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위기 때마다 배럴당 100달러를 위협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할 '무역분쟁' 우려 속에 배럴당 60달러까지 떨어졌다.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며 수요 감소와 투자 심리 위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발표하기 직전인 2일 배럴당 71.71달러에서 최근 61달러로 15% 하락했다.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가격 수준이다.
또 WTI 가격은 7일 한때 배럴당 58.95달러를 기록해 2021년 4월 코로나19 팬데믹 회복기 이후 처음으로 60달러선이 깨지기도 했다.
브렌트유 가격 역시 지난 2일 배럴당 74.95달러에서 최근 65달러로 18% 떨어졌다.
올해 초 미국의 기록적인 한파로 난방수요가 증가하면서 배럴당 79.39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WTI 기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기대감 등에 힘입어 하락하는 추세였지만, 배럴당 70달러 안팎에서 오르내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경기둔화 가능성이 본격화하면서 금융시장이 큰 충격에 빠졌다. (참고기사 <관세 쇼크에 새파랗게 질린 주식창…당분간 구조대도 없다>)
동시에 국제유가도 미국 경기침체와 미중 간의 무역분쟁의 여파로 수요가 감소할 것을 우려해 가격이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선물 김광래 수석연구원은 "시장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가장 큰 경제 주체인 G2(미국과 중국) 간 치킨 게임이 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관세 전쟁 격화에 따른 수요 감소를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OPEC+(주요 산유국 협의체)가 5월부터 증산량을 기존 계획인 하루 13만 7천배럴에서 3배 높인 41만 1천배럴로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공급 확대도 국제유가 하락에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전국 휘발유 가격도 올해 초 리터당 1733원에서 최근 1660원으로 약 4% 내렸다.
다만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를 마지노선으로 더 이상 하락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상인증권 최예찬 연구원은 "WTI 가격이 60달러 수준으로 내려가면 미국 셰일 신규 시추 활동과 원유 생산량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즉 50달러대 유가는 미국 내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목표 중 하나인 에너지 패권 유지와 상반된다"면서 "시장의 공포가 완화하면 60달러 중반 수준으로 회복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키움증권 심수빈 연구원도 "유가 급락은 실제 원유 수급 여건을 반영했다고 보기 어려워 보이며, 오히려 금융시장 내 투자 심리 위축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미국과 주요 국가 간 협상 등이 진행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투자 심리가 회복하면 유가도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