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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도, 성의도 없다…닭 쫓던 개 된 '단일화무새'[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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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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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요구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요구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후보는 우리 국민의힘과 전혀 정책도 다르지 않고, 또 저 이상으로 국민의힘의 여러 분들과 잘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결국 저와 단일화가 돼서 훌륭하게 우리 대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주역이 아니겠나 생각하고, 잘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한국방송기자클럽(BJC) 초청 토론회에서 지지율 제고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묻자 내놓은 답이다. 단일화의 적임자임을 내세워 당 내 경선의 승기를 잡은 후 실제 단일화에는 임하지 않았던 후보가, 본선에서 또다시 타 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필살기로 언급하며 희망회로를 돌리는 모습이 웃프게 다가왔다.
 
구여권 인사마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과반 득표 여부가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라고 말하는 실정이다. 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의 말처럼 단일화 수식을 고려해야 그나마 "9회말 2아웃 역전 만루 홈런"을 꿈 꿔볼 수 있는 것이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김문수-이준석 단일화론'은 낡은 선거공학임을 지적하기에 앞서, 기본전제 자체가 헐겁다는 결함이 있다.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한 데 묶으면 이재명 후보를 누를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이 보여야 성사 여부를 논할 텐데, 여건이 그리 녹록치 않다. 

여론조사 추이상 50% 안팎인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40%대 초반으로 꺾이고, 반대로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합산 지지율은 이를 넘어서야 하는데, 이재명 후보는 여전히 독주 중이다.
 
이달 19~21일 성인 남녀 1002명을 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이재명 후보 46%, 김 후보 32%, 이준석 후보 10%로 나타났다.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합산이 이재명 후보를 바짝 따라붙었지만 '단일화의 절대적 근거'로 쓰거나, '대세'로 보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국민의힘 내에서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문수 플러스 이준석'이 이재명을 추월하는 여론조사가 흐름으로 고착돼야 범보수 단일화를 압박할 명분이 있다"며 "1주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NBS 조사결과는 오히려 이준석 후보의 '완주 의지'를 굳히는 근거로 쓰이고 있다. 해당 조사에서 처음 두 자릿수 지지율을 달성한 이준석 후보는 첫 TV토론에서의 선전 등이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고무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급기야 전날에는 국회에서 일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실낱 같던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았다. 이 후보는 "곧 역전의 순간이 다가온다. 이준석으로의 전략적 선택이 이재명 후보를 넘어설 유일한 승리의 방정식"이라고 주장했다.
 
단순한 '근자감'이 아니다. NBS에 따르면 이준석 후보 지지층에는 국민의힘이 전통적으로 약했던 청년층과 수도권, 무당층의 비율이 높다. 30세 미만 유권자는 26%가 이준석 후보를 지지했는데, 17%인 김 후보와는 무려 10%p 가까이 차이가 난다. 무당층에서는 이준석을 찍겠다는 사람이 제일 많았다(이준석 21%, 이재명 19%, 김문수 17%).

    이러한 현상은 기자가 찾은 '보수의 심장' TK(대구·경북)의 바닥 민심에서도 읽혔다. 경북대 학생들은 당이 아닌 후보 개인의 합리성을 기준으로 이번 선거를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칠성시장에서는 이준석 후보에게 대놓고 "그래도 단일화 해야제"라고 말한 상인이 1명뿐이었다.

이준석 후보가 '동탄 모델'을 거듭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젊은 층 중심의 '스윙 보터' 공략으로 지지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지층 확대를 통한 보수 전체의 파이를 넓히겠다고 자신한다. 이러한 배경은 이준석 후보와 김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진다 해도 김 후보가 이 후보의 지지층을 모두 흡수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김 후보와 국민의힘 내부에 있다. 국민의힘은 정말로 절박한가.

이준석 후보는 김 후보가 만드는 빅텐트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씨 등 '자유통일당과의 빅텐트'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 어게인(Yoon Again)'을 외치는 아스팔트 우파세력과 확실한 절연을 하지 않은 채, '반(反)이재명' 외에는 어떠한 미래지향적 청사진을 내놓지도 못했다. 이 후보의 거부감을 불식시킬 모멘텀을 만들어 내는 것은 고사하고, '명분 이전에, 성의의 문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12·3 비상계엄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 온 김 후보는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나서야,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 직후 '계엄이 내란인지'를 묻는 질문에 "현재 재판 중"이라고 답해, 스스로 사과의 진정성을 퇴색시켰다. 

자유통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하겠냐니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는 진보당, 이석기당과도 협력하는데 형평성을 맞춰서 봐야 하지 않느냐"며 민주당을 끌어들였다. 일각에선 '전략적 모호성'으로 인해 지지율이 오른 것으로 분석하나, 그 애매함이 이준석 후보를 멀어지게 하고 있다는 것은 자각하지 못하는 듯하다.

김 후보로는 해결이 어려운 숙제들에 대해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며 젊은 김용태 비대위원장을 당의 얼굴로 세웠지만, 그의 행보 또한 난맥상이긴 마찬가지다. '깜짝 놀랄 변화'를 보여주겠다더니 뜬금없이 후보 배우자 간 TV토론을 던졌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영부인도 "검증 대상"이란 이유에서다. 미혼인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될 대상이라 애당초 '논외'였던 것일까.

특히 원조 검증대상에 대한 '김건희특검법'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반성하는 보수"를 자처하는 것이 가당한가. 더 나아가 "오만한 진보를 이기겠다"는 주장은 공허하게 들린다. 공간을 내어주는 '변화' 없이 그저 '들어오라'는 손짓만 한다면 빈 텐트가 채워질까. '단일화무새'는 '특단의 대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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