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 씨. 연합뉴스검찰이 전직 통일교 고위 간부가 건전법사 전성배 씨에게 김건희씨 선물 명목으로 전달한 고가의 샤넬 가방들이 김씨의 수행비서에 의해 교환된 정황들을 확보하면서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해당 가방이 실제 김씨에게 전달됐는지 여부가 관건인 가운데 전씨와 김씨 측은 '전달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주요 관계자 대질 조사 진행을 검토하는 한편 김씨의 수행비서와 통일교 총재 등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해가는 기류다.
석연찮은 진술…통일교-건진-김건희 측 대질조사 전망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건진법사 전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박건욱 부장검사)는 이르면 이번 주말 전 씨,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 김건희씨의 수행비서 유모씨를 재소환해 샤넬 가방 전달 여부와 실물 행방 등에 대한 대질 심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2022년 4~8월쯤 전씨가 윤씨로부터 김씨 선물용으로 해당 가방과 목걸이 등을 받았다고 보고 그 행방을 추적해왔다. 지난달 30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초동 사저와 유씨 등 김씨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던 대통령실 행정관 2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추적 과정에서 샤넬 가방 실물은 찾지 못했으나 관련 영수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최근 샤넬코리아도 압수수색하면서 문제의 가방 일련번호, 구매자 등 정보를 파악했다.
그 결과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씨의 처가 쪽에서 샤넬 가방 최소 2개를 구입했으며, 모두 전씨를 거쳐 김씨 수행비서 유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이 가방들을 300만 원 가량의 웃돈을 얹어 두 차례 다른 샤넬 가방과 제품으로 교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추가금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와 전씨는 김씨에게 가방을 전달하지 않았으며 김씨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모든 일을 자신이 유씨에게 시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유씨도 "전씨의 심부름을 한 것"이라며 "차액은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현금으로 보전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측도 "김씨는 샤넬 가방 등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유씨가 전씨를 (김씨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고문이었을 때부터 아는 사이였던 만큼 전씨의 사적 (교환) 심부름을 한 것으로, 그런 일은 김씨에게 일일이 얘기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검찰은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다. 김씨의 최측근인 유씨가 영부인이어던 김씨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전씨의 지시를 이행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종종 전씨의 심부름을 했다는 수행비서 유씨는 전씨와 직접 연락한 적이 없는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됐으며, 샤넬 가방이 전달된 이후에는 김씨가 전씨에게 직접 전화를 건 내역 등은 확보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유씨는 가방을 교환할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와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전씨와 유씨가 모두 김씨와의 연관성에 선을 긋고 있는 만큼, 검찰은 선물의 구매자로 지목된 윤씨를 다시 불러 이들 진술과의 전후 관계를 맞춰보는 등 경위 파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 한학자·김건희 수행비서 출국금지…검찰, 수사 전방위 확대
샤넬 가방 전달 경로를 파악한 검찰은 최근 김건희씨의 수행비서 유씨 뿐 아니라 통일교 한학자 총재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유씨 외 김씨의 다른 수행비서들도 통일교 측의 가방과 목걸이 등이 전달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며 김씨의 측근과 통일교 정점으로까지 수사망을 넓혀가는 분위기다.
수사팀은 통일교 측에서 건넨 샤넬 가방들이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국제연합(UN) 사무국의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의 통일교 행사 참석 △통일교의 YTN 인수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 통일교 관련 이권 문제 청탁을 위해 넘겨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 황진환 기자특히 검찰은 통일교 측 윤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씨에게 건넨 선물과 관련해 '한학자 총재의 결재를 받고 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이 한 총재까지 출국금지 조치한 건 이와 관련해 정확한 경위를 따져봐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는 최근 입장문에서 윤씨 관련 의혹에 대해 "개인의 사적인 동기와 행동일 것이고, 세계 섭리와는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관련 수사는 윗선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김씨의 다른 수행비서인 조모씨와 정모씨가 청탁 과정에 관여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방이 전달됐을 당시 정씨는 전씨 일가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