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김기현·박덕흠 의원이 6일 후보 단일화 압박에 반발하며 후보 일정을 중단하고 상경한 김문수 대선 후보를 만나기 위해 서울 관악구 김 후보의 자택 앞에서 기다리다 김 후보가 오지 않자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지도부가 며칠 동안 김문수 대선 후보를 찾아 다니다 허탕을 쳤다. 지도부의 목적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와의 '빠른' 단일화. 김 후보는 계속되는 당의 압박에 발끈하며 유세 일정을 중지했다.
한밤중 지도부가 자신의 집까지 찾아오자 한 후보와의 깜짝 회동 발표도 했다. 지도부는 단일화 진행 상황에 개입하지 말라면서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기,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선 후보간 갈등이 격화되며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의총 이틀 내내 진행…당 지도부 비판하는 김문수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문수 후보가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속도를 내지 않자 이틀 내내 의원총회를 열며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김 후보도 이에 지지 않고 '당무우선권'을 내세우며 당 지도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외려 당이 선거대책본부 구성과 당직자 임명에도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첫 번째(5일) 의총 직후 지도부는 김 후보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사무총장도 교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당이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연달아 소집 공고하자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됐다. 김 후보는 이같은 공고가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절차로 보인다며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개최 이유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밝혀달라고 발끈했다.
김 후보는 "당에서 단일화 과정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는 사실, 의구심을 짙게 하는 당의 조치들 때문에 단일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까지 말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국민의힘 재선 의원 모임 간사인 엄태영 의원과 초선 의원 모임 간사인 김대식 의원의 방문을 받고 일정 중단을 선언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쌍권 여론조사·사퇴 배수진 치자, 김문수 '한덕수 회동' 발표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당 지도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전까지는 '김문수+한덕수 단일화'를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도부는 7일 전 당원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김 후보를 향한 압박용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두 번째(6일) 의총에서 "당무 우선을 논하기 전에 국민과 당원에게 드린 약속이 우선"이라면서 "만약 목표한 시한 내에 대통령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저는 당연히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을 사퇴할 것"이라고 배수진도 쳤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밤 중 김기현 의원·박덕흠 의원과 함께 김 후보 측의 자택도 방문했다. 다음 날 의총 참석을 직접 요청하기 위해서다.
앞서 쌍권 지도부는 김 후보를 직접 만나겠다며 대구로 향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며 후보 일정을 중단했다. 이후 두 번째로 지도부가 김 후보를 만나러 간 셈이다.
이번에도 김 후보는 지도부를 만나지 않고 갑작스레 '한덕수 후보와의 회동'을 알렸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더 이상 단일화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단일화 여론조사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시계를 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강행하는 여론조사, 김문수의 선택은?
당은 단일화 여론조사는 그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권 원내대표는 김 후보 측의 집 앞에서 기자들에게 "이미 당원들에게 공지가 됐고 발표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모든 당원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과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마감 전 단일화를 마쳐야 한다고 보는지 여부를 ARS 조사로 묻는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결과가 나오면 바로 공표를 할지, 어떻게 할지는 비대위원장과 당 지도부가 상의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지속적으로 단일화 관련 모호한 입장을 취할 경우, 당이 찬반조사 직후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여론조사를 즉각 실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후보 측과 대화가 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해 컨틴전시 플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원내 인사는 "원래 단일화라는 것 자체가 녹록치 않은 작업"이라며 "(합의를 이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