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황진환 기자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가 건강 문제와 대선 개입 우려 등을 불출석 사유로 내세우며 검찰의 '14일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김 여사 측은 대선 이후 출석 일정 조율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지난 2월부터 수개월 간 김 여사 측에 대면조사의 필요성을 전달한 검찰은 강제로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여사 측은 전날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당초 검찰은 김 여사 측에게 직접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출석요구서를 전달했지만, 김 여사 측이 끝내 응하지 않은 것이다.
김 여사 측은 불출석 사유로 '정치 개입' 우려를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검찰에 출석해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여론의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불출석 의견서에 담았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을 비롯한 각종 재판들이 모두 대선 뒤로 연기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수사한 검찰이 대면조사 없이 기소한 것 등도 불출석 사유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실제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증빙하는 서류도 의견서와 같이 제출했다고 한다.
연합뉴스관건은 검찰이 김 여사의 소환을 대선 이후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지 여부다. 김 여사 측은 건강을 다소 회복하고 선거 개입 요소가 사라진 이후부터 출석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검찰에서는 더 이상 김 여사 대면조사를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검찰은 이미 지난 2월부터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대면조사 필요성을 전달했던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김 여사 측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도 검토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던 김 여사가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아 특혜 논란도 불거졌던 만큼 이번에는 엄격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상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세 차례 정도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 구인 절차를 진행한다.
다만 김 여사 측이 대선 이후에는 출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체포영장을 청구할 경우 자칫 정치 개입으로 비칠 우려가 있기에 검찰은 강제 신병 확보 방안은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설사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한다고 해도, 법원에서 체포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아 발부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중앙지검은 김 여사 측에 전달한 출석요구서에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2024년 총선 등에 대한 공천개입 의혹을 비롯해 창원 국가산단 개입 의혹과 김 여사가 명씨에게 '돈 봉투'를 건넸다는 의혹 등 김 여사와 명씨를 둘러싼 모든 관련 의혹들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서울고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수사와 관련해 최근 평검사 2명을 충원했고, 서울남부지검은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김 여사가 6천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받은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여사 사저를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