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왼쪽)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에서 대선 후보 단일화를 두고 내홍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덕수 전 총리가 공개적으로 김문수 후보를 향해 단일화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새치기 논란' 등 불공정 이슈가 있는 상황인 만큼 자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한 전 총리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김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를 두고 "단일화가 실패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큰 배신이고 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가 최종 후보로 선출된 이후 단일화에 대한 태도가 바뀌자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한 셈이다.
한 전 총리의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경선 레이스부터 전당대회까지 후보 선출 작업을 함께 했던 당원들은 김 후보에게 약속을 이행하라고 압박할 수 있지만, 뒤늦게 뛰어든 한 전 총리가 정당한 절차로 선출된 다른 당 후보를 향해 단일화를 압박하는 것은 '몰염치한' 태도라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 당 사람들이 김문수 후보를 향해 단일화를 압박하는 것은 일리가 있지만, 한 전 총리는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선을 넘은 발언"이라며 "당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고 자중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단일화에 대한 모든 걸 당에 일임한다고 해놓고는 밖에서 자꾸 당과 후보를 자극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논의를 두고 당 일각에서는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김 후보는 총 3억원의 기탁금을 내고 당 경선에 참여해 약 20일간의 치열한 레이스를 진행했고, 11명의 후보자 중 최후의 1인이 되기까지 서류심사와 세 차례 경선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총 6차례의 토론회를 거쳤고, 본인의 범죄 전과가 공개되는 것은 물론 재산 형성 과정, 가족 관계, 건강 문제, 과거 발언, 정치 이력, 그리고 대선 공약까지 철저한 검증이 이뤄졌다.
반면 같은 기간 한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며 '대망론'에도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더니, 국민의힘에서 후보가 거의 확정될 때쯤 뒤늦게 사퇴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당원과 국민들로부터 대선 후보로서의 검증 자체를 받지 않은 셈이다.
오히려 당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 모습이 공개되고, 통화 내용이 일부 언론 등을 통해 흘러나오는 등 사전 선거운동으로 오해받을 만한 일들이 연출되기도 했다.
더군다나 한 전 총리는 "국민이 요구해서 나왔다"며 범보수 진영에서 본인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오는 점을 대선 출마와 단일화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당당하게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해 표로 선출 받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후보 등록 전에 합쳐서 우리 당 후보로 등록하면 그게 경선이지 무슨 단일화인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지금이라도 한 전 총리가 하루빨리 당에 입당해서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과 당원들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한 뒤 김 후보와 토론회도 하고 원샷 국민경선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와 다수 의원들, 그리고 한 전 총리까지 합세해 김 후보에게 단일화를 압박하자 김 후보는 "지금 시점부터 후보 일정을 중단하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는 "단일화에 대한 일관된 의지도 분명하게 보여드렸고, 지금도 단일화에 대해 한결같은 마음"이라면서도 "당이 대선 후보에 대한 지원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기습적으로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소집한 것은 당 지도부가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며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대선 후보까지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