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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탄핵반대 물결이 되살아나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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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올곧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류영주 기자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류영주 기자
언론은 올곧아야 한다. 듣고 본 걸 공익을 위해 바르고 곧게 알리라는 뜻. 그게 올바른 저널리즘이요 정론이다. 400년쯤 이어진 세계 언론 온갖 행태를 겪어 본 끝에 얻은 결론이자 지표이고.

한국에선 80년짜리 피맺힌 아픔을 부른 오보가 있었다. 1945년 12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영국·소련·미국 외무 장관 회의 결과를 거꾸로 알린 그해 그달 27일 자 동아일보 1면 기사. 소련이 조선을 곧바로 독립시키려 했고, 미국이 신탁 통치를 주장한 사실을 뒤바꿔 전했다. '회의 결과 공개 하루 전'에 허투루 터뜨린 보도는 좌우 대립 씨앗이 돼 한국전쟁을 빚었고 여태 사회를 갈랐다.

이달 15일 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반탄의 열기를 반이의 대열로'는 오랜 좌우 갈등 얼개에 자기 오른쪽 이해를 끼워 넣고 나선 꼴. 비상 계엄을 두고 병을 치료하는 '처방'으로 일컫고, 윤석열 파면 뒤 한 주 동안 "반탄 열기는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써 독자 불안을 키우더니 기어이 "'탄핵 반대 물결'의 부활"을 말했다. 탄핵 반대 물결이 되살아나야 보수·우파가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

지난 15일 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캡처지난 15일 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캡처
헌법을 흔들고 국회와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계엄을 두고 "처방"이라 말할 순 없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 까닭을 하나하나 짚어 밝혔음에도 "'탄핵 반대 물결'의 부활"을 말하니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공평하고 올바르지 않은 채 한쪽으로 치우쳤지 않은가. 매우 들떴고. 사회 공기 '신문' 에 글을 이렇게 쓰면 곤란하다. 이런 글쓰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서둘러 펜을 놓는 게 낫다.

나는 4월 15일 자 김대중 칼럼에서 '조선일보 본색'을 거듭 봤다. 지난 1월 31일 자 조선일보 8면 머리기사 '"내가 제일 왼쪽"···정치 편향에 빠진 헌재' 같은 편파와 왜곡. 재판관 '정치 편향 논란'을 앞세웠지만 근거를 익명과 따옴표에 숨긴 은근한 편파·왜곡 보도였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국회 인사 청문을 거쳐 임명된 재판관이 헌법에 비춰 '윤석열 탄핵이 옳은지를 따질 뿐인 상황'을 두고 마치 다툴 게 있는 것처럼 몰아갔다. 조선일보 이해에 따라 여론을 움직이려 한 것으로 나는 읽었다.

지난 1월 31일자 조선일보 8면 기사 캡처지난 1월 31일자 조선일보 8면 기사 캡처
사회 공익보다 자기 이해에 매달린 윗물 때문에 아랫물도 흐린 꼴. 나는 직접 겪기도 했다. 지난 2023년 9월 2일 자 사설 '언론노조 민낯 보여준 허위 인터뷰와 책 3권 값 1억 6천'을 두고 "'언론노조가' 보도 속 김만배와 인터뷰를 하거나 책값 1억6천만 원을 받은 적이 '전혀 없으니' 제목을 고쳐 달라"고 요구했지만 조선일보는 거절했다.

같은 해 8월 4일 자 29면 머리기사 '메인 뉴스 편파 보도 KBS 46건, MBC 87건···이러고도 공영방송?'에선 "언론노조 정치위원회 규약이 '방송을 통해 특정 정치·노동 이념을 추구한다고 밝혔고', 같은 규정에 따른 언론노조 목적은 '방송이 정치 투쟁 도구라는 뜻'"이며 "편파 방송 근본 원인으로 공영 방송이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장악된 점을 꼽는다"고 전했는데 모두 허위였다.

언론노조 정치위원회 규정에는 조선일보가 적시한 문구나 내용이 아예 없었기 때문. '방송'이라는 낱말조차 없었다. 매우 간단한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허투루 비틀어 쓴 것. 조선일보는 이 또한 정정하지 않았고 반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기자가 쓴 지난 2022년 12월 13일 자 39면 '[동서남북] 입맛에 맞는 사장 뽑으려···이번엔 '알박기' 방송법인가'에는 반론 보도를 요구했고, 같은 해 3월 15일 자 39면 '[동서남북] "정권은 바뀌어도 방송은 안 바뀔 것"'에는 정정해 줄 것을 바랐다. 아무런 근거 없이 "한국PD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방송기술인연합회가 언론노조와 함께 방송사 경영을 좌지우지해 왔다"거나 "친문(재인) 경영진과 언론노조가 정치 편향 방송을 계속할 것이며 5년 전엔 전 정부 인사를 쫓아내고 이제는 자기편 감싸기에 나섰다"고 보도했으니 바로잡아 달라는 것이었는데 조선일보는 모두 외면했다.

사실 확인도 없이 자기 이해에 기운 보도를 함부로 낸 뒤 그릇된 걸 바로잡지 않고 반론 요구도 듣지 않는 조선일보. 기자 둘은 어처구니없게도 "미리 전화했으면 잘 해결할 수도 있었다"며 "틀린 건 바로잡아 주겠다"고 내게 말했다. 암암리에.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이나 법원 판결 같은 것 말고.

자기 기사와 논설에 '정정이나 반론 보도 표식'을 내지 않고 '그냥' 바꿔 주겠다는 얘기. 혹시 기사에 흠집 나면 누군가 꾸짖기라도 하는 걸까. 조선일보는 여러모로 올곧지 않다.

이은용 칼럼니스트이은용 칼럼니스트이은용 칼럼니스트.
- 전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 전 뉴스타파 객원기자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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