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류영주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오 시장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관계가 진전하게 된 계기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검찰이 확보한 명씨의 진술에 따르면, 오 시장은 자신의 21대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한 명씨에게 "정확하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명씨를 '사기꾼'이라 지칭하며 관계를 부인해온 오 시장의 주장과 전면 배치되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검찰은 조만간 오 시장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검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씨로부터 2021년 1월 20일 국민의힘 광진구을 당협사무실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오 시장을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들의 만남은 그보다 12일 전인 2021년 1월 8일, 오 시장이 김 전 의원에게 명씨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요청한 뒤 명씨에게 전화해 "서울에 올라오면 꼭 연락을 달라"고 하면서 성사됐다고 한다.
검찰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1월 20일 만남에서 명씨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패배 원인을 자체적으로 분석해 오 시장에게 설명했다. 오 시장은 21대 총선에서 광진구을에 출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5만4210표)에게 약 3천 표 차이로 패배했다.
이 자리에서 명씨는 오 시장에게 특정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100%'와 '60대 이상'이라고 설정됐기에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가 도출됐다"며 "여론조사 결과로 인해 고민정 후보에게 유권자들이 대세에 따르게 되는 '밴드웨건 효과'가 발생한 것이 주요한 패배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러한 설명을 들은 오 시장은 "지난 총선 당시 왜 패배했는지에 대해 정확한 판세 분석을 그간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고 명씨는 진술했다.
그간 오 시장 측은 "명씨와 1월부터 사이가 안 좋아졌다"며 "2021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명씨가 터무니없는 얘기를 해 관계를 끊어냈다"는 취지로 명씨와의 관계를 일축해왔는데, 이와는 반대로 검찰이 오 시장이 명씨를 오히려 신뢰하게 된 정황이 담긴 진술들을 확보한 것이다.
앞서 명씨는 오 시장과의 만남만 7차례라고 주장하며 검찰에 임의 제출한 자신의 휴대전화에 이를 입증할 증거가 모두 들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오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부터라도 실제 있었던 대로 진실만을 이야기하라"고 반박한 바 있다.
검찰은 명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한 조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 한 만큼, 조만간 오 시장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