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대선을 일주일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본격 '몸조심 모드'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된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빠르게 높아지자 불필요한 논란은 최소화하는 한편, 자신이 위기 극복에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불씨가 흔들리고 있는 보수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확실하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이재명, '사법부 압박' 논란에 "할 때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 후보는 25일 서울 영등포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공식 선거운동이 반환점을 훌쩍 돈 데다, 대선을 9일 앞둔 시점이어서 현안 관련 대응에 직접 나선 것이다.
향후 대선 승리시 어떤 과제에 방점을 두고 해결에 나설지를 설명하는 자리였는데, 눈길을 끈 것은 최근 '사법부 옥죄기' 논란이 일고 있는 법원 조직 관련 법안들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거침없는 비판이었다.
최근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비법조인도 대법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도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장경태 의원은 대법관을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대법원에서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지 못할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장기적인 과제이고 그 문제에 매달릴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또 다른 갈등과 국론분열을 부를 것"이라고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특히 "'사법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하지 말라', '민생문제나 더 급한 것이 훨씬 많다',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명확히 지시했지 않느냐"며 "그런데도 의원들이 개별 입법을 낸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꾸짖음이다.
개별 법안 내용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 후보는 "비법률가에게 대법관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 상태에서 결정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법관 인원에 대해서도 "대법관수를 늘리는 것도 대법관 당사자들 외에는 (사법부에서도) 원하던 것이지만, 잘못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면 할 수 있는, 해야 할 일도 못하게 될 수 있다"며 "지금은 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내 입장"이라며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보수 책사'로 불리지만 이 후보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윤여준 상임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KBS에 출연해 "대법관이면 법관 중에서도 최고의 직위인데, 법조인이 아닌 분이 그 자리에 간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능할까, 좋을까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그것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톤 다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경제TF" "능력" 강조하며 '유능함' 부각
대신 이 후보는 최근 유세에서 연일 강조하던 '내란 극복'과 '유능한 경제대통령'에 자신이 적합한 인물이라는 프레임을 다시 제시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만약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된다면 가장 먼저 대통령이 지휘하는 '비상경제대응 TF'를 구성하겠다"며 경제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대선 국면에서 '성장'을 앞세웠던 만큼 "통상 파고와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가 가뜩이나 힘든 민생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에서, 벼랑 끝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살리고 멈춰선 성장 엔진을 재가동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간의 민주당 정부가 보여왔던 적극 재정도 포함했다. 그는 "정부가 나서 효율적인 경기 진작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국가 재정이 마중물이 되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되살리고, 국민 삶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가겠다"고 약속했다.
옛 국민의힘 정부, 민주당 정부에서 모두 불거졌던 '블랙리스트' 관련 우려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체제와 국민 생명을 위협한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되, 특정인을 겨냥해 과녁으로 삼는 정치 보복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이념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실행하겠다. 이재명 정부의 유일한 인사 기준은 '능력'이 될 것"이라며 범보수 진영에 대한 포용적 인사도 예고했다.
金 상승세에 "단일화 확신"으로 지지층 결집
연합뉴스이 같은 이 후보의 행보는 최근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CBS노컷뉴스가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진행하고 이날 발표한 전국 정치 현안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는 47.3%, 김 후보는 39.6%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두 후보간 격차는 7.7%포인트(p)로 오차 범위 밖이지만, 간격이 좁혀지는 추세다. 지난 주 같은 조사와 비교하면 이 후보는 49.2%에서 1.9%p가 하락한 반면, 김 후보는 36.4%에서 3.2%p가 올랐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당초 김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12.3 내란사태로 인해 치러지는 조기 대선임에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대선 이전 수준을 회복해 민주당과 오차범위 안팎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예견된 수순임에도 그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에서 경계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후보 재판 국면에서 한동안 고강도 공세를 펼쳤던 사법부 대응에 대한 수위는 낮추고, 대신 김 후보를 비롯한 보수 정치권이 내란사태의 공동책임자라는 점을 재부각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지점을 의식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가 최근 경기 부천 유세에서 "이재명이 밉더라도, 민주당이 조금 마음에 안 들더라도 결코 내란세력을 지지하거나 내란세력에게 기회를 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대선의 본질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보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경각심 제고에 나서고 있다. 김 후보의 거듭되는 러브콜에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는 없다'며 연일 선을 긋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에도 "부정선거에 대해 의견이 비슷했던 세 후보, 황교안, 김문수, 이재명 후보는 단일화를 해도 좋다. 왜냐하면 공통의 이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 외 나머지 단일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다시 한 번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단일화하는 것이 쌍방에 모두 도움 되는 것이어서 단일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준석 후보도 국민의힘 대표를 했고, 밀려나왔을 뿐이지 스스로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다시 합쳐서 보수정당의 주도권을 갖고 싶은 것 같다"며 최근 지지율이 소폭의 상승세 흐름을 탄 이준석 후보까지 동시 견제했다.
이는 보수 주자들에 대한 공격인 동시에 지지층 결합 또한 노린 포석으로 읽힌다. 대선 초반부터 이어진 지지율 독주 상황에 안심한 지지층이 자칫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경우, 김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와 맞물려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이 일주일여 남았다고 하지만 보수 후보들이 단일화를 할 수 있는 등 막판 판세가 변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며 "경각심과 조심하는 마음으로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기 여론조사는 통신3사 제공 가상번호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7.0%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며,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