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 한국배구연맹지칠 대로 지쳤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정관장이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반전을 노린다.
정관장은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흥국생명과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 2차전을 치른다.
지난달 3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0-3 완패를 당했다. 5전 3선승제 챔프전에서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55.55%(10/18)로 높지 않지만, 기선 제압에 성공한 흥국생명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상태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오른 정관장은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에서 2위 현대건설을 꺾고 업셋으로 챔프전에 진출했다. 통합우승을 달성한 2011-2012시즌 이후 13년 만이자 통산 4번째 챔프전이다.
정규리그를 마친 뒤 일주일도 채 쉬지 못하고 달려왔다. 그래서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리베로 노란은 부상으로 2차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고, 세터 염혜선은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다.
앞서 노란은 PO 3차전 도중 허리 통증을 호소해 교체됐다. 대신 투입된 리베로 최효서마저 수비 불안을 드러내자 급하게 빈자리를 메운 건 아웃사이드 히터 박혜민이었다. 그는 리베로 조끼를 입고 나서 안정적인 수비로 정관장의 승리에 기여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의 고육지책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2라운드 현대건설전에서도 박혜민을 리베로로 기용한 바 있다. 필요한 순간이 올 거라 생각했다"면서 "(박)혜민이와 평소 그런 얘기를 자주 한다. '감독님 저는 뭐든 좋아요'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챔프 1차전에서는 박혜민과 최효서의 '더블 리베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혜민은 최효서처럼 전문 리베로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흥국생명의 강서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노란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챔프 2차전에서도 노란이 뛰지 못하면 '더블 리베로' 체제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흥국생명의 강서브를 얼마나 버텨낼지는 미지수다.
세터 염혜선은 부상 투혼을 이어가고 있다. 무릎 부상으로 지난 PO 2차전에 결장한 그는 통증을 참고 PO 3차전과 챔프 1차전을 소화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해 챔프 2차전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없이 잇몸으로 버티는 형국이다. 고 감독이 "솔직히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 모두 당일에 출전 여부를 판단할 정도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그것 때문에 졌다고 핑계 대기 싫어서 말하기 싫었는데, 그만큼 힘든 상태"라고 털어놓을 정도다.
하지만 13년 만에 밟은 챔프전 무대인 만큼 쉽게 물러설 수 없다. 고 감독은 "이런 경기가 나오지 않도록, 조금 더 명경기가 될 수 있도록 선수들과 함께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흥국생명. 한국배구연맹
정규리그 1위에 올라 챔프전에 직행한 흥국생명은 2주 가까이 휴식을 취해 쌩쌩하다. 실전 감각을 우려했지만 챔프 1차전에서 큰 문제점은 보이지 않았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오랫동안 경기를 뛰지 못해 걱정이 많았다"면서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겼고, 경기 리듬도 찾아서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나는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의 마지막 챔프전인 만큼 결의에 찬 모습이다. 국내 복귀 후 3차례나 준우승에 그쳤던 김연경이 우승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지 관심을 모은다.
김연경은 "3차전에서 끝내고 싶다. 3차전 이후는 없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반드시 털겠다는 각오다. 특히 리버스 스윕으로 우승을 놓친 지난 2022-2023시즌의 아픈 기억을 잊을 수 없다. 흥국생명이 남은 2승을 채우고 정상에 오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