선인이 생각하는 능력의 개념이 협소한 측면이 있다"며 "정치인에게 가장 기대되는 덕목은 갈등 속에서도 조금씩 이상에 가까워질 수 있는 실질적 중재안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위에서 '지시하는 대로' 업무에 착수하는 관료나 법을 유일한 준거로 놓고 일하는 검찰들과는 다른 덕목이 '어공'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이 가진 '정치권 불신'이 읽힌다는 것도 문제다. 윤 당선인 본인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자양분 삼아 대권까지 거머쥔 당사자기도 하다. "국민의힘에 부채가 없다고 생각하니, 옆에서 도운 정치권 인사들이나 '어공'들과 용산까지 갈 생각이 없는 것(국민의힘 다선 의원)"이라는 분석이다. 인수위 실무급 관계자는 "대선 경선 때부터 중진 의원들이 나서서 윤 당선인을 도왔는데, 우리 같은 실무진들이 죽어라 뛰는 게 감흥이 있을 리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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